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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남자가 다 벗어서 더 슬펐던 영화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1. 18:07
어제 개봉한 영화 '박쥐'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러가기 전까지, 이 영화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가 전혀 없었어요. 송강호씨의 전라(?) 연기가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빼면... 그래서 처음에는 그 장면이 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나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켜봤네요. 어찌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까지 풀어나갈 것인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어찌보면 뻔한 결말이긴 하지만... 역시 박찬욱,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결코 예사롭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논란이 되었던 노출 장면을 봤을 때는 픽-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냥,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렇게 논란이 일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사실 한국 영화 관객의 입장에서, 이런 남성 노출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사실... 뜨문뜨문하게 이어지긴 했지만(남성 노출은 마케팅적으로 그리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에...) 생각보다 꽤 오래전부터 이 문제는 가끔씩 이슈가 되었었거든요. 


제 기억으론, 남성 노출로 인해 이슈가 제기된 첫번째 영화는 2002년에 돌아가신, 걸레스님 중광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허튼소리(1986)'였습니다. 이때 남성의 국부에 붓을 달아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심의에서 삭제가 되었었죠. 

이에 항의하며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수용 감독은 후일 영등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가위를 다 내다버렸다'라고 말할 정도로 영화 검열 완화에 나름의 기여를 하게 됩니다. ... 물론, 개봉된 영화에서는 그 장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 영화 크라잉 게임의 한 장면

그 밖에 '디어헌터'나 '팻 걸', '쉰들러 리스트'등 남성 국부 노출로 화제가 된 영화들은 많이 있었지만... 처음으로 애들이 아닌, 성인의 국부...;;를 영화관에서 보게해준 영화는 '크라잉 게임(1992)'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와서 다시 보긴 조금 어려운 영화가 되었지만.. 이 영화에서 있었던 잠깐 동안의 노출(0.2초?)는, 정말 없어서는 영화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꼭 필요한 노출이었습니다. 

0.2초라니 애개개?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대한 검열이 심했던 상황인 것을 생각해 보면... (건전한 상식(?)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영화 자막까지 바꿔버리는 일이 꽤 여러번 일어났었거든요.)


진짜 까무러칠만한 변화는 영화 '숏 버스(2006)'에서 보여지게 됩니다. 이 영화, 시사회에서 처음 봤을 때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자세하게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도, 노출은 결코 상업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낯설고 야하게만 보였던 장면들이, 어느 순간 쓸쓸한 슬픔이 되어 다가오게 되는 시점이 있어요. 어이없게 쓸쓸하고, 어이없게 슬픕니다.

...아쉽지만, 모자이크 처리가 된 버전으로 헬로TV VOD를 통해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모자이크 버전을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전 영화 '박쥐'에 나오는 송강호의 마지막 노출씬에서, 묘하게 영화 '추격자'의 주인공이 오버랩되어 보이더군요. 인간이란,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의 어쩔 수 없는 욕망이랄까...

어떤 상업적인 목적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이 없었다면, 그 씬은 그저 추찹한 욕망의 신부(?)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씬이 있었기에, 마지막을 앞두고 종족을 보존시키고 싶어하는 욕망에 충실한, 하나의 몸을 가진 존재로써 영화속 주인공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내용을 많이 노출할 수가 있으니... 그의 벗은 몸이 가지는 여러가지 의미는, 영화가 종영될 무렵 다시 한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을 애니메이션 '뱀파이어 헌터 D'에서는 '던필'이라고 부르더군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