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죽거나 혹은 변하거나(MBC명랑히어로)
심지어 대통령이 지시했다던 물가관리 50개 생필품에 대해 그 50개가 정확히 뭔지 아무도 몰랐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애드립을 한 걸까?”라는 의문을 품어보기도 한다. 토크쇼 주제에 비례대표제의 허실이, 쇠고기 수입 논란이 들어왔다 하나의 뉴스에 대해 펼쳐지는 다양한 의견은육성으로 듣는 뉴스 댓글 같기도 하다 말하자면 명랑 히어로는 라디오 스타가 꿈꾸는 100분 토론인 셈이다. 토요일 오후라는 방영시간을 고려하면 지금 한반도 정세에 대해 더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권유하는 용감한 시도이기도 하다.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의 기존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체제 외에 <명랑 히어로>는 김성주와 박미선, 그리고 이하늘을 투입했다. 비난과 험담 외에도, 프로그램엔 일정한 ‘진행’이 필요하고 중심이 필요하다는 포석이다. 이하늘의 영입은, 그가 다소 프로그램의 적응에 기운이 딸리는 모습을 보인다 해도 절묘한 선택이다. 신용불량자의 전력이 있던 그가 대출 업체의 CF제안을 고민할 때가 그렇고, ‘등록금은 대체 누가 정하는 거냐?’는 솔직한 질문을 던질 때도 그렇다. <명랑 히어로>가 예능이면서 굳이 시사를 주재료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기부금 입학한 학생은 리본을 달아주면 어떨까? (신정환) 라던가, 쥐머리가 나왔던 과자 제품에는 '쥐머리가 한번 나온 적이 있다' 라는 문구를 표기하는 건 어떨까? (김성주) 하는 식의 기상천외한 의견이 오고가기 때문이다.
<명랑 히어로>의 진짜 적은 <9시 뉴스>가 아닐까?
<명랑 히어로>의 MC들은 아무도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 핵심을 둘러 말하지 않으며, 솔직하게 하루 하루 사는 고충을 토로한다.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명랑 히어로>의 MC들처럼 콜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 지 잘 모르고, 환율이 오르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항상 헷갈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랑 히어로>에서 어지러운 한반도의 나아갈 길이나, 무슨 천금같은 해법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사실 그런 해법은 <100분 토론>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정색하기엔 전문성이 부족하지만, 부족한 전문성의 빈 곳을 메울 미덕은 바로 그, '솔직함'이 되어야 한다. 김국진은 여전히 ‘이별의 아이콘’으로 대우받고, 김성주는 MBC 사직-귀환을 둘러싼 갈등 관계로 종종 공격을 받지만 결국 그렇게 쌓였던 '무시무시한 솔직함'이 시사 논평에도 조심스레 맞닿아 있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정부미를 먹인다는 학교와, 대학을 가려면 등록금이 1000만원이 필요한 시대와, 중학생도 알만한 영문법을, 정부 당국자들이 '실수'했다는 오늘의 현실들이 모두 <명랑 히어로>의 강력한 태클을 기다린다. 어쩌면 <명랑 히어로>를 위협하는 진짜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은 온갖 황당한 뉴스로 가득 채워진 <9시 뉴스>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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