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남은 이야기

<해운대> 불법 파일 유출, 어이없는 몇몇 네티즌들의 반응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30. 21:09


조만간 헬로TV에도 VOD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영화 <해운대>가, 불법파일 다운로드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이번 주말 이뤄진 기습적인 불법파일 배포는, 처음 알려졌던 것과는 다르게 캠코더 녹화버전뿐만 아니라, 깨끗한 화질의 DVDSCR 버전까지 유출되어서 더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은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우선 현재 <해운대> 불법 파일 유출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CJ엔터에서 파일 공유를 확인하고 삭제에 들어간 시간은 29일 오전 11시, 업로드된 파일이 공유된 시간은 3-4시간으로 추정되며, 파일을 업로드한 사람은 약 100여명, 다운받은 건수는 3-4만건입니다.

현재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대부분 다운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파일이 유출된 이상 언제 어떤 이름으로 또 공유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요즘 파일 공유 사이트에선 하도 이상한 이름으로 영화 파일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서...(해운대의 경우도 ha**, 부산** 이런 식으로도 공유가 되고 있었습니다.)

 


▲ 지금 CJ엔터와 윤제균 감독님, 이런 표정일듯...


사실 이런 일이 한두번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 <워낭소리>(헬로TV > VOD > 영화 > 국내영화 > 워낭소리)입니다. 영화제 상영을 위해 제공되었던 파일이 불법 유출되는 바람에, 단단히 홍역을 치뤘지요. 그밖에 해외 상영작들은 개봉도 되기 전에 국내 파일 공유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일이 허다합니다.


몇몇 네티즌들의 잔인한 반응

그렇지만, 이런 불법 파일 유출만큼이나 화나는 일이 또 있습니다. 바로 이런 불법 파일 유출을 대하는 몇몇 네티즌들의 댓글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 화면 캡춰 내용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닉네임은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현재 저작권법 관련 수사에서 다운로드 받는 사람까지 처벌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네티즌들의 어떤 무감각을 넘어서, 이번 사건을 대하는 몇몇 분들의 태도에서는 순진한 척 가장한 잔인함까지 느껴집니다. 영화 <타짜>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쫄리면 뒤지시던가"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정말...

CJ엔터에서 진지하게 다운로드한 사람들 리스트-라도 달라고 해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시나요? :) 굳이 불법을 쓰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토렌토에 올라간 이상 웹상에 퍼지는 것도 막을 길은 별로 없어보이구요(다만 속도를 늦추는 정도겠지요.)

하지만, 불법을 쓰신다면, 그 입은 다무십시요. 최소한 부끄러운 것은 아셔야 하지 않을까요? 자고로 장사가 잘되야 돈이 모이고, 돈이 모여야 전체 판이 살아납니다. 불법 영화 파일 배포는 그 판을 깨는 일입니다. 돈이 모인다고 반드시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모이지 않고서 좋은 영화가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해운대 불법 파일 유출, 왜 문제일까

영화 불법 다운로드가 왜 성행하는지, 다들 알고 있습니다. 우선 간편하고, 무엇보다 쌉니다. 최신영화 VOD를 한편 보는데 2천원~3천 5백원이 필요하다면, 불법 다운로드는 200원~500원이면 해결됩니다. 그렇지만 그 돈은 막상 그 영화를 만들고 투자하는 사람들에겐 돌아가지 않습니다.

많은 영화판 사람들이 이렇게 헤비업로더 잡아야 한다- 저렇게 처벌해야 한다고 고압적으로 소리치지만, 실은 그렇게라도 해야 뭔가 바뀔 것 같으니까 그러는 겁니다. 그 가운데 몇몇 법률회사들의 과잉 행동이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재밌는 것들을 준비했으니, 많이 와서 사가세요- 라고 하는게 나쁜 일은 아닐겁니다.



▲ 영화 <해운대>에 진짜 쓰나미가 덥쳤네요...

영화 <해운대>의 제작비가 100억이 넘게 들었습니다. 지금은 손익분기점을 넘긴 했지만, 앞으로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여러나라와 교섭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불법 파일이 쫙- 퍼져서, 볼 만한 사람들은 영화를 다 봐버렸다면, 과연 그 교섭이 잘 될 수 있을까요?

영화 하나에 그 정도 벌었으면 됐지!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자고로 문화산업은 성공한 1작품이 실패한 10작품을 먹여살리는 형국입니다. -_-;; 제대로 벌어들일만큼 벌어들이지 못하면, 지난 손해도 메꾸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다음 작품에 대한 투자도 망설일 수 밖에 없다구요. 


불법 파일 다운로더, 결코 안심할 수는 없어

게다가 위에 적힌 많은 분들의 의견과는 달리, 불법 다운로더들도 앞으로는 안심할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분명 현재의 저작권법으로 불법 다운로더들에게까진 책임을 물리지 않고 있습니다(7월 23일 문광부 신종필 사무관 발언). 하지만 미국이 업로더/다운로더 모두 법적 처벌을 내리는 기준을 세우고 있고, 일본과 프랑스등도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도 최근, 자녀의 불법 다운로드를 방치한 부모에게 최고 1억원(5만 파운드)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한 규제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서도 8월 1일, 음악파일 30곡을 다운받아 공유한 대학생에게 83억(67만 5천달라)의 배상금을 내라고 판결한 사실이 있습니다. 

만약 위와 같은 네티즌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무슨 수로 우릴 잡겠어 ㅋㅋㅋ 쫄지마"란 식으로 계속 나온다면, 결국 -_-; 저작권법의 칼날은 다운로더들에게도 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정 영화가 보고 싶으시면 VOD 보세요. 꼭 그 영화가 보고 싶다면, 기다리시면 대부분 VOD로 나옵니다.  은근히 공짜 작품도 좋은 작품들 많이 있습니다.

영화판 하나 망가지는 것, 실제로 지난 2년동안 계속 경험했습니다. 무사안일하게 영화 만든 사람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영화 투자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 인정합니다. 누군가는 영화계가 사회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규제만 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 다운로드를 옹호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나의 판이 살아야 돈이 돌고, 작품도 만들어지고, 이 판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먹고 살고, 사람을 더 쓸 여유가 생기게 되며, 먹고 살만한 사람이 많아져야 들어오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들에게 취업문도 활짝 열리게 됩니다. 겨우 살아나려는 영화판이, 이런 사건들 때문에 또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불법 받아야겠다-하는 분들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최소한 자랑하진 말아주십시오. 불법 다운로드 받는 일, 결코 떳떳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잘난 척 댓글 다실 일이 아닙니다.



* 최근 해외가 된 '해외 포르노'의 경우 경찰이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유통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저작권으로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 이건 저작권법이 아니라 음란물법으로 걸어야할 사건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