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TV 매거진/2011 01

[COVER STORY] 김성수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 14. 17:05

 

김성수

PASO DOBLE

김성수가 막 연기자로 발을 떼었을 때를 돌아본다.예능과 시트콤이라는 새로운 발자국을 남긴
2010년을 돌아보며 새로이 시작하는 2011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 남자는,스스로를 찾아 나가는 ‘끝이 없는’ 과정을
자신의 보폭을 충실히 지키며 걸어간다.마치 에스파냐의 무곡 ‘PASO DOBLE (파소도블레)’의
우직한 소처럼 정열적인 투우사처럼, 경쾌하나 당당하게.그게 김성수의 발걸음이다.

_인터뷰 _정석희 & Creativia | 글 _Creativia | 사진 _김영준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기억나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염치가 좀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관련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생각해 보면 그땐 참 일을 하고 싶어서 열정만 앞섰던 것
같아요. 98년에 모델로 데뷔했어요. 항상 연기가 꿈이었는데, 방법을 모르니까 비주얼로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그때는 요즘과 다르게 연기자로 전환이 어려웠어요. 그런 사람이
드물었고 편견이 굉장히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매니지먼트도 없었지만 연기가 하고 싶어서 무작정 오디션부터 봤어요. 그게 <벡터맨>이었죠.
아이들이 보는 히어로물이란 장르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하고 나서 보니 그건 연기
축에도 못 끼고 프로필에도 못 넣는 거예요. 자연히 한동안 일이 없었죠.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을 안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모델 일을 계속하던 차에 시나리오를 받게 되는데 그게 바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에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그때만 해도 그런 제목이 쑥스럽던 시절이고,
지금 봐도 파격적인 장면이 많았어요. 노출도 심했고요. 신인인데 부담스럽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아직도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어요. ‘넌 그때 연기가 제일 좋았다’고. 영화라는 게 사실
생활의 연장이잖아요. 성생활이라든가 남녀간의 이별이라든가. 그래서 몰입이 쉬웠죠. 그런데 그 뒤로
또 캐스팅이 안 되는 거예요. 벡터맨>은 벡터맨>대로 문제였고,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그 작품대로 문제였어요. 그러다가 오종록 감독님이 저를 직접
캐스팅하셔서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를 찍게 됐어요


김성수씨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었을 것 같아요.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라마였고,
공중파 첫 데뷔작이기도 했으니까요.


3개월간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연기자의 자세라든지, 인성이라든지.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사랑한다 말해줘>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보다 연기가 못하다고 생각해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같은 경우는 우리끼리 연습도 많이 하고, 배우들 의사도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편했어요. 그런데 드라마는 시키는 대로 딱 해줘야 하는, 정형화된 틀이 있더라고요.
드라마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머리로는 알겠는데 표현하는 것이 당시에 너무 어려웠죠. 정말 욕도 많이
먹었어요. 군대 제대하고 나서 그렇게 욕 많이 먹은 거 처음이었어요.
<사랑한다 말해줘는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감성은 이해를 했는데
연기 스킬이 없어서 캐릭터를 못 풀었던 감이 있죠. 시기적으로 저한테 좀 빨랐던 작품이었어요.


그 뒤에 <풀하우스>와 <유리화>를 찍으시면서 완전히 ‘김성수’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셨잖아요.
근데 그 다음에는 전혀 다른 색깔의<누나>를 찍으셨어요. 미니시리즈에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였어요.


당시에 제가 누나 말고 고민하던 작품이 하나 더 있었거든요. 트렌디한 드라마를 할 것인가 아니면
멀리 보고 연기에 도움이 되는 드라마를 할 것인가. 그러다 누나를 선택했는데 시청률이 잘 나오진
않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오현경 선생님, 박근형 선생님을 비롯해서 쟁쟁한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어요.
강남길 선배님이 막내셨을 정도니까요. 정말 좋은 교수님들이 많은 학교를 다닌 거죠. 덕분에 배우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의외로 시트콤을 하셨어요. 항상 무게감 있는 역할만 맡으시다가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신 거잖아요. 아무래도 <천하무적 야구단>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기존 이미지 때문에 <볼수록 애교만점>의 철없는 캐릭터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적응을 못할 수도 있었는데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그런 걸 많이 상쇄시켜준 것 같아요..


그런 것 때문에 시트콤 섭외가 들어온 것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코미디 연기를 참 해보고 싶었어
요. 저는 오지랖이 좀 넓은 편이라 인생을 복잡하게 살아서 개인적으로는 즐겁고 재미있는 걸 좋아해요.
우울한 영화를 보는 것보다 재미있는 영화 보는 걸 훨씬 더 좋아하죠. 제 인생하고 반대되는 코믹 연기
를 하면 즐거울 것 같았어요. 어쨌든 <천하무적 야구단>을 안 했더라면 접근이 쉽진 않았겠죠.



그럼 반대로 예능이나 시트콤의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다음 작품을 하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지 않으셨어요?.


제가 연기에 관해서 완벽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았더라면 그런 걱정을 하겠죠. 그렇지만 제가 그런
사람도 아니고, 걱정을 많이 하고 사는 사람도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기준에 작품 선택이 잘못됐던
것들이 꽤 있어요. <벡터맨>이나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도 그랬죠. 그런데 길게 보면 그건 제 연기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닌 작은 점일 거라 생각해요. 어떤 것들을 시도하는 데 지장이 있을 거라고 몸을
사리기 시작하면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요? 하고 싶다면 일단 다 해보고,
거기에서 깨닫고, 조금씩 발전하면 되는 거죠.



최근엔 토크쇼도 시작하셨죠? <승승장구>를 보면서 김성수씨가 자존심을 지키기보다는 분위기와 팀을 생각하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김성수씨가 자진해서 망가져 주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게 없으면 <승승장구가 지금처럼 될 수가 없거든요.

제가 <승승장구>에 들어간 건 승우형의 벽을 허물기 위한 것이 크죠. 내가 망가지지 않는데 승우형한테
시킬 수는 없잖아요.김성수가 그 말을 시키는 대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대요. 그런데
저는 사실 불꽃스트라이크까지는 생각을 못했지만 <벡터맨>을 써먹을 거라고는 예상을 했었어요.
예능이라는 게 저를 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하니까, 제가 싫다고 하면 스태프들 손발을 묶어놓고 일하는
거죠. 대신 내가 정말로 하기 싫다고 하는 건 안 시켜요.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고 배려가 있는
현장이었어요.



김성수씨 성격상 하기 싫다고 하신 것들이 많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싫다고 한 거 굉장히 많았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아, 이런 것들. 원래 스포츠는 진지한 건데 예능은
성격이 좀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경기에서 실수했을 때, 예능이면 사람들이 좀 장난같이 넘어가요.
미안한 마음에 춤을 춘다던가, 캐릭터 성격상 그냥 웃자고 드러누워 버리던가. 그게 예능이잖아요.
근데 저는 못 그래요. 스포츠는 정말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데 그걸 예능으로 바꿀 수가 없는
거예요. 저는 그러면 진짜 화가 나요. 제가 들어와서 <천하무적 야구단> 색깔이 많이 바뀌었어요.
저 때문에 프로그램에 예능 색이 없어져서 폐지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야구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한 해 동안 예능도 하시고, 시트콤도 출연하시고, 토크쇼까지 나오시면서 많은 것을 시작
하셨잖아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편이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정말 피곤하죠. 저는 뭔가를 시작하면 잘 끝내지 않아요. 초등학교 때 탁구를 쳤는데
아직도 쳐요. 다이어트를 하려고 복싱을 했는데 아직도 복싱을 하고. 포기하면 난 끝이라고 생각하거
든요. 내가 예능을 했어요. 잘하든 못하든 그걸 포기하는 순간 난 예능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는 사람
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도 마찬가지고요. 난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니까 대중에게 평가 받는 사람이
잖아요. 제가 먼저 지쳐서 스스로 평가 내리고 싶지는 않아요.



도전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으시다면요?.

저한테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은 것도 있어요. 2010년엔 모든 것들이 다 중요했었고 최선을
다했어요. 문제는 제가 너무 다작을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선순위를 세운다면 첫 번째가 연기라는
거죠. 당분간은 연기에 집중하려고 해요.



다른 분야로 끊임없는 시도를 해 본 것이 역설적으로 연기에 집중해야겠다는 계기가 되셨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다면 연기로 어디까지는 가봐야겠다, 배우로서 도달점으로 정해 두신 건 있으세요?.


처음 시작할 때 제가 욕심을 좀 냈던 건 있었어요. 저는 제가 정우성 선배나 이병헌 선배가 될 줄 알았고, 그렇게 되자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안 된 거죠. (웃음) 그래서 20대 후반에 고민도 많았고 힘들었어요.
그러던 중에 연기자들을 만나고, 감독님들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이 저한테 해준 얘기가 있어요. ‘20대
연기만 연기가 아니다. 30대 연기만 연기가 아니다. 40대 연기만 연기가 아니다’. 그때는 그저 저를
위로하려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했고 그 말뜻을 이해를 잘 못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알겠어요. 연기는 평생 할 수 있는 거라 이거죠.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넌 뭐가 되고 싶은 거니? 배우가 되고 싶은 거야, 스타가 되고 싶은 거야?’
어렸을 때는 스타였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주고 그걸로 돈을 많이 벌고. 그런데 그런 생
각이 오래 가지는 않았어요. 동생들한테도 20대의 연기가 전부인 것처럼 살지 말라고 얘기를 해요. 3
0대, 40대, 50대에도 연기를 할 수 있는 거라고요. 이순재 선생님처럼 평생 연기를 할 수 있으면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하죠.



예전에는 정우성씨나 이병헌씨였던 도달점이 지금은 이순재 선생님이 되었다는 말씀이신가요?.

또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사실 전 롤모델은 없어요. 그냥 제가 계속 내 안에서 나를 만들고, 껍질을
벗는 작업을 하고, 벗은 껍질이 필요하면 다시 입기도 하는 과정에서 ‘아, 나는 정말 이런 사람이었다’
평가 받을 수 있다면 좋겠죠. 중요한 건 ‘그때까지 갈 수 있는가’ 이게 문제예요. 이건 굉장히 냉정한
부분이어서 ‘저 갈 거예요, 간다니까요.’ 이렇게 말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대중한테 인정을 못
받으면 자연히 그렇게 될 수 없는 거죠. 그때까지 간다면 아마 분명히 저만의 색깔을 가진 김성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시 배우로서 시작점에 서신 거네요. 김성수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연기를 못하면 ‘아, 쟤는 재능이 없구나’ 그런 시점이에요. 저도 보여주고 싶은 타이밍이죠.
저는 제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는 생각 안 해요. 하지만 잘할 수 있는 배우라고는 생각해요. 그게
얼마나 빨리 오느냐의 문제죠. ‘김성수만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전 제가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김성수가 연기자 김성수한테 꿈을
꿀 수가 있어요.
언젠가 그런 적도 있었어요. ‘연기는 나랑 맞지가 않아, 성격이 안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죠.
그런데 연기라는 것이 제가 미처 몰랐던 저에 대해서 깨달아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궁금한 거 못 참고,
질문도 많고, 욱하기도 하는 면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요. 결국 이 연기라는 것이 김성수가 어떤
사람인지 저 스스로 알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치열하게 연기를 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는데요, 2011년이 김성수씨에게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의 시작점 1월에 김성수씨의 다짐이 있다면요?.


새해부턴 연기를 점점 더 잘하는 배우, ‘작년보다 더 잘하네’ 그런 얘기가 듣고 싶어요.
나 스스로도 의미를 둘 수 있고, 사람들이 보고 ‘소름 끼쳐’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고요.
김성수가 배우로서 정의되는 2011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Hello TV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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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방송: Hellotv>KBS2(Ch.7)>매주 화요일 오후 11시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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