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TV 매거진/2009 10

[Talking about]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의 수다-<월드 스페셜 LOVE>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11. 10:34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의 수다
L O V E

가난한 나라의 하루는 풍요로운 나라의 하루보다 길다고 했다. 맨밥만 겨우 먹는 아이들, 그 한 끼를 벌기 위해 쓰레기 더미에서 폐품을 줍는 아이들, 그러느라 문명의 혜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
이들에게 가난은 죄가 아니라는 걸, 가난은 영원히 바꿀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스타는 스타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사진작가는 기록자가 되어 함께 떠나는 tvN <월드 스페셜 러브>(이하 <러브>).
제작진 성은용 PD, 스타 박솔미의 방글라데시 편에 동행한 굿네이버스의 임경미, 그리고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가 <러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봤다.

"우리는 이렇게, 세상은 이렇게 가난한 아이들의 눈물과 땀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네팔의 어린이가 깬 돌에 무심코 고기를 구워 먹으며, 아시아의 한 어린이가 바느질한 옷을 밥 한 끼 값보다 싸게 사 입으며"


정석희_ 이 내레이션이 비수처럼 가슴에 와 꽂혔다. 음악과 영상과 내레이션이 어우러져 한편의 영화처럼 아름다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름다운 그림 안에 그처럼 비참한 현실이 있다는 사실이 슬프더라.
그런데 길도 없어 보이는 정글 숲을 헤치고 가야 비로소 나오는 오지의 아이들을,정말 누군가가 꼭 도와줘야 할 아이들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궁금하다.

임경미_ 찾아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사실 현장에 가면 그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사연에 나와 마땅한 아이들이다. 학교 문턱도 못 밟아본 아이들, 신발을 한번도 못 신어본 아이들, 모두 방송에 소개될 만한 사연들을 갖고 있다.

정석희_ 나도 그게 마음에 걸렸다. 스타가 찾아간 아이를 동네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워하겠나.

임경미_ 동감이다. 그러나 <러브>의 목적이 바로 그런 거다. 지금은 한 아이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여 후원을 하게 된다면 옆에서 구경하는 아이들도 학교에 갈 수 있고 끼니도,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되는거니까.

성은용_ 해외에서 ‘새천년 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2000년 유엔에서 채택된 의제로,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줄이자는 범세계인의 약속) 등 여러 가지 목표를 설정했는데, 우리도 거기에 발맞춰 다양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러브>티셔츠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고, 방영되고 나면 온 오프라인 모두 파장이 크다. 편당 150분쯤 후원이 답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석희_ 사실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굳이 해외까지 갈 필요가 있는지,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임경미_ 그래도 대한민국은 최소한의 복지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반면 <러브>가 찾아가는 나라들에는 누구도 돌봐주지 않고 나라도 책임지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가 그걸 외면하는 건 너무 매몰찬 일인 것 같다.
어려워도 너희끼리 알아서 살라 하는 건 무책임한 얘기 아닌가.

성은용_ 한국이란 이름을 가지고 봉사를 한다는 건 월드컵이나 올림픽 개최, 또 유엔 사무총장 선임과 같은 차원이지 싶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문화나 가치관을 해외에 알린다는 의미에서 우리에게도 일종의 기회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정석희_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하니 집이나 나무, 풀만 그리는게 안타까웠다. 장래희망을 말해 보라 하면 경찰이나 간호사를 대고. 아이들이 아는 인물의 한계인 거다. 접해본 게 없어 꿈도 제대로 꾸지 못하는 게 아쉽다.
우리나라라면 그나마 TV라도 보니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그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배우의 이름도 스타라는 수식어도 내려놓았다.
일주일간 짧은 일정에 자선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다.
그런데, 가난은 왜 늘 가난이 머무르는 길목을 따라 이동하는 것일까.



임경미_ 빈민가 아이에게 꿈을 그려 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이는 태어나서 크레파스를 처음 쥐어본 아이였다. 네모난 상자를 서너 개 그려놨기에 뭐냐고 물어보니까 가게라고 하더라. 하나는 신발가게, 하나는 과일가게라고 하는데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참 미안하다.

정석희_ 신현준이 맨밥에 멀건 국만 떠먹는 아이들을 보며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죄를 짓는 것 같다’라고 했는데 만날 살 빼겠다고 노래 부르는 나는 뭔지 원. 게다가 네팔의 일곱 살짜리 꼬마 소마야가 자기 밥값을 벌겠다고 광산에서 돌을 깨며 사는데 정말 기가 막히더라.
나도 아이를 키워 아이들이 그 나이 때 어떤지 잘 아니까.

성은용_ 네팔 편은 아이들의 노동 착취 실태를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다.하지만 소마야는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가 오히려 배워야 할 게 너무나 많다는 걸 매번 느낀다.

정석희_ 가난한 가운데에도 뭔가 대접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가난하더라도 영혼은 가난한 게 아니더라.

임경미_ 도시락과 티셔츠를 나눠주는데 닭고기를 너무 좋아한다고 해서 박솔미가 닭고기를 한 덩어리씩 줬다. 굉장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안 먹고 다들 가만있어 당황스러웠다.
알고 보니 집에 있는 엄마와 동생 생각에 안 먹는 거였다. 보통 어린아이라면 일단 입에 넣기부터 할 텐데 억제하고 참는 걸 너무 빨리 배운 것 같더라.
첫째가 동생을 키우고 동생이 그어린 동생을 키우는 게 너무 당연하고, 조금만 크면 다 일을 해야 하고.평소보다 벌이가 적으면 그날은 굶는 거고.

정석희_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건, 우리는 망가진 게 있으면 어떻게든 고쳐 보려고 애쓰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개선하려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다.

성은용_ 문화적 혜택이 없으니 생각에도 한계가 있다. 뭘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는 거다. 그리고 만족하지 않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곳에서 살아갈 수 없기도 하다.

임경미_ 이번에 가보니 빈민가 전체에 물이 고여 다 썩고 있는데 주민들이 태연히 다녀서 피부병을 달고 살더라. 도랑 하나만 파도 괜찮을 텐데 왜 아무것도 안 하느냐고 물으니 그곳 사람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 자체를 못한단다.
게다가 최악의 빈민가는 자고 나면 정부가 밀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한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냥 사는 거다.

성은용_ 가장 아쉬운 게 애들이 노는 방법을 모른다는 거다. 축구나 물놀이 같은 걸 함께 하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물품을 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처럼 서로 눈을 맞추고 마음을 보듬어 주며 하나가 되는 일, 그게 진정한 봉사다.
열두 편의 <러브>를 제작했지만 우리가 아직 다루지 못한 얘기가 너무 많다. 예를 들면 파리가 눈에 들어가 실명한 아이들이 많은데 단돈 100달러면 다시 눈을 뜰 수 있다 한다. 그다지 큰 돈도 아닌데 그 돈이 없어 수술을 못해 실명한다는 건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정석희_ 이런 사실들을 좀 더 널리 알리면 좋겠다.
<러브> 홈페이지의 ‘온라인 사진전’이 인상적인데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오프라인 전시를 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여행 기록자로 동행했던 사진작가들의 지명도가 높으니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성은용_ 여러 각도에서 사진전을 협의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석희_ 한 달에 3만원이면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

임경미_ 학교뿐 아니라 영양식을 제공하고 그 빈민가에 결연이 많아지면 공동화장실을 설치해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3만원이면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정석희_ 이렇게 앉아서 말만 할 게 아니라 실행을 해야지.(웃음) 그런데 <러브>의 홍보가 좀 약하지 않나? 참여했던 스타들이 공중파에 나와 홍보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너무 큰 바람일까?
이준기의 경우 자기 미니홈피에 후기를 올리기도 했고 이준기 팬클럽에서 컴퓨터실을 마련해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성은용_ 노력은 많이 하지만 케이블 프로그램 구조상 아무래도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보통 봉사라 하면 눈물을 자아내야 할 거 같은데 밝게 웃으면서 봉사할 것을 제안한 게 이준기다.
사전미팅 때 "난 아이들과 밝게 웃으며 놀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정말 잘해 주었다.
사실 <러브>는 출연료가 없다. 진행비야 협찬을 받지만 스타들도 스태프들도 말 그대로 봉사하러 가는 거라서 고맙다.

임경미_ 다녀온 스타들은 모두 일대일 후원을 하고 있다. 음식도 현지에서 스타들이 직접 만든다.
이번에 함께 다녀온 박솔미는 볶음밥에 닭고기 한 덩어리씩을 얹어줬는데 아이들이 뼈까지 씹어 먹더라. 비행기 안에서 사진작가에게 "예쁘게 안 나와도 됩니다"하고 시작한 박솔미에게 일정 내내 감탄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쓰고 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이었다.

성은용_ <러브> 박솔미 편은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tvN에 채널을 고정시켜 주시길 부탁 드린다!


★Hello TV Tip★
스타들이 이어가는 기적 <월드 스페셜 러브>는 10월 24일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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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of ceremonies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photo Ag Studio cooperation tvN,굿네이버스
hair&makeup 레이첼 BY 김선영(hair 박희경, 김주리 makeup 윤희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