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TV 매거진/2009 12

[Tv Trend]방청객이 선택한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23. 15:54

예능은 게스트발이란 말이 있다.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KBS <박중훈쇼>의 굴욕을 어찌 잊을 수 있겠나. 장동건, 김혜수, 정우성 등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스타들이 총출동했지만 시청자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그런 반면 KBS <1박 2일>이나 MBC <무한도전>의 예를 봐도 연예인 게스트가 초대되었을 때보다는 일반인이 참여했을 때가 훨씬 재미있고 반응도 좋았다. 특히 ‘1박 2일 시청자투어’는 인기 폭발로 지난해에 비해 참가 신청자가 8배나 늘어 무려 12만 건이 넘는 사연이 답지했다고 한다. 대세를 따라서인지 SBS <강심장>도 방청객 투표로 그날의 ‘강심장’을 선정하고 있고, SBS <신동엽의 300>과 MBC<하땅사>도 방청객에게 선택 버튼을 맡긴다. 자료제공 SBS, MBC


 MBC 금요일 오후 4시 20분
<하땅사>

MBC는 <개그야> 폐지 이후 개그 버라이어티 <하땅사>(‘하늘도 웃고 땅도 웃고 사람도 웃고’의 준말)를 신설했다. KBS <개그콘서트> 출연자들을 제외한 현재 활동 중인 모든 개그맨을 다 모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C 이경실,지상렬, 조혜련 등은 물론이고, 박준형이 이끄는 ‘박힌 돌’ M 패밀리는 정종철,김미려 등의 <개그야> 출신 개그맨들이, 정찬우가 이끄는 ‘굴러온 돌’ C 패밀리는 <웃찾사> 출신 개그맨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양 팀이 개그 대결을 펼친 뒤 현장에서 방청객 투표로 승패를 가리게 되는데 시청자로서는 내 웃음 코드가 얼마나 대중적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다. 심사를 온전히 방청객 손가락 끝에 맡긴다는 건 그만큼 대중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각오가 아니겠나. 이긴 팀에겐 100만원의 장려금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코너는 과감히 폐기 처분하는 서바이벌 방식의 <하땅사>가 개그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을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BS 월요일 저녁 10시 10분
<신동엽의 300> 

안타깝게도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MBC 드라마 <선덕여왕>과 맞붙어서 그렇지 <신동엽의 300>은 꽤 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말은 퀴즈쇼지만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방청객 300인의 결정이 도전자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따라서 내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타인의, 그것도 지극히 대중적인 시선을 쫓아야 답을 맞힐 수 있다. 이를테면 첫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바람’의 기준은?”이었다. 도전자는 육체적인 관계가 있어야 바람인지, 아니면 마음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람인지 골라야 한다.40대라면 좀 더 보수적일 테고, 20대라면 좀 더 개방적일 테고. 도전자는 선택 버튼을 쥐고 있는 방청객들의 연령대와 라이프스타일까지 눈여겨봐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푸는 사이 300인의 방청객과 연예인 패널, 그리고 MC 신동엽은 개인적 소견을 피력하는 수다의 시간을 갖는다. 때론 방청객들이 도전자에게 선택을 바꾸기를 종용하고, 도전자는 설득당해 답을 바꾸기도 한다. 방청객은 이미 구경꾼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또 다른 도전자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퀴즈쇼라기보다는 현장 앙케트 쇼다. 아마 창의력 있는 다양한 질문과 개성 넘치는 방청객의 공급이 성패를 가리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