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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V 매거진/2009 11

[Style]김 편집장의 패션 다이어리-내게 진정한 명품은 ‘잇 백’이 아니라 ‘샤넬2.55’다



내게 진정한 명품은

‘잇 백’이 아니라‘샤넬 2.55’

고백하자면 나는 현실적으로 명품을 척척 마음 내키는 대로 구입할 여력이 쉽지 않은 평범한 월급쟁이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새로 나온 명품 신상을 볼 때마다 매혹적으로 시선을 빼앗겨 애지중지하는 마음으로 구입을 하는 (물론 현찰이 아닌 카드로!)사람이다. 그런데 명품은 비싸긴 하지만 한번 사면 평생 입고 쓴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가 구입한 아이템들은 한 시즌만 지나도 유행 지난 아이템이 되어 평생은커녕 내년조차도 입을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꼼꼼히 생각해 본 결과 나는 명품에서 클래식 아이템이 아닌 늘 신상으로 내놓는 유행 아이템(파격적인 디자인과 ‘핫’ 트렌드에 맞춘)만 구매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이 나왔다. 만약 명품을 구매할 여유가 항상 있는 당신이라면 이 기사는 패스해도 좋다. 하지만 나처럼 큰마음 먹고 명품을 구매하면서 늘 새로 나온 신상에만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이라면, 이 기사가 앞으로 유행 아이템에서 클래식 아이템 매력에 눈을 돌리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다.


명품에서 유행 아이템 만드는 이유? 유행 지나면 또 사니까!
패션산업의 속사정을 파헤쳐 화제를 모은 <패션바빌론>에 의하면 명품 브랜드의 유행 아이템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루이비통, 구찌,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1년 매출 중 기존에 나온 클래식 아이템보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90%일 정도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고.기존 제품보다는 신상 매출이 좋은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고 생각되지만 역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명품 브랜드가 그토록 대중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오랜 역사를 지녔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인정받을 스타일을 창조해 냈다는 의미에서는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2.55가방, 루이비통의 스피드백, 버버리의 트렌치코트, 구찌 재키백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 세상에 나와 여성들을 열광시켰고,지금도 그 품위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클래식 아이템들이다. 그렇기에 내 주변 여성들은 엄마에게 혹은 할머니에게 물려받았다면서 자랑스럽게 그 아이템들을 들고 나오고, 지금 옷차림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명품 브랜드들의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자신들의 클래식 아이템들이 이토록 존중받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문제는 한번 사면 손녀까지 물려주니, 즉 큰돈이 되지 않는 아이템인 것이다. 상징은 되나 즉각적인 판매수입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이들은 점점 유행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중소 브랜드들에 소비자들을 빼앗기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보수적이고 로고 패턴 하나조차도 변화하기 어렵다는 엄격함을 지녔던 명품 브랜드는 드디어 클래식이 아닌 유행 아이템을 창조해내기로 한다. 그래서 1990년대 펜디, 디올, 구찌 등 100년 내외의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들이 드디어 젊은 디자이너들을 디렉터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내놓던 클래식 아이템에서 새로운 감각과 파격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현 시즌에 가장 트렌디하고 눈길을 끌 만한 아이템들을 앞다퉈 내놓게 된 것이다. 명품 브랜드에 대해 훌륭하지만 비싸기만 하고 조금 심심하고 재미없다는 이미지를 가졌던 소비층을 겨냥한 그들의 변화는 적중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이러한 변화는 ‘럭셔리 하우스의 부활’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패션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켰을 정도다.)
예를 들면 구찌는 창립자 구찌오 구찌가 1937년 가죽 컬렉션을 선보이며 등장한 브랜드로 우아하고 고풍스러움을 내세웠었다. 브랜드 가치는 인정받으나 적자곡선을 그리던 구찌가 1990년대 ‘톰 포드’라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하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톰 포드는 구찌의 클래식한 기존 이미지를 버린 섹시하고 관능적인 아이템들을 만들어내 ‘마돈나’같은 스타들의 열광적인 환호는 물론 소비자들의 지갑도 척척 열게 만든 것이다.(‘톰포드’에 이어 지금은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라다 지아니니’가 과거 구찌를 상징했던 요소들을 플로라 패턴과 크레스트 로고 등 그녀만의 젊은 느낌으로 풀어내어 유행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유행 아이템은 명품사엔 흑자수익을, 소비자들에겐 적자계좌를 준다
물론 유행을 즐기는 건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너무나 짜릿한 즐거움이다.
문제는 돈 많은 재벌이 아닌 이상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구매할 때는 좀 더 현명하고 신중한 소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작년 배우 전도연이 칸 영화제 때 입고 나온 구찌의 최신 유행 아이템이었던 굵은 벨트에 플라워 무늬가 들어간 결코 무난하지 않은 원피스를 덜컥 구매했지만 당시 너무 세
게(?) 유행했기에 도리어 올해에는 유행이 확 지난 느낌이 들어 입고 나갈 수가 없었다.(가슴 아프지만 올해 김남주를 보고 산 폴앤조 원피스도 내년에 그렇게 될 확률이 100%다.)
명품 유행 아이템은 명품 브랜드사의 흑자를 내놓는 ‘알토란’ 같은 존재다. 하지만 매 시즌 숨가쁘게 등장하고 아울러 빛의 속도로 쉬이 잊어지는 유행 아이템들이 도리어 소비자들에겐 적자를 일으키는 존재는 아닐까. 최신 트렌드라고 내세우는 명품 브랜드의 달콤한 유혹에서 우리는 좀 더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신상이라고, 스타가 입고 나온다 해도 그 아이템이 정말 내 스타일에 맞는지, 나의 소비가 그저 유행을 따라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시기이다. 명품을 구매한다면 명품 브랜드에서 굳이 새로운 광고로 홍보하지 않아도 내가 이 세상을 뜬 이후까지 사람들의 찬사와 선택을 받을 클래식 아이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클래식과 유행 아이템 선택에 관한 정답은 없다. 그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렸다.
하지만 갈수록 유행 아이템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서 무모하게 유행만을 좇기보단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신의 패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하는 것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내 경우엔 맞는 것이라 생각된다.그것이 진정한 멋쟁이가 되면서 나의 계좌를 적자로 만들지 않고, 스타일을 만드는 데도 가장 현명한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난 올해 구입할 위시 리스트였던 드라마 <스타일>에서 이지아가 메고 나온 디올의 신상 르 토롱백을 샤넬 2.55백으로 바꾸었다. 당장 주목받지는 못할 테지만 샤넬의 2.55는 지금은 물론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어떤 옷에도 코디할 자신이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Hello TV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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