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about tv]천하무적 야구단 주장 김창렬, 코치 이경필
함께 하기에 천하무적 야구단
우승도 패배도 진정
가치가 있다
야구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연예인 몇이 야구의 ‘야’ 자도 모르는 몇을 데리고 팀을 꾸리더니 마침내 공중파에 자리를 틀었다. 그것도 그 경쟁 치열한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그리고 이들은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천하무적 야구단>. 시청자가 이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건 혼신을 다한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주장인 가수 김창렬과 코치인 전 프로야구 선수 이경필, 천하무적 야구단의 팬이자 ‘헬로tv’ 리뷰어인 강승훈, 그리고 TV 칼럼니스트 정석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천하무적 야구단>의 매력을 짚어 봤다.
● 정석희(이하 정) : 첫 회에 김창렬 씨와 임창정 씨가 제작진을 찾아가 야구를 소재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제안하는 걸 보며 저게 과연 될까 싶었다. 어쩌면 <명랑 히어로>나 <절친 노트> 같은 프로그램에서 늘 당구 치고 술 마시고 노는 얘길 하는 걸 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시작되고 나니 처음 발의한 멤버들이 가장 열심히 했다. 아마 이하늘 씨를 비롯한 세 사람이 조금이라도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가웠을 거다. 시작부터 각오가 남달랐나?
● 김창렬(이하 김) :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력을 조금씩 키워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지 했다. 그런데 최근 멤버를 충원해 12명이 되고 보니 슬슬 주전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나나 이현배도 불안해서 이경필 코치를 전화로 불러내 따로 연습하는 상황이니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야구를 처음 접한 마르코나 한민관 같은 친구는 오죽하겠나.
SBS <스타킹>과 MBC <무한도전>이 경쟁 프로그램이라 첫 방송 시청률이 5.5%가 나왔지만 우릴 믿고 기다려준 제작진이 고맙다. 지금 6개월 조금 넘었는데 13%로 올라섰으니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 정 :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국민 MC 사이에서 사회자도 없이 정말 대단한 선전 아닌가. 사회자는 없지만 내레이션이 양희은 씨이기에 믿음이 가는 것 같다. 좌충우돌인 멤버들을 품 넓은 양희은 씨가 도닥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내가 놀란 건 무엇보다 김창렬 씨가 딴사람이 됐다는 거다. 저렇게 진지한 사람이었던가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솔직히 이 프로그램은 김창렬 씨가 살렸다고 생각한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다큐 인간극장이다
● 이경필(이하 이) : 김창렬이 사실 우리 팀의 현실적인 주장이다. 그런데 ‘노래하는 창렬이’에서 ‘야구하는 창렬이’로 닉네임이 바뀌면서 안타를 못 치면 “왜 저렇게 못해?” 하는 질책을 받는다. 마르코나 마리오 같은 초보들이 못하면 “그래 야구 처음 하니까” 하고 이해해 주는데 김창렬이 에러를 내면 갖은 비난에 시달린다. 그만큼 기대감이 크니까 상대적으로 아마 부담감도 클 거다.
● 김 : 솔직히 주장이라는 게 부담이 된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아무래도 예능의 위치와 재미도 무시할 수 없고. 그래도 요즘엔 나름 침착해진 것 같다. 내가 한 템포 쉬어 가자, 내가 치고 나갈 생각보다는 뒤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데에 전력투구하자 마음을 먹으니 의외로 잘 풀리는 구석이 있더라.
● 강승훈(이하 강) : 올해가 김창렬 씨에게 가장 화려한 해는 아닐지 몰라도 가장 행복한 해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예능 마니아다. 일주일동안 하는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현재 대세는 <남자의 자격>과 <천하무적 야구단>(이하 <천하무적>)이다. <패밀리가 떴다>와 <무한도전>은 깔고 가는 시청률, 즉 이미 쌓아둔 시청률이 있는 반면 <천하무적>은 포맷 자체가 신선하다. <천하무적>의 성공 요인은 다양한 양념이다. 어떻게 보면 성장 드라마고, 또 어떻게 보면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고, 진실성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사실 봐주기 논란도 꽤 있는데 시청자들이 그만큼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거 아니겠나.
● 김 :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스윙을 표 날 정도로 슬슬 한다든지, 주 전 멤버를 빼버린다든지, 우리가 보기에도 봐준다 싶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충주 팀과 경기를 할 때는 정도가 너무 심해서 야구하는 사람으로서 창피하기도 했다. 화를 내야 하나, 어필을 해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야구 동호회 분들은 단지 연예인 팀과의 친선 경기일 뿐이니 TV에 많이 나가고 싶을 수밖에 없지 않나.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솔직히 콜드 게임이면 한 번도 못 비추고 끝나는 선수도 있을 테니까. 우리가 앞으로 실력이 좋아지면 그런 자존심 상하는 일은 당연히 사라지겠지.
● 강 : 예능이니까 재미가 필수지만 경기할 때만큼은 예능을 배제해야
된다고 본다. 요즘은 보고 있으면 “이거 너무 다큐 아니야?” 하며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된다.
● 이 : 솔직히 처음엔 상대 팀이 봐주기도 했다. 아니 봐준다기보다는 평일에 시합하러 나오기 어려운 회사원들이라 어쩔 수 없이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기도 했다. 연합팀을 만들어서 경기를 하기도 하고, 그러니 선수를 빌려와놓고 출전시키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고, 모든 선수에게 고루 기회를 주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선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보일 수밖에.
● 정: 처음 9명의 멤버가 꾸려졌을 때만 해도 올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내조의 여왕>의 오지호와 <꽃보다 남자>의 김준이 인기의 중심일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면 딱히 그렇지 않다는 것도 신기하다. 한민관이 초반에 대단히 잡기 어려운 공을 글러브로 빨아들이듯 잡아낸 적이 있는데 평소 볼품없어 보이는 그가 그렇게 매력 있어 보일 수가 없더라. 그때는
오지호고 김준이고 눈에 안 들어오던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김 : 맞다. <천하무적>에서는 무조건 야구를 잘해야 된다. 얼굴도 연기도 끼도 다 필요 없다.(웃음) 처음엔 스텝들도 동호는 아이돌이어서, 김준은 F4여서, 마르코는 <우리 결혼했어요> 끝나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니 당연히, 이런 식으로 주전을 꼽았는데 이젠 그 셋이 벤치를 지킬 때도 있다. 요즘엔 나도 선수가 잘하면 너무 이뻐 보인다. 동호는 소년가장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잘하지 않나. 동호는 어린 친구지만 승부욕은 누구 못지않다. 공 하나를 놓쳐도 한숨을 푹 쉬고 삼진을 당하면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얼굴을 한다. 때론 안쓰럽기까지 했는데 요즘에 물이 오른 거 보면 정말 반갑다.
● 이 : 근성이 보통이 아니다. 동호가 스스로 잘 이겨낸 거다. 아마 보통 아이였으면 중간에 빠지지 않았을까? 누가 뭐라 하는 건 아니라도 그 거칠고 대단한 형들 기에 눌려 지레 포기했을 거다. 그런데 동호는 두세 번 게임하고 나니 점점 자기 페이스를 찾아 가는 게 눈에 보이더라. 요즘 보면 뭘 해도 성공할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민관은 체력은 약하지만 센스도 있고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데 <개그콘서트> 연습이 장난이 아니다. 일주일 내내 연습이라 야구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는 게 안타깝다.
● 김 : 동호고 민관이고 어느 순간 모두가 가족이 되어버렸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갈지 몰라도 이 사람들하고 평생 가지 싶다. 지금은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월요일에 만나는 게 기다려진다. 서로 보고 싶다는 문자를 주고받기도 하고. 김 감독님만 빼고.(웃음)
● 이 : 김C 감독이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면서부터 선발 라인업을 정할때가 제일 괴롭다고 한다. 누굴 후보로 빼겠나. 그러니 요즘 가장 심란한 사람이 아마 감독님일 거다. 배팅오더 짤 때 혹시 마음이 흔들릴까봐 선수들과 가까이 하지도 않는다. 우리와 친하면서도 회식 같은 자리엔 안 온다. 완전 프로야구 감독 마인드다. 코치인 나도 부담스러운지 차 안에서도 자는 척한다.
● 김 : 지금 <천하무적>에서 가장 가족애를 느끼는 사람은 아마 백 단장(백지영)일 것 같다. 우리 이겼을 때 지영이가 우는 거 보면서 내가 눈물이 다났다. 지영이는 정말 야구를 사랑하게 됐다.
● 정 : 단장이 왜 필요하냐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백지영 씨의 역할이 크다. 백지영 씨에게 야구 룰을 가르치는 과정들이 야구를 잘 모르던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나. 중계 석에 앉아 백 단장이 캐스터 허준에게 한 마디씩 던지는 질문들이 또 다른 타입의 해설이라 생각한다.
● 이 : 맞다. 실제 야구 중계라면 해설자가 그런 초보적인 지식은 알려주지 않는다. 백지영 씨와 같은 시선을 가진 여성 팬들이 야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백지영 씨도 요즘 밖에 나가면 ‘백단장’으로 다들 부른다고 좋아하더라. 솔직히 백지영 씨니까 이 거친팀에서 버틸 수 있는 거다.
동료애를 배우다
● 강 : 예능이라면 웃겨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천하무적>은 성장을 하고 웃음을 만들어내니까 져도 자연스럽고 이겨도 자연스럽다. 아마 천하무적 팀이 되고 나서 달라진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 본인들 스스로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 이 : 야구 자체가 중요하지만 단체 생활을 하면서 끈끈한 정을 쌓고 배워간다는 것도 중요하다. 동료애라는 걸 어디 가서 이렇게 배우겠나.
처음엔 아무래도 갈등도 있고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이젠 한 팀이라는걸 모두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 김 : 평상시엔 별다르지 않은데 일을 할 때는 많이 달라진 걸 느낀다. 일단 아들 주한이에게 부끄러운 아버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예전부터 나는 존경하는 분을 들라고 하면 언제나 아버지를 꼽았다.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네 옆에 있는 친구를 가장 소중히 여겨라’ 하셨는데 그 당시엔 가슴에 와 닿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말씀이 진리라는 걸 안다. 그래서 아버지 말씀대로 사람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고, 내 아들 주한이에게도 그 말을 남길 거다.
● 강 : 시청자 입장에서 제일 궁금한 건 새 멤버 영입의 가능성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9명으로 간다고 했지만 부상으로 충원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김성수 들어왔지, 조빈 들어왔지, 이런 식으로 플래툰 용병이 계속 들어오는 건 아닌지.
● 김 : 시청자들이 처음 취지와 다르게 잘하는 멤버를 왜 넣느냐는 지적들을 하신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부상 때문에 들어왔지만 결과적으로 큰 힘이 됨을 부정할 수 없다.(웃음)
● 이 : 이하늘 씨 부상, 마리오 부상,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다른 멤버를 데려 올 수밖에 없었다. 김성수 씨도 한 회만 도와줄 생각으로 왔는데, 당시에 전주 구장에 만여 명의 관중이 들어찼고 김성수 씨가 주자 만루에 조커 역할을 해주겠다며 마운드에 올랐는데 말도 안 되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 와서 직접 보기 전까지는 우리가 대충 슬렁슬렁 할 줄 알았나 보더라. 그런데 막상 함께 경기를 해보고 나니 팀원들의 열의가 온몸으로 느껴져 입단을 결심하게 된 거다. 우리로서는 운이 좋았던 거지.
● 정 : 프로그램도 운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1박 2일>도 한창 상승세일 때에는 마치 짠 것 같은 의외의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천하무적>은 운을 탔다.
● 이 : 하긴 그렇다. 동호가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놓고, 짜놓은 것처럼 늘 한 점차로 이기고 지니 의심을 살 만하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지 않나.
잘 치는 것보다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 김 : 처음에는 마르코의 성장 드라마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각자의 성장 드라마로 발전했다. 마르코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야구는 수비’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거다. 이경필 코치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
이 ‘내가 잘 치는 것보다 하나 더 막는 게 더 중요하다’인데 마르코는 계속 칠 생각이 앞선다. 확실히 남미 쪽 스타일이니까 수비보다는 공격이 자기 스타일이겠지. 그러다 요 근래 마르코가 수비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칭찬을 해주면 정말 열심히, 더 잘 한다. 우리 주한이에게 하듯 잘한다, 잘한다 얼러야 하는 친구다.(웃음)
● 이 : 방송이라는 게 타격에만 포커스를 맞춘다고 생각하더라. 마르코에게 ‘수비 실책이 잦으면 아무리 타격이 좋아도 뺄 수밖에 없는 게 야구다, 이건 축구가 아니다, 라고 했더니 알아듣고 수비 연습을 시작하더라.김준도 타격은 그다지 시원치 않지만 수비가 월등이 좋으니 주전이 아닌가.
● 정 : 나도 잘 친 것보다는 잘 잡은 것만 기억난다. 아까 말한 한민관의 환상적인 플레이와 김준, 마리오, 마르코, 동호가 어려운 공을 잡아준 장면들이 지금도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그런데 야구계에서는 <천하무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아까 듣자니 롯데의 홍성흔 선수는 빼놓지 않고 본다던데.
● 이 : 야구인들도 <천하무적>을 고마워한다. 특히 홍성흔 선수는 우리 2승할 때 울었다더라. 이번에 추신수 선수가 온 것도 정말 감격스러웠다. <천하무적>이 추신수 선수와 함께 한다는 자체만으로 우리는 복 받았다 생각한다. 추신수 선수는 메이저리그 대기록 선수이지 않나. 그만큼 야구계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 김 : 방송이 끝나면 류현진, 이용규 같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대부분 실책을 나무라는 전화여서 아쉽지만.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 소리가 ‘좋겠다, 좋아하는 거 하면서 돈 벌어서’ 라는 말이다.
● 정: 솔직히 이경필 씨도 나름 대단한 이력을 지닌 분인데 이런 오합지졸들(?)의 코치를 맡는다는 게 의외였다.(웃음)
● 김: 처음에 코치도, 감독도 없이 마냥 헤맬 때 중간 중간 경필이가 와서 성심껏 도와주었으니 우리에겐 은인이다. 개인 레슨도 해주고 궂은 일도 많이 맡아주고,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저 정도까지 해야 돼? 했는데 경필이가 봐준 이후 모양새가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어차피 이젠 한 배를 탄 가족이라 어디 갈 생각도 못한다.
● 강 : 그런데 너무 야구가 메인이다 보니 야구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안 보게 되지 않을까? 예능은 편집이라는 게 있는데 야구는 편집이 안 되니까. 반 이상이 경기 중계니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은 흥미가 떨어져 마이너스일 것 같은데.
● 이 : 그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예능 할 때는 시청률이 안 나온다더라.분당 시청률이라는 게 있지 않나. 게임할 때는 상승 곡선인데 예능만 하면 하향세라 한다. 그러니 경기 위주가 될 수밖에. 예능은 경쟁 프로그램에서 다 하니까 우리는 야구 위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강 : 아쉬운 점을 또 하나 들자면 갈등 구조가 좀 부족한 느낌이다. 서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모든 캐릭터가 다 순하고 착하고 우리 친구,우린 가족, 이런 것들이 때로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다. 정말 저렇게 다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초반에 이하늘과 임창정 사이에 있었던 갈등이나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정준하를 괴롭히는 정도, 그정도 갈등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 정 : 우리나라 정서에는 악역이 그다지 적절치 않다. Mnet <슈퍼스타K>도 <아메리칸 아이돌>과는 달리 인간미 위주로 갔다. 그리고 <천하무적>은 리얼 버라이어티라기보다는 오히려 다큐에 가까운데 악역을 일부러 만들어 넣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연히 갈등이 발생하면 굳이 애써 가릴 건 없겠지만.
● 이 : 실제 우리는 대본도 한 장 없고, 심지어 어느 팀과 경기를 하는지 현장에 집결해서야 겨우 듣는다.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캐릭터라도 잡아줄텐데 우린 그것도 없다. 그런 실정인데 갈등을 어떻게 만들며 악역을 누가 자처하겠나. 더구나 스포츠는 팀플레이인데 무슨 악역인가. 언제 한번 구경와봐라. 그게 가능한가.
● 김 : 악역이랍시고 감독에게 연습 못 하겠다, 시키는 대로 못 하겠다고 덤볐다간 결과가 어떻겠나. 나만 손해다.(웃음)
● 강 : 그럼 우리 치어리더들이라도 동호랑 엮어 러브라인을 만든다든가,어떻게 좀 활약을 펼치면 안 될까? 신인이지만 너무 병풍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1분도 제대로 안 나오니까 아쉽다. 오디션 볼 때만 해도 뭔가 이야깃거리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리고 캐스터 허준 얘기도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공중파는 처음인 것 같은데 수위 조절도 잘하고 김C 옆에서 기 안 죽고 그 정도 변죽을 울린다는 게 대단하다.
● 이 : 허준이 예능은 다 책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입으로 우리들을 떡 주무르듯 주무른다. 신인으로 보이지만 이미 철저히 준비된 신인이다.
● 김 : 하늘이 형이 요즘 발목 부상 때문인지 정신적으로도 약간 슬럼프상태다. 야구 실력은 노력을 해서 많이 늘었는데도 김성수와 동호가 발군의 실력을 보이자 밀리는 느낌이 드나 보다. 승부욕이 워낙 강하니 자기 자신한테 화가 나는 거다. 이게 슬픈 건지 우스운 건지 모르겠는데 하늘이 형과 이현배는 뛰다가 다쳐도 절대 내색을 안 한다. 다친 기색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또 밀린다는 느낌, 그게 너무 싫은 거다.
● 이 : 하늘이 형은 다음에 태어나면 꼭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 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팔굽혀펴기를 하루에 백 개씩이나 하고 연습도 세 차례나 한다. 그러면서도 나보고 또 그런다.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쳐달라고.
● 강 : 프로야구 선수들도 시즌별로 슬럼프를 겪는데 하물며 아마추어가 불안한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야구열풍을 불러오다
● 김 : <천하무적> 때문에 야구 인구가 정말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회인 야구단 홍보대사’가 되지 않았나. 자주 가는 운동구점이 있는데 요즘 주문량이 너무 많이 늘어 행복하다더라. 내가 즐기면서 해야 게임도 더 잘 풀리고 더 재미있다는 걸 추신수 선수와 함께 한 경기 때 느꼈다. 청각장애를 지닌 성심학교 선수들이 바로 그렇게 야구를 즐기더라. 우리가 졌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 친구들은 늘 지기만 해서 일승을 거두는 게 소원이었다는데, 우리가 그 귀한 일승을 선물했다는 느낌이랄까?
● 정 : 한때 장동건, 손지창, 심은하 주연의 드라마 <마지막 승부> 이후 농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농구를 직접 하기보다는 주로 보러 가는 쪽이었다. 반면 이번 야구 열풍은 나도 던지고 치고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 이 : 사회인 야구인 팀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직접 뛰는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그러니 저걸 왜 못 잡나, 하게 되는 거다. 내가 팀을 만들어 야구를 하면 쟤네들 보다 더 잘할 수 있다, 뭐 그런 생각.
● 강 : 예능 프로그램에 스포츠를 접목시켜 얻을 수 있는 좋은 점들은 <천하무적>이 죄다 뽑아 낸 것 같다. 작가들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노다지가 아닌가. 할 게 너무 많아서 한 명, 한 명씩 따로 찍어도 프로그램 하나가 족히 되고 남겠더라. 프로그램 말미에 보여주는 ‘인간극장’만 해도 4회를 넘어섰는데 곧 마리오의 인간극장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무도 기대 안 하던 마리오가 공을 잡고 울던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야구를 통해 인생의 열정을 품다
● 이 : 열정만큼은 <천하무적>이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코치 입장에서 기대되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꼽자면 일단 마리오다. 완전 반전이었으니까. 마르코도 부드러워지면 많이 좋아질 테고 개인적으로 일취월장해서 팀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원래 야구 좀 했던 선수들이야 나아져 봤자 그다지 표도 안 날 테고.
● 김 : 김성수를 보면서 느끼는 게, 욕심을 안 부린다. 뒤에서 박수 치는 걸 즐긴다. 예능엔 욕심이 있어 다치기도 했지만.(웃음) 그런 마인드를 우리가 빨리 배워야 한다. 예전에 기아 이종범 선수를 보면서도 느꼈다. 당대 최고의 4번 타자가 7번으로 처지고 8번으로 처져도 뒤에서 후배를 격려해줄 수 있는 그릇이라는 게 부러웠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9명이 함께 하는 거니까. 나 혼자 아무리 잘해도 다른 곳에 구멍이 나면 지는 거다.
● 강 : 이 프로그램이 어디까지 갈 거라 생각하나.
● 김 : 성장 드라마의 역할을 마치고 나서 내년쯤이면 수준 있는 리그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너무 큰 욕심일까 싶지만, 아마 제작진도 많은 생각과 계획이 있을 거다.
● 이 : <천하무적>에 선수 출신이 두 명이다. 김C 감독과 나. 내년에 김C가 마흔이 되면 선수 제한 풀려서 뛸 수 있게 된다. 아마 마운드에 서게 된다면 3부 리그 우승은 노릴 수 있지 않을까? PD 이하 제작진을 믿고 열심히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PD가 워낙 봐주는 식의 장난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더 믿음이 가더라.
● 강 : 이처럼 모든 출연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임하는 것도 보기 힘들지 않겠나. 진짜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보이니까, 목숨 걸고 하는 게 보이니까 시청자들이 호응을 하는 거다.
● 이 : 지난번 DJ DOC 콘서트에 갔는데 무대 뒤로 나를 부르더니 타격폼을 물어보더라. 이런 열정을 보이니 결과가 좋을 건 너무나 당연하다.
● 김 : 야구 얘기 하니까 야구 하고 싶다.
야구 생각이 간절해진 김창렬이 시계를 보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늦어진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아쉽게도 수다의 장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월요일 녹화가 끝나고도 이처럼 멤버들 사이엔 야구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군대에서도 야구가 대세라 하고 공원에서도, 운동장에서도, 글러브와 배트를 든 인파가 넘쳐나는 요즈음. 이 모든 것이 <천하무적 야구단> 덕이라 하면 지나치려나? 어쨌든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갈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패밀리가 평생 가리라는 건 확실하다. ‘무릎팍 도사’는 아니지만 한번 외쳐본다. <천하무적 야구단>이여 영원하라~.
HelloTV tip 
<천하무적 야구단>의 열정과 끈끈한 가족애가 궁금하시다면?
본방송 Hellotv > VOD> KBS연예오락> ’천하무적토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