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TV 매거진/2009 10

[Cover Story]신선함과 익숙함 사이에 서다-배우 <이병헌>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11. 10:36


신선함과 익숙함 사이에 서다

배우이병헌



예전 어느 양복 광고에서 ‘십년을 입어도 일년을 입은 듯 새롭고, 일년을 입어도 십년을 입은 듯 익숙하다’라는 카피가 있었다. 그 카피를 이병헌에게 맞추어 패러디한다면 그의 연기는 늘 신인배우처럼 신비롭고 신선한 반면, 그의 이미지는 예전부터 쭈욱 곁에서 알고 지낸 것 같은 친근감과 신뢰감을 주는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올인> 이후 헐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며 스크린에서 맹활약하던 그가 올 가을 드라마 <아이리스>로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신선함과 익숙함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서 있는 그가 이번 드라마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를 만났다.

<아이리스>는 국내 드라마로서는 처음 시도되는 첨단 첩보 스파이물이자 이병헌을 비롯해 톱스타 김태희와 정준호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이미 오픈하기 전부터 뜨거운 이슈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200억여 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해외 로케이션, 대규모 세트 등 초대형 스케일에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할 <아이리스>는 남북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펼쳐지는 첩보전을 다루는 블록버스터드라마다.이병헌은 극중에서 남북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에 맞서 싸우는 남한 NSS 최정예 요원 김현준 역을 맡았다. 영화 <지.아이.조> 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가 필수인 캐릭터인지
라 오랜만에 인터뷰로 만난 이병헌의 얼굴은 강인하고 빈틈없는 근육으로 다듬어져 있는 듯했다. 하지만 오랜만이라는 에디터의 인사에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그의 얼굴은 데뷔 때부터 트레이드 마크라 불리던 이병헌표 미소 그대로였다.

몸은 운동을 워낙 많이 하셔서 건강해 보이지만 얼굴은 야위신 듯해요. 이번 드라마 <아이리스>의 액션연기 강도가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몸 컨디션은 어떠세요
영화 <놈놈놈>부터 <지.아이.조>에 이어 이번 드라마까지 액션연기를 연속으로 하게 되네요.
물론 각각의 캐릭터와 장르는 다르지만 배우로서 액션연기는 결코 쉽지 않거든요. 한시도 몸을 방심하게 놔둘 수가 없어요.(웃음) 살이 막 찌는 체질은 아니지만 근육이라는 게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사라지는 애들이라 (잠시 시무룩하는 척하는 장난스러운 표정) 근육이란 친구를 절친으로 가지고 있으려면 늘 긴장해야 돼요. 사실 근육이 많아서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바쁜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수면이 부족해서 촬영이 없는 날은 무조건 수면을 최우선으로 여겨 집 밖으로 절대 안 나오는 집돌이로 살고 있답니다.

어느새 올해로 데뷔 18년차 배우가 되셨어요. 감회가 어떠신지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를 데뷔시켜 주신 KBS 엄기백 PD님이 은인으로 떠오르네요.
탤런트로 데뷔하고 얼마 되지 않은 초짜신인을 과감하게 <해뜰날>이라는 일일드라마 주연으로 캐스팅해주셨으니까요.
사실 배우에게 시작은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엄PD님 덕분에 주연으로 출발을 했고 좋은 이미지의 배역으로 대중에게 첫선
을 보였으니까요.

탤런트로 데뷔하셨지만 이제 이병헌씨를 탤런트로 부르는 이들은 없습니다. 그만큼 스크린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겠지요.이병헌씨가 탤런트에서 영화배우로의 터닝포인트가 된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똑같은 연기이지만 탤런트와 영화배우의 간극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저도 처음 영화배우로 데뷔해서는 ‘이병헌 징크스’라는 말이 충무로에 떠돌 정도로 흥행에 족족 실패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죠. 그런 제게 영화배우로서의 터닝포인트가 돼준 작품은 <달콤한 인생>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영화로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고, 헐리우드 에이전트 관계자들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그의 얼굴은 데뷔 때부터
트레이드 마크라 불리던
이병헌표 미소 그대로였다.



우리에게 이병헌은 목소리가 참 매력적인 배우이기도 합니다. 배우로서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 건 큰 장점일 거 같은데요.
많은 사람들이 제 목소리에 대한 칭찬을 해 주시지만 사실 어린 시절엔 제 목소리가 콤플렉스였어요.
제가 어릴 때 외가친척들이 미국에 계셨는데 그 당시엔 영상통화나 화상채팅이 없을 때여서 부모님은 제 목소리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보내드렸어요.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기계에 대고 목소리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재롱을 피워야 하는 것도 어색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으면 누구나 그렇듯 좀 이상하잖아요. 녹음된 제 목소리를 재생해서 들을 때마다 정말 내 목소리는 안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배우가 돼서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으니 신기했어요. 아, 목소리와 관련된 건 아니지만 콤플렉스를 하나 더 말하자면 전 제 입이 너무 큰 게 싫었어요. 그런데 이것 역
시 활짝 웃는 제 모습이 좋다고들 하시니 아무리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해도 자신감만 있다면 장점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원래 완벽한 인물보다는 단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작품이야기로 넘어가서 이번 <아이리스>에서 이병헌씨가 맡은 역은 정의를 위해 싸우고 한 치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인물이라고 들었어요. 돌이켜 생각하면 이병헌씨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악역보다는 선한 역을, 그리고 실수투성이 캐릭터보다는 완벽함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던 거 같아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사실 전 그렇게 완벽한 사람은 아닌데(웃음) .
그런데 저는 원래 완벽한 인물보다는 단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제 스스로도 배우로서의 기본 조건이 아주 탁월하지는 않잖아요. 외모도 좋게 봐 주셔서 그렇지 요즘 젊은 남자 배우들에 비하면 신장도 작은 편이고 나이도 어언 흠흠(웃음). 그래도 저를 지금까지 멋진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주시는 건 제가 늘 신선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대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연기하는 완벽한 정의로운 인물도 그런 인간적인 고뇌와 노력이 바탕에 깔린 사람으로 대중에게 보여지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에 함께 나오는 김태희씨, 정준호씨, 김소연씨와 호흡은 잘 맞나요.
다들 함께하는 첫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팀워크가 좋아요. 여자 배우들도 몸을 사리지 않고 액션연기에 몰입하셔서 오히려 남자배우들을 긴장시킬 정도죠. 다만 다들 몸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입장이라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일 기회가 아직 없다는 게 아쉽긴 하죠.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때를 기약하고 있어요.

이병헌씨에게는 늘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이 따라 다닙니다. 한류스타 이병헌이란 타이틀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한류붐이 일 때 운좋게 좋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한류스타라는 배에 탄 게 아닐까 싶어요.(이병헌은 늘 이런 식으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를 인터뷰 내내 보여주었다)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이 제가 헐리우드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에요. 일본 도쿄돔에서 있었던 저희 팬미팅 DVD를 헐리우드 에이전시에 보내면 당장 저를 만나고 싶다는 관계자들이 많으니까요.
처음엔 팬미팅 DVD를 제가 출연한 영화작품과 함께 보낸다는 게 쑥스러웠지만 자본주의 현실에서는 그 배우의 상업적인 파워와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는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제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는지 알고 있답니다.

<아이리스>는 드라마 <올인> 이후 복귀하는 드라마인데요, 부담감은 없으신지요.
<올인>이 큰 성공을 거둬 바로 다음 작품인 <아이리스>에 거는 기대감이 정말 큰 것 같아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올인>보다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 제 입장에서는 좀더 연기에 몰입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요. 벌써부터 시청률이나 작품의 성공 여부를 걱정하고 있다면 시간낭비일 테죠. 전 현재에만 충실하자는 단순한 사람이거든요.

이병헌씨가 현재에만 충실한 단순한 사람이라는 건 의외인데요. 늘 미래를 철저하게 계획하고 사실 것 같아서요.
전 누군가 계획을 물으면 늘 ‘무계획’이라고 답하는 사람입니다. ‘무계획’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건 아닙니다. 앞으로 제가 맡게 될 배역과 삶에서 일어나는 우연을 최대한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그가 맡은 드라마 제목인 <아이리스>는 우리말로 하면 ‘붓꽃’이라 불리는 보라색 꽃이다.
붓꽃의 꽃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무지개라는 뜻이 있다. 비 온 뒤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일곱 빛깔 무지개는 어쩌면 배우 이병헌과 꼭 닮았다. 보라색처럼 신비로운 이미지를 가졌고 빨간색 처럼 뜨거운 연기를 보여주며 파란색처럼 차가운 지성을 지녔으면서 노란색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여주며 초록색처럼 늘 싱싱한 느낌을 주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아이리스>에서 그가 보여줄 무지개 빛 연기로 이번 가을 브라운관엔 아름다운 스펙트럼이 생겨날 것 같다.



★Hello TV Tip★
이병헌의 <아이리스>는 10월 14일부터 KBS2수목드라마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헬로TV > VOD > KBS드라마> 아이리스

editor 김서희 편집장  photo  권영탕,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