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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드라마 타짜, 만화와 영화를 뛰어 넘어라!

꽃으로 벌이는 전쟁, 화투(花鬪). 그 전쟁의 무사, 타짜.
허영만 원작의 만화 <타짜>가 영화에 이어 드라마로 제작 되었습니다. 영화 <타짜>는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등 쟁쟁한 연기자들의 열연에 힘입어 약 7백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지요. 드라마 <타짜> 또한 엄청난 제작비와 스케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오늘 드디어 첫 방송을 탔습니다. 드라마 <식객>에 이어 <타짜>까지 당분간 SBS의 저녁은 허영만 원작의 드라마들이 수놓을 것 같은데요.
만화와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드라마 <타짜>, 캐릭터 분석부터 시원하게 들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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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타짜의 주인공 고니는 본명이 김곤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장혁씨가 주연을 맡았고, 영화에서는 조승우씨가 맡았죠. 조승우씨의 고니가 약간은 고독하면서도, 말수가 적은 늑대형 고니였다면, 장혁씨의 고니는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 허세도 떨줄 알고 상대방을 약올리는 심리전도 펼치는 들개형 고니인 것 같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고광열과 고니가 이른바 '공사'를 벌이는 장면을 초반부에 배치했는데요. 영화에서는 고광열의 수다를 고니가 못 견뎌했다면, 드라마에서는 고니가 오히려 고광열보다 더 유쾌하더라고요. 살살 트로트도 불러가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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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고니는 6.25 전쟁후 지리산 자락에서 나무짐을 하다 도박판을 기웃거리죠. 타지에 나가서 고생하며 돈을 모은 누나가 고향집에 온 사이, 누나의 돈으로 도박판에 끼어 들었다가 모든 돈을 날리구요. 도박판에서 큰 돈을 벌어 누나에게 진 죄를 갚겠다는 생각만으로 평경장을 찾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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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타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지리산 작두(섯다, 도리짓고땡), 2부는 신의 손(고스톱), 3부 원 아이드 잭(포커), 4부 벨제붑의 노래(카지노)입니다. 영화는 1부를 중심으로 만들었고 스토리상 약간 배치를 다르게 한 정도의 변화만 주었다면, 드라마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토리를 변형시키는 것 같습니다. 고니의 친구 영민이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 내고, 어릴 때 아버지의 죽음에 아귀를 연결시키며, 아귀의 스승으로 평경장까지 연결시키니 말이죠.

아버지의 유언 '꼭 이겨라'는 말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고니. 그리고 아귀와 평경장, 대호 아저씨까지 드라마의 긴 호흡상 좀 더 여유롭게 관계들을 만들어나갈 것 같아 흥미로워 보입니다.

고광열
고광열은 입으로 화투를 치는 B급 타짜입니다. 입만 열면 청산유수로 허풍과 뻥이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장광설의 달인이지만요. 고니 곁에서 화투판을 지키는 친구이자 가족입니다. 영화에서는 류해진씨가 커다란 잠자리 안경에 곱슬곱슬 파마를 하고 고광열을 맡았었죠. 조승우 앞에서 '쉿'하며 자기가 타짜라고 몰래 가르쳐주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드라마의 고광열은 손현주씨가 맡았습니다. <올드보이> 최민식씨와 비슷한 느낌의 코일 파마인데 길이가 살짝 더 짧고 과하지 않게 한 파마를 했더군요. 류해진씨보다는 덜 수다스러운 것 같고, 가끔씩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빛이 마냥 가볍게 보이지만은 않더라고요. 다음 회부터 고니와 함께 아귀 진영을 무너뜨려가는 모습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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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마담
"나 이대나온 여자야."라는 대사로 너무나 유명해진 정마담 김혜수씨. 영화 속 정마담은 화려한 의상에 섹시한 매력과 똑똑함까지 겸비해 제대로 공사를 칠줄 아는 여자였죠. 드라마의 정마담은 강성연씨가 맡았는데요. 1회는 고니의 어린 시절에 집중된 만큼 아직 등장하지 않았고 2회의 예고편에만 살짝 보였답니다. 김혜수씨 못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노출을 감행한 의상에, 도도한 눈빛까지 어떠한 정마담을 그려낼지 궁금하네요. 비교적 평이한 조역에 그쳤던 만화와는 가장 많이 달라진 캐릭터인데 드라마에서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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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
실제 판에서 활동하는 타짜 중에서 최고로 불리는 타짜 아귀. 뛰어난 기술에 악마적인 매력까지 지닌 인물입니다. 영화에서는 김윤석씨가 아귀를 맡았고, 드라마에서는 김갑수씨가 맡았죠. 두 중년 배우의 연기가 아주 제대로입니다. 아귀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데요. 김윤석씨의 아귀가 기름기 잘잘 흐르는 흰 쌀밥에 50가지 넘는 반찬이 차려진 전주 한정식 밥상 같다면, 김갑수씨의 아귀는 미식가만이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흑산도 홍어의 톡 쏘는 맛이 느껴집니다. 김윤석씨는 선글라스를 쓰고 꽃무늬 프린트 셔츠를 위 아래로 단추를 3개씩 풀고 유들유들하게 승자의 여유를 맛보는 스타일이었죠. 그런데 김갑수씨는 아주 말끔한 양복에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 시가를 핍니다. 건조하면서도 냉혹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제압해 버리는 스타일입니다. 드라마의 1회 분량만으로도 김갑수씨가 열연한 아귀 역할이 잊혀지지가 않을 정도인데요. 고니의 반대편에서 드라마를 이끌어나갈 악의 축의 역할 아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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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귀
아귀한테 귀를 잘려 짝귀가 된 그는 한 손으로 어둡고 음침하게 살아갑니다. 도박 기술을 배우고자 찾아온 고니에게도 철학적인 메시지만 전달하죠. 만화에서는 신선처럼 전국의 풍광 좋은 곳을 돌아다니며 화투로 해탈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드라마에서는 짝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네요. 아귀의 악마성에 집중하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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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경장
"아수라 발발타" 영화속 평경장 백윤식씨는 패를 섞으며 느닷없이 "아수라 발발타"라는 주문을 외웁니다. 여유로우면서도 선선한 느낌을 풍기는 평경장역에 백윤식씨가 딱이었죠. 영화 <타짜>의 최동훈 감독은 평경장 역의 캐스팅으로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백윤식씨를 찍었다고 하네요. 평 경장은 전직 경찰이라 붙은 별명입니다. 북한에서 내려와서 이북 사투리를 쓰고요. 고니를 최고의 타짜로 키워냅니다. 드라마의 평경장은 임현식씨가 맡았습니다. 홍춘이~하면서 허허 웃던 예전 모습을 생각하면 평경장과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오늘 방송분량에서도 야바위꾼 앞에서 다른 사람 돈까지 몰아서 따주는 모습이 재밌더군요. 백윤식씨만큼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오히려 화투에 통달한 넉넉한 기인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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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숙/미나
영화 속 고니의 연인은 평범한 미용사 화란이었다면, 드라마 속 고니의 연인은 난숙입니다. 오늘 방송 분량에서 어린 고니의 구슬 통을 엎어버리고, 나중에 같이 찾아주기도 했던 여자 아이죠. 고니와 영민의 첫사랑이자 나중에 정마담의 수제자가 되는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하는 역할인데요. 고니-난숙-영민의 삼각관계로 드라마의 러브 라인을 이끌어 갈 것 같네요. 다만 그 라인이 <타짜>만이 줄 수 있는 도박판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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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
오늘 등장한 영민역의 김민준은 부산 출신이라 그런지 부산 사투리가 착착 입에 붙더군요. 날카로운 눈매에 냉정하면서도 무서운 주먹을 가진 남자인데요. 고니와 라이벌격인 타짜가 된다고 합니다. 김민준씨는 곽경택 감독의 <사랑>에서도 부산 출신의 무시무시한 조폭을 연기했었는데요. <다모>에서의 따뜻한 눈빛만 알고 있다가 <사랑>의 무서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귀와는 또다른 악마성을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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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아무래도 좀 더 길게 가져가야 하는 만큼 인물간의 갈등 관계를 좀 더 복잡하게 하고 추가 캐릭터를 넣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보다는 캐릭터들이 좀 덜 자극적이고요. 아마 드라마가 진행되어 가면서 캐릭터가 슬슬 구축이 되겠지요.

취재중 30년전 타짜를 만났다. 50이 살짝 넘은 나이였는데 그의 부인은 아직도 이 사람의 정확한 직업을 모르고 있다. 마누라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정도로 응달에서 응달로 전전한 인생이어서 내놓을 얘기들이 없다고 손을 젓는다.
타짜들은 긴칼대신 화투를 들고 승부하는 무사다.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매판 진검승부다.
죽고 죽이기 30년.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후회, 후회, 후뢰뿐...
"타짜들은 타고난다."
타짜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 2000년 6월 허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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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타짜> 1부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글입니다. 타짜란 어찌보면 참 쓸쓸하고 고독한 직업(?)일텐데요. 만화에서 봤던 그런 고독함과 철학적 메시지, 영화에서 보여준 화려한 캐릭터들의 전쟁.
이것을 뛰어넘어 타고난 타짜들이 벌이는 진검승부를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부터 다음주 월요일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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