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TV 매거진/2009 12
[Tv 현장 스케치] 강호동 이승기의 <강심장>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23. 17:01
강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강한 토크 배틀
강한 사람이 살아 남는 것일까
살아남은 사람이 강한 것일까
첫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여러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강심장>은 자신만의 개성 강한 진행 스타일을 만들어온 강호동과 현재 가장 핫한 스타 이승기 그리고 언뜻 보기엔 서로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스무명 이상의 스타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토크 배틀 프로그램이다.과연 이들의 조합이 다양한 집단토크 형식의 프로그램들 속에서 어떤 새로움과 즐거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 현재 강호동이 진행하고 있는 <무릎팍 도사>나 <스타킹>과의 차이점은 무엇일지 프로그램의 제작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Editor 최정은 자료제공 SBS
★세트장은 분주하다★
>> 박상혁 피디가 살이 빠졌다 세트 크기부터 다른 토크 예능 프로그램의 두 배가 넘고 카메라도 열 대 이상. 게다가 누구나 알 수 있는 스타급 패널도 스무 명이 넘는다. 처음엔 그 규모에 놀란다. 그러다 정신차리고 찬찬히 살펴보니 피디는 여기저기 뛰어 다니느라 바쁘다. ‘오늘 솔비가 미국 공연 때문에 빠지는 바람에 급히 다른 분을 섭외하느라…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대에서 신호가 온다.
>> 예정된 녹화 시작 시간은 오후 8시. 녹화는 새벽 한두 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7시 30분이 되자 방청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방청객을 이끄는 방청회사의 실장이 박수치는 요령 등을 알려주고 각자 자리에 놓여 있는 버튼 사용법을 알려준다. ‘앞에 사람이 재미있었으면 빨간색, 뒤에 사람이 더 재미있었으면 파란색을 눌러 주세요’ 오호, 방청객들이 토크 배틀의 승자를 결정하는구나… 궁금했던 의문이 하나 풀렸다.
>> 5분 전 이승기가 등장했다. 역시 국민 훈남. 방청석까지 찾아와 깍듯이 인사를 한다. 뒤이어 나온 강호동도 오늘 녹화에
많은 도움 바란다며 인사를 하고 간다.
>> 드디어 시작이다. 역시 강호동은 노련하다. 이승기와의 호흡도 잘 맞아 보인다. <1박2일>의 멤버로서 둘의 조합이 신선함을 줄 수 있을까, 또한 기가 센 강호동의 옆에서 예능 MC 초보인 이승기가 눌리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이승기는 강호동이 이야기를 툭 던지면 그 포인트를 잡아 웃음을 주는 순발력이 대단하다. 강호동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이승기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고 자신에 차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겠다.얼마 전 <강심장>에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가 나와서 곰이 호랑이를 키운다고 했던가.날카로운 지적이다.
★셀프 오프닝 시간이다.★
>> <강심장>은 크게 두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고 시작하는 셀프 오프닝 그리고 주제에 맞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토크 배틀이다.
>> 일단 셀프 오프닝만 두 시간 반이 걸렸다. 기회는 모두에게 거의 골고루 주어진다. 오프닝 토크에서 그냥 넘어가는 사람은 없다. 단지 편집당해 방송에 나오지 못할 뿐이다. 강한 이야기를 들고 나오든지 아니면 던져주는 떡밥을 물어가든지 주저하는 사이에 이미 발언권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있다.
물론 메인 게스트를 배려하는 부분은 있다. 메인 게스트가 빵빵 터뜨려주지 못하면 계속 다른 주제로 방송 분량을 확보해 주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스무 명이 넘는 스타 패널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렇다면 이 많은 패널들은 왜 필요한 것일까? <강심장>은 크게 고정 패널과 스페셜 게스트로 구성되는데 고정 패널의 경우 새로 초대된 스페셜 게스트보다 토크에 있어 배려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아무런 토크 없이 단지 뒤에 앉아 있다고 해서 쓸모 없는 병풍이라 생각하면 안 될 듯하다. 고정 패널은 각자
나름대로의 임무가 주어져 있으며, 스페셜 게스트는 짧은 시간 안에 자기 자신을 알리고 홍보하며 토크 배틀을 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져 있다.
<강심장>에서 김영철과 김효진은 본인의 이야기보다는 현장에서 소외되거나 포인트를 잡지 못하는 게스트의 보조 역할을 주로 한다. 또한 MC인 강호동의 강약을 조절한다. 강호동의 멘트는 때로 너무나 직설적이어서 패널들이 당혹스러워 할 때가 있다. 그때 이들은 쩔쩔매는 패널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약한 패널들의 잽을 강한 한방으로 만들어 강호동에게 날리기도 한다. 덕분에 패널들은 긴장이 풀리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솔비나 낸시랭은 기가 센 패널인데 일견 별역할 없이 뒤에 앉아 있는 듯 보이나 <강심장> 속에서 묘한 긴장감을 유발해 이야기가 한쪽으로 흐를 때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언젠가는 재미있어질 것 같은 주비 트레인도 마찬가지다. 또한 <강심장>에서 중요한 패널은 이특과 은혁인데 이들은 강심장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MC와 패널들의 주고받기 식 구도에서 중간에 치고 나와 긴장을 완화해 주기도 하고 춤과 노래에 얹은 개그로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도 한다. 붐의 입대 후 그 공백을 가장 빠르게 메워주고 있는 듯 보인다.
>> 두 시간 반의 셀프 오프닝이 끝난 후 잠깐의 휴식시간. 모두 대기실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간식을 먹기도 하며 곧이어 있을 토크 배틀을 준비한다. 이젠 전쟁이다.
★드디어 토크 배틀이 시작되었다★
>> 오늘의 주제는 ‘잘 나가거나 뒤로 밀리거나’ 이다.
패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조그만 판에 적어 앞에 세워놓는다. 순서는 MC가 정한다.
첫 패널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가 싶더니 이야기가 가지를 치기 시작한다. 이미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강호동의 노련함은 여기서 발휘된다. 이야기가 흐름에서 많이 벗어난 듯하면 어김없이 정리를 하고 다른 게스트에게 발언권을 넘긴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으려면 자기 자신에게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가 자칫 재미 없을 경우 통편집의 아픔이 생긴다. 중간에 애드리브를 치고 나갈 배짱이 필요하다. 그마저 힘들다면 리액션이라도 크게 해야 살아남는다.
>> 패널들의 이야기는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며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강심장>은 MC와 패널 그리고 패널과 패널의 다양한 관계 속에 토크가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얽혀 강한 한 방으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며, 강심장의 참신함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 하지만 토크를 지켜보는 내내 들었던 의문 한 가지. 토크 배틀의 주제는 왜 있는 것일까?
최후에 강심장으로 등극하는 패널들은 주로 감동적 스토리를 들고나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물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하나 이것이 처음 제시된 주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것은 어떤 주제라는 작은 산을 올라가기로 하고 시작된 토크가 산을 오르긴 올랐는데 옆 산은 아니었는지의 문제다. 처음부터 이것을 용인하고 <강심장>이 계속 진행된다면 주제와는 상관없는 감동적 이야기로 강심장이 결정되어 주제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강심장>에서 주의해야 할 또 한 가지는 패널들 간의 폭로전이다. 패널들 간 관계의 의외성은 이 프로그램에 있어 시청자들에게 가장 신선하게 와 닿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관계가 스캔들이나 폭로에 의한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폭로는 강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하나 결국은 프로그램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무리수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시청자들은 점점 더 센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이는 제작진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긴 녹화 후 강심장이 결정되고 프로그램은 끝이 났다. 시계를 보니 녹화 시간만 6시간을 넘겼다.
전 출연진과 스태프들 그리고 방청객들이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인사를 한다.TV에서 1시간 20분을 보여주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는 걸 느낀다. 더불어 녹화가 진행된 6시간 동안 나의 심장도 강하게 단련되었음을 느낀다.
★진정 강한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란다★
이미 <강심장>은 세상을 향해 시청자와 함께 힘차게 뛰기 시작했고 뛸 준비가 된 많은 시청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무릎팍 도사>보다는 가볍고 <스타킹>보다는 패널 중심적이며 <세바퀴>나 <붕어빵>보다는 타깃 연령층이 넓은 강심장이다. 그 ‘다름’에 강심장만의 ‘참신함’을 더해 팍팍한 이 현실에서 강한 웃음으로 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