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TV 매거진/2010 03
[Zoom In] 데니안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4. 16:14
<추노>에서 god의
‘데니안’은 없다
아무리 잘나가던 아이돌이라 해도 드라마만 찍었다
하면 속된 말로 가루가 되게 까이는 게 현실이다. 인기만
믿고 물색없이 주인공 자리 덥석 꿰찼다가 좌절의 늪에
빠진 아이돌이 어디 한둘이었나. 그들이 밟은 지뢰밭을
용케 피해간, 오히려 호평 일색인 KBS <추노> 백호 역의
데니안. 여주인공 혜원(이다해)의 호위 무사로 혜원에
대한 ‘그림자 사랑’이 애절하다.
그는 특별히 운이 좋았던 걸까?
아이돌 출신이 아침 드라마를? 만약 드라마를 하게 된다면 일일극부터 했으면 했다.
두세 대의 카메라가 이어가며 찍는 호흡 긴 일일극이 갈 길이 먼 초보에게는 딱이
다 싶어서다. 마침 연극 <클로저> 두 번째 공연을 마칠 즈음 MBC 아침 드라마 <순
결한 당신>에 합류할 기회가 왔고 그다지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망설임 없이 선택
했다. 아버지 역의 강남길 선생님 이하 여러 선배님들 덕분에 촬영 자체가 연기 수
업이었다. 그래도 천하의 god거늘 너무 비중 없는 역할이 아니냐고? 천만에. KBS
<추노>로 받은 호평의 공은 모두 강남길 선생님께 돌려야 마땅하다. 스튜디오 촬
영 때 대기실로 부르셔서 대본 보는 방법부터 카메라 넘어가는 타이밍까지 세세
히 하나하나 일러주셨다. 비급을 전수받는 기분이었다. 어머니 역의 이휘향 선생
님께도 많은 걸 배웠다. 손수 만드신 케이크며 과자, 떡은 지금도 그립다.
민망한 기억 시청자들은 다행히 <순결한 당신>부터 기억하지만 실은 민망한 이력
이 있음을 고백한다. <기다리다 미쳐>라는 영화에서는 심지어 주인공이었고 중국
에서도 한 작품 찍었지만 스스로 심히 부끄러운 연기였다. 연기에 ‘연’ 자도 몰랐
던 시절의 무모한 도전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턱없이 부족함을 통감한 뒤 어떻
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연극 <클로저>에서 러브콜이 왔다. 솔
직히 생전 처음 해보는 연극이라 두려웠고 정극 연기가 버겁기도 했지만 나름 민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썼고 연이어 <나생문>, <벚꽃동산> 등 몇 편의 연극 무대
에 서며 연기의 맛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게 됐다. 어쨌든 민망하든 어설프든
이런저런 경력들이 한 켜 한 켜 쌓여 훗날의 단단한 초석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그렇게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꼭대기에 올라 정점을 찍었다가
추락을 해봐서인지 크게 두려운
건 없다. 기복이 심한 삶 덕에
오히려 긍정적이 되었지 싶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자신을 백지
상태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god는 나에겐 생명
같은 존재지만 무에서 유를 창출하듯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
백호가 데니 맞아? <추노>를 하는 동안 가장 듣기 좋았던 소리는 ‘백호가
데니였어?’다. 사극 분장, 특히 수염 덕일 수도 있겠는데 ‘god의 멤버 데
니안’에서 벗어나 드디어 연기자로 인정받게 되었지 싶어 내심 흐뭇했
다. god 활동을 접는다고 결정 난 뒤 각자 솔로로, 연기자로 자신의 자
리를 찾아가는데 혼자만 자리를 못 찾은 채 방황했다. 한참 동안 활동을 쉬며
진로를 고민하던 당시가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데니안은 어떤 사람이냐고? 최근 오락 프로그램에서 ‘작업 안데니 선생’이
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그야 웃자고 하는 얘기고 실은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편이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상대방도 호감이 있다는 확신이 서
야 손을 내민다. 술, 담배에도 관심이 없어서 다섯 명의 친구가 함께 꾸
려가는 쇼핑몰 ‘플라워 파워’가 나에겐 일종의 ‘마실’인 셈이다. 숨통을 틔워주는
공간이라고 할까? 어릴 때 집안이 그다지 어려웠던 건 아니지
만 우유배달, 신문배달, 마트의 잡일부터 서빙 아르바이트까지 별의별
일을 다 해봤다. 그렇게 밑바닥에서 시작해 꼭대기에 올라 정점을 찍었
다가 추락을 해봐서인지 크게 두려운 건 없다. 기복이 심한 삶 덕에 오히
려 긍정적이 되었지 싶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자신을 백지 상태로 만드
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god는 나에겐 생명 같은 존재지만 무
에서 유를 창출하듯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
연기자 황정민을 닮고 싶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의 한 대 치고 싶을 정
도로 지극히 비열한 역할, 여력이 된다면 언젠가 그런 연기를 꼭 한번 해
보고 싶다. 너무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거나, 너무 양아치스럽거나, 너
무 악랄한, 한쪽으로 치우친 캐릭터들이 매력 있다. 예능은 현재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 MBC every1 <하쿠나 마타타>의 고정 MC인데 MBC 웨딩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도 은근히 끌린다. 요즘 좀 외롭나 보다. M.net <스캔들> 출연
이후 제의가 올까 싶었는데 연락이 없더라.
Writer 정석희 TV칼럼니스트
‘데니안’은 없다
아무리 잘나가던 아이돌이라 해도 드라마만 찍었다
하면 속된 말로 가루가 되게 까이는 게 현실이다. 인기만
믿고 물색없이 주인공 자리 덥석 꿰찼다가 좌절의 늪에
빠진 아이돌이 어디 한둘이었나. 그들이 밟은 지뢰밭을
용케 피해간, 오히려 호평 일색인 KBS <추노> 백호 역의
데니안. 여주인공 혜원(이다해)의 호위 무사로 혜원에
대한 ‘그림자 사랑’이 애절하다.
그는 특별히 운이 좋았던 걸까?
아이돌 출신이 아침 드라마를? 만약 드라마를 하게 된다면 일일극부터 했으면 했다.
두세 대의 카메라가 이어가며 찍는 호흡 긴 일일극이 갈 길이 먼 초보에게는 딱이
다 싶어서다. 마침 연극 <클로저> 두 번째 공연을 마칠 즈음 MBC 아침 드라마 <순
결한 당신>에 합류할 기회가 왔고 그다지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망설임 없이 선택
했다. 아버지 역의 강남길 선생님 이하 여러 선배님들 덕분에 촬영 자체가 연기 수
업이었다. 그래도 천하의 god거늘 너무 비중 없는 역할이 아니냐고? 천만에. KBS
<추노>로 받은 호평의 공은 모두 강남길 선생님께 돌려야 마땅하다. 스튜디오 촬
영 때 대기실로 부르셔서 대본 보는 방법부터 카메라 넘어가는 타이밍까지 세세
히 하나하나 일러주셨다. 비급을 전수받는 기분이었다. 어머니 역의 이휘향 선생
님께도 많은 걸 배웠다. 손수 만드신 케이크며 과자, 떡은 지금도 그립다.
민망한 기억 시청자들은 다행히 <순결한 당신>부터 기억하지만 실은 민망한 이력
이 있음을 고백한다. <기다리다 미쳐>라는 영화에서는 심지어 주인공이었고 중국
에서도 한 작품 찍었지만 스스로 심히 부끄러운 연기였다. 연기에 ‘연’ 자도 몰랐
던 시절의 무모한 도전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턱없이 부족함을 통감한 뒤 어떻
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연극 <클로저>에서 러브콜이 왔다. 솔
직히 생전 처음 해보는 연극이라 두려웠고 정극 연기가 버겁기도 했지만 나름 민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썼고 연이어 <나생문>, <벚꽃동산> 등 몇 편의 연극 무대
에 서며 연기의 맛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게 됐다. 어쨌든 민망하든 어설프든
이런저런 경력들이 한 켜 한 켜 쌓여 훗날의 단단한 초석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그렇게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꼭대기에 올라 정점을 찍었다가
추락을 해봐서인지 크게 두려운
건 없다. 기복이 심한 삶 덕에
오히려 긍정적이 되었지 싶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자신을 백지
상태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god는 나에겐 생명
같은 존재지만 무에서 유를 창출하듯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
백호가 데니 맞아? <추노>를 하는 동안 가장 듣기 좋았던 소리는 ‘백호가
데니였어?’다. 사극 분장, 특히 수염 덕일 수도 있겠는데 ‘god의 멤버 데
니안’에서 벗어나 드디어 연기자로 인정받게 되었지 싶어 내심 흐뭇했
다. god 활동을 접는다고 결정 난 뒤 각자 솔로로, 연기자로 자신의 자
리를 찾아가는데 혼자만 자리를 못 찾은 채 방황했다. 한참 동안 활동을 쉬며
진로를 고민하던 당시가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데니안은 어떤 사람이냐고? 최근 오락 프로그램에서 ‘작업 안데니 선생’이
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그야 웃자고 하는 얘기고 실은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편이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상대방도 호감이 있다는 확신이 서
야 손을 내민다. 술, 담배에도 관심이 없어서 다섯 명의 친구가 함께 꾸
려가는 쇼핑몰 ‘플라워 파워’가 나에겐 일종의 ‘마실’인 셈이다. 숨통을 틔워주는
공간이라고 할까? 어릴 때 집안이 그다지 어려웠던 건 아니지
만 우유배달, 신문배달, 마트의 잡일부터 서빙 아르바이트까지 별의별
일을 다 해봤다. 그렇게 밑바닥에서 시작해 꼭대기에 올라 정점을 찍었
다가 추락을 해봐서인지 크게 두려운 건 없다. 기복이 심한 삶 덕에 오히
려 긍정적이 되었지 싶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자신을 백지 상태로 만드
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god는 나에겐 생명 같은 존재지만 무
에서 유를 창출하듯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
연기자 황정민을 닮고 싶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의 한 대 치고 싶을 정
도로 지극히 비열한 역할, 여력이 된다면 언젠가 그런 연기를 꼭 한번 해
보고 싶다. 너무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거나, 너무 양아치스럽거나, 너
무 악랄한, 한쪽으로 치우친 캐릭터들이 매력 있다. 예능은 현재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 MBC every1 <하쿠나 마타타>의 고정 MC인데 MBC 웨딩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도 은근히 끌린다. 요즘 좀 외롭나 보다. M.net <스캔들> 출연
이후 제의가 올까 싶었는데 연락이 없더라.
Writer 정석희 TV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