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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2' 기념, 영화 속 로봇의 역사를 찾아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5. 18:22


어제, 트랜스포머 2가 개봉되었습니다. 영화는 '신나는 액션 영화, 컴퓨터 그래픽이 놀랍다'와 '애들 영화, 손발이 가끔 오그러든다'라는 평가로 나뉘는 것 같은데요, 어찌되었건, 재미있는 영화라는 사실만은 모두들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저도, 2시간이 넘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아세요? 의외로 로봇 영화의 역사가 깊고 길다는 사실을...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봇은 매우 단순합니다. 마징가Z가 대표하는 슈퍼로봇물이나 '아톰', '건담'등의 애니메이션에 나온 로봇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로봇의 대부분이고, 영화에 나온 로봇이야 '트랜스포머'를 빼면 스타워즈의 R2D2 정도가 유명하달까요...

...하지만 인간에게 족보가 있듯, 영화속에 등장하는 로봇에도 나름의 뿌리가 있습니다. :)


최초로 영화에 등장한 로봇, 마리아(Maria)

전에도 이야기했었지만, 로봇이 등장한 첫번째 영화는 1926년에 개봉한 영화 '메트로폴리스'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한 '마리아'가 영화에 등장한 첫번째 로봇이지요. 로봇-이란 단어가 태어난 것이 1920년이었으니, 정말 빨리 등장한 셈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가치는,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미래의 모습, 기계인간,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과학의 발달에 대한 비판적 성찰들은, 이후에 나올 많은 '디스토피아적 SF영화'의 뿌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현재의 SF영화들 어떤 것도, 이 영화의 상상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향을 받은 후속편들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제작 기술의 한계도 있었고... 진짜 로봇 영화의 시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가 되면서 시작됩니다. 우선 그 시발점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아이, 로봇'을 들 수 있겠네요. (...1988년, 이 마리아의 모습 그대로, '철갑무적'이란 괴작품이 홍콩에서 제작되기도 했지요..)

그리고 1951년, 일본에서는 '아톰'의 만화 연재(아톰 대사)가 개시되고, 미국에선 '지구가 멈추는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이 개봉합니다. 50년대 SF영화의 대표로 불려지는 이 작품에선, 아마 최초로 UFO와 외계인의 침략이 다뤄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바로, 전투로봇 고트(Gort)입니다.


이 영화는 후에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이나 '인디펜던스 데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지요... 그리고 결국 작년(2008)에 키아누 리부스 주연의 영화로 다시 리메이크 되어 나옵니다. 물론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헐리우드 무비로 변해서 말이죠...ㅜ_ㅜ (헬로TV > VOD > 해외영화 > 지구가멈추는날)

그리고 이 영화의 로봇 디자인에 영향을 받아, 1956년 철인28호 등 인간형 전투로봇 만화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흐름은 1972년, 거대 슈퍼로봇 '마징가Z'의 탄생으로도 이어지지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배틀로이드'나 '드로이데카'들도 이런 전투형 로봇의 흐름을 함께 타고 있습니다.

...뭐, 트랜스포머라면 굳이 말을 안해도...




로봇, 인간의 친구가 되다

철인28호가 연재되기 시작한 그 시기에, 또 하나의 걸작 로봇 영화가 개봉하게 됩니다. 바로 영화 '금지된 세계(Forbidden Planet)' 에 등장하는 로비(ROBBY, the Robot)입니다. 영화 자체는 세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를 각색한 내용이라, 매우 심각하고 우울하게 흘러가지만... 이 로비의 디자인만은 큰 인기를 끌었지요.

게다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물질 합성'이란 재주는, 후에 큐티 허니..(응?)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지금까지 살아남게 됩니다. 솔직히 지금봐도 귀여워요. 똑같이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인데도, 위의 고트와는 뭔가 포스가 다르다는.... 




로비-같은 귀엽고 인간을 돕는(?) 비인간형 로봇의 계보는 '사일런트 러닝(Silent Running)'의 듀이(Dewey, 비인간형 전투로봇)를 거쳐서, 다시 스타워즈(1977)의 R2D2와 C3P0, 애니메이션 도라에몽(1970년에 연재개시, 한국엔 최신 극장판이 7월에 개봉합니다...만, 알고보면 2006년 극장판이라는거..)으로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나중에 실제로 만들어지는 가사도우미 로봇이나 AIBO등도 이 계열 로봇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 C3P0는 완전 마리아 판박이. R2D2는 인간을 도와주는 로봇의 개념을 물려 받았습니다.
둘다 비전투용 로봇이란 특징은 있네요.

뭐, 우디 알렌의 Sleeper(1973)에 나오는 하우스 로봇..도 있긴 합니다만... 얘는 생긴 것이 좀 그래서...


▲ ...참, 생긴 것이....ㅡ_ㅡ;;;

여기에 영화 '8번가의 기적(1987)'에 나오는 귀여운 로봇들이나, 현재 애니메이션에서 방영되는 대부분의 친구형 로봇들도 함께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봇이 인간을 배신했을 때

그렇지만 이 시기, 최초로 로봇이란 말을 만든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영향을 받은 로봇 캐릭터들도 영화에 등장하게 됩니다. ... 어떤 영향이냐구요? 바로,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을 배신하고, 죽이고, 폭동을 일으켜 지배하려고 하는 로봇들입니다.


SF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등장하는 컴퓨터 할(Hal9000)이나 '블레이드 러너'(1982)에 등장하는 로봇 '넥서스'가 바로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이런 설정은, 나중에 영화 '터미네이터'에도 그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실 이런 설정은, 이후 굉장히 많은 SF 로봇물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요. 너무 많은 영화속 로봇들에게 반영되어 있어서... 얘를 들 수 있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네요. 그렇지만 딱 두가지 영화는 안 짚고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바로 앞서 말한 터미네이터와 로보캅-입니다.



터미네이터는 전형적으로 악당 로봇의 설정을 따르긴 했지만, 그 악당 로봇이 현재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임점프했다는 설정이 결합되었습니다. 거기에 2편에선 '우리 편'으로 변신하면서 즐거움을 안겨줬지요. 반면 로보캅에선 인간이 '로봇'이 되어 버립니다. 거기에서 나쁜 인간을 위해 싸우는 로봇과 대결하게 되지요.


...그리고, 21세기의 로봇들

이제 21세기의 로봇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정말 로봇인지 아닌지, 로봇이여도 상관없는 것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로봇으로 나와도 사람이랑 외모가 똑같거나, 사람보다 더 인간적이고, 아니면 사람보다 굉장히 우월한 능력을 지닌 부러운 존재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재밌는 것은, 이들이 또 대부분 옛날 SF작가들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란 사실입니다. :) 예를 들어 '바이센티니얼맨'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을 기반으로 한 영화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도 'super toys last all summer long'이 원작이구요.




X맨에 등장하는 센티넬처럼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로봇들도 다수 등장하고 있고, 트랜스포머2도 알고보면 그 흐름의 한축을 맡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역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헬로TV > 영화 > 코미디 > 은하수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에 나오는 마빈이 아닐까요?


귀여운데다, 시니컬하며, 우울증까지 앓고 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