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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만화 vs. 드라마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9. 11. 03:05
김진 원작의 만화 <바람의 나라>만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며 대중과 함께 하는 작품은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 게임, 뮤지컬, 소설에 이어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네요.
9월 10일 첫 방송을 탄 KBS 특별 기획드라마 <바람의 나라>는 대하 사극에 강한 KBS답게 거대한 스케일의 전투씬으로 강하게 시작했습니다.
동시간대 MBC의 <베토벤 바이러스>와 24일부터 방영될 SBS의 <바람의 화원>과의 치열한 시청률 전쟁이 예상되는데요. 100만부 이상 팔린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바람의 나라>는 일단 스토리 면에서 든든한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원작 만화의 캐릭터들과 내용을 실제 드라마와 비교해보면 드라마 몰입이 더 쉬울 것 같은데요. 티비가이가 원작부터 드라마까지 친절히 안내해 드립니다.


만화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의 초기 역사를 김진 작가 특유의 섬세한 터치로 풀어낸 역사 판타지물입니다. 1992년에 연재를 시작해 올해 25권이 발간되기까지 17년간 평단의 찬사와 독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아온 보기드문 수작이죠. 1996년에는 같은 이름으로 넥슨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구요. 13년 동안 6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네요. 초창기 온라인 게임에서 거의 독보적이었던 <바람의 나라> 폐인들이 꽤 많았지요. 오래된 게임인만큼 아이템도 엄청나게 많구요. 3D 그래픽의 화려한 온라인 게임이 많은 요즘도 <바람의 나라>에 접속하는 게이머들이 꽤 된답니다.

<바람의 나라>는 2006년과 2007년에 뮤지컬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김진 작가가 극본을 맡아 화제가 되었지요. 원작을 토대로 고구려 초기, 무휼의 사랑과 전쟁, 그의 아들 호동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11개의 독립된 만화 컷들을 클래식, 락, 하우스, 힙합,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연출해 만화적 상상력을 무대 위에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구요. 2006년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안무상'과 '기술상'을 받기도 했죠.

만화 <바람의 나라>가 연재되던 당시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90년대 한국만화 황금기를 구가했던 만화잡지 <댕기>에 연재가 되었죠. 이은혜의 <점프트리A+>, 김혜린의 <불의 검>, 원수연 <풀 하우스> 등 쟁쟁한 작품이 같이 실렸는데요. <바람의 나라> 팬과 <불의 검> 팬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역사물이라 어려울 법한데도 섬세한 감성적 터치와 판타지적 요소를 넣은 <바람의 나라>는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지요.

신화와 역사가 교차하는 초기 고구려, 3대왕 무휼은 아버지 유리를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한편으로는 결코 닮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자라납니다. 언젠가 자기 아들이 형제와 자신을 죽이고 고구려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 유리. 그리고 아버지를 한없이 두려워하는 아들 무휼. 이 관계는 무휼과 그의 아들 호동에게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호동의 죽음은 예정되어 있기에 그 비극을 향해가는 여정이 슬프고 더 가슴 아프지요.

등장인물도 많고 관계도 복잡해서 주의깊게 읽지 않으면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웠는데요.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김진 작가의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복식과 장신구들, 밀도 있게 사용한 스크린톤, 특유의 먹물 느낌 화법까지 그림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정말 풍부했답니다.

무휼
- 주몽의 손자이자 유리의 아들, 고구려 3대 대무신왕(大武神王)
김진 작가는 만화에서 무휼에 대해
'나는 그가 늘 울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의 눈물은 역사에도 쓰여 있다. 난 아버지로서 결국은 자기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걸었던 그를 그가 흘렸던 눈물과 함께 몹시도 오래 생각했었다. 그는 강하고 매력적이었지만 결코 행복할 수는 없었다. 그의 의지는 그를 늘 불행하게 했었고, 그의 대왕과 신왕이라는 찬양의 이름 뒤에는 서글픔이 인지되었다.
그래서 난 그를 왕이어서 불행한 자로 사랑한다.' 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만화 <바람의 나라>를 보는 독자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무휼은 차갑고 냉정해 보이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뜨겁습니다. 생애 단 한 번의 사랑, 내 꽃 우리 연이라고 부르는 연이와의 인연에 얼마나 가슴 떨렸는지요.
'언제나 내 마음 속의 이 자리는 수천 수만의 어떠한 인연도 채울 수 없어. 언제나 그녀의 자리였으니. 내 꽃. 우리 연이'
- 뮤지컬 <바람의 나라> 중

드라마에서는 송일국씨가 무휼을 맡았지요. 전작에서는 주몽을 맡더니 이번 드라마에서는 손자를 맡았네요.
1회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기대를 해 봅니다.




- 부여의 공주, 무휼의 차비이자 호동의 생모
다시 김진 작가의 소개말을 들어볼까요.
'연은 비극적 캐릭터는 아니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했고, 또한 그리 사랑 받았으며. 아마도... 앞으로도 사랑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략) 역사란 인간의 것이며, 거기엔 남자와 여자가 있을 뿐이다. 누가 더 잘난 것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단지 삶을 살아갔고, 그 삶 속에서 사랑이라는 것도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난 연이 자기 말을 할 줄 아는 자기 생각을 할 줄 알는 아이여서 참 고맙다.'

엄청난 크기의 머리 장식을 하고서도 하늘하늘하게 다니던 만화 속 연이와 드라마의 연이는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연이 역을 맡은 최정원씨의 사진을 보면 약간 단아한 이미지의 복장이니까요. 무휼의 가슴을 온통 차지해버려 후의 원비 이지에게 무휼이 마음을 주지 않아 결국 화를 부르게 되는데요. 그만큼 각별한 둘의 사랑을 주목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드라마 <바람의 나라>는 원작과는 다르게 시대순으로 내용이 전개 되고 있는데요. 1회 방송분은 무휼의 탄생까지였습니다. <주몽>에서부터 이어질 수 있도록 흐름을 바꾼 것이겠죠.
만화가 왕과 신수들(청룡, 백호, 현무, 주작)의 관계까지 다룬 판타지물이었다면, 드라마는 판타지적 요소를 빼고 비교적 사실에 주목한 정통 사극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드라마 <풀 하우스>가 만화의 초기 설정만 가지고 오고 내용을 바꿨듯이, <바람의 나라>도 전개되면서 원작 만화와는 조금 다르게 진행될 것 같아요.
하지만 원작 만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신다면 더욱 재미있어요. 만화에서 보이쉬하고 멋진 모습으로 나왔던 세류 누님이 양쪽 머리에 리본을 단 공주의 모습으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이나, 해명 태자의 활약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송일국씨가 날카롭고 냉혹하면서도 여린 가슴을 지닌 무휼을 잘 연기해낼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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