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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비는 27살의 아이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0. 23. 01:06
내가 비를 처음 보았을 때
굶어죽기 직전의 호랑이 같다고 느꼈다.
비의 눈빛에는 열정을 넘어서는 절박함이 있었다.
- 박진영
이번주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의 게스트로 비가 출연했습니다. 무려 2년만에 방송에 출연했는데요. 20대를 잘 보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어 출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반부터 박진영과의 결별 문제 등을 거론하는 무릎팍 도사와의 기 싸움이 대단했죠. 비가 직접 "오늘 전쟁입니다!" 라고 선포한 만큼 내용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오늘 무릎팍을 통해 드러난 비는 <20대 청년, 20대 남자 그리고 27살의 아이>로 볼 수 있겠네요. 검은 그래픽이 그려진 심플한 흰색 티셔츠에 과하지 않은 검은색 머플러를 두르고, 검은색 바지를 입고 나온 비는 편안해 보였습니다. 물론 키가 좀 크고 몸매가 좋긴 하지만 그것을 빼고는 평범한 20대 같은 패션이었죠.
20대 청년, 비...
이야기는 역시나 박진영과의 만남부터 시작됩니다. 비가 스스로 내 인생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라고 할 만큼 중요한 만남이었죠. <팬클럽>이라는 그룹으로 가수를 시작했다가 실패하고 나서 비는 반드시 그룹이 아니라 솔로 가수로 데뷔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하네요.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연습실에서 박진영을 보게 되고 이 사람이다라는 감이 확 왔죠. "춤 출 줄 알아?" "네. 출 줄 압니다." 이렇게 간단히 말을 주고 받은 뒤 박진영 앞에서 무려 5시간이나 춤을 췄다고 합니다.
5시간이나 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마도 박진영이 표현한 <절박함>이었을 겁니다. 이때 비는 5일 동안 굶어본 경험도 있었고, 18번이나 오디션에 떨어진 상태였다고 해요. 나중에 나오지만 집안 사정도 별로 좋지 않았고요. 그렇게 5시간이나 추고 났는데도 한달 동안 연락이 없었죠. 그리고서 간신히 얻게 된 연습생 기회. 18살의 비.
무릎팍 도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2002년 데뷔 전 비가 TV에 잠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박지윤이나 다른 가수의 백댄서로도 나왔었지만요. 2001년 SBS의 영재육성프로젝트에서 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나왔었죠. 원더걸스의 선예가 발탁되었던 바로 그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에게 열성적으로 춤을 가르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때 왠지 모르게 눈빛이 조금 독하면서도 슬퍼 보였는데, 그때가 바로 하루 종일 연습하며 배고픔을 참다가 일주일에 딱 한 번 있는 회식만 기다리던 연습생 시절이었군요. 박진영이 "곧 데뷔하실 비 선생님입니다."라며 아이들에게 소개하던 것이 기억나네요.
연습생 시절, 박진영의 대기실에 있던 다른 가수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가 심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답니다. 그 말을 잊지 않기 위해서 집에 돌아와서 펑펑 운 다음 그 말을 적어서 벽에 붙여 놓았다고 하죠. 그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하게 된대요. 절박함과 노력, 그리고 오기. 정말 열심히 살아왔던 비인듯 합니다.
20대 남자, 비...
무릎팍 도사 강호동과 비는 2002년 MBC 러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 MC와 패널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강호동은 비의 명장면으로 "20초 댄스"를 꼽습니다. 천생연분 1주년 특집 킹카 퀸카 스페셜편에서 비가 분위기 메이커로 나서서 췄던 춤인데요. 회색 수트를 입고 나온 비는 재킷 안에는 아무 것도 입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파워풀한 춤으로 좌중을 압도했죠. "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 밤 신토불이~"를 외치던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배출한 스타들은 꽤 많습니다. 하지만 비만큼 춤을 잘 췄던 게스트는 드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무릎팍 도사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실제 연예인과도 사귀어 봤느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드라마에서도 공효진, 송혜교, 임수정, 신민아 등 유독 미녀 스타들과 많이 연기했는데 극중 감정에 몰입하다보면 실제 사랑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계속 유도질문을 했죠. 비는 아니라고 단언하더군요. 하지만 데뷔하고 나서 연애를 했던 적은 있답니다.
이번 앨범의 <Love Story>, <0912>의 주인공인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해요. 여기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비의 멘트가 나옵니다.
"처음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안아버렸어요."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향기에 끌려서 나도 모르게 안아버렸고, 뽀뽀까지 했다고 용기를 내어 말하는 비. 그는 내 여자가 있으면 지나가는 다른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바람을 피울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로가 너무 바빴고, 시간이 없다 보니 이야기도 못하고 오해가 쌓이고 그래서 다투기도 하고, 결국은 좋은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헤어졌다고 해요. 0912는 그녀와 처음 만났던 날이라네요.
27살의 아이, 비...
비를 그렇게 절박한 눈빛을 가진 20대로 만들었던 이야기가 후반에서야 등장합니다. 비를 이렇게 열심히 살게 만든 첫 번째 원동력은 바로 어머니인데요. 오랜 기간 당뇨병으로 투병하시다가 2000년 12월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당뇨병이 불치병도 아니고, 인슐린을 살 돈만 있으면 계속 살 수 있었는데 약값이 없어 돌아가셨다는 점입니다. 온 몸을 칼로 저미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는데도 진통제도 못 사고, 새벽이면 일어나서 노점상을 하러 나가셨다고 하죠. 비는 어머니께 학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공사장을 나가본 적도 있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요.
그렇게 약값이 없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비는 세상에 등을 돌려야겠다고 결심했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집에 불까지 나서 모든 유품도 타버렸구요. 장례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가구를 부수고 침대를 뒤집었는데 그 밑에서 통장과 편지가 나오더랍니다. 어머니는 이미 가실 것을 아시기에 진통제 살 돈도 아껴서 통장에 넣어 두셨던 거죠. 그리고 동생을 잘 부탁한다는 편지...
그렇기에 비는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군요. 배고픈 고통을 알기에 더는 배고프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되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비의 표정에 묘한 슬픔이 겹쳐지면서 엄마를 잃은 27살의 "아이"가 보였습니다.
이번 컴백 앨범의 무대를 보면서 이제는 비가 완전히 퍼포먼스로 돌아섰고,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를 택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래 부분은 최대한 줄이면서, 비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파워풀한 댄스와 화려한 군무로 무대를 짰더군요. 한시도 쉬지 않고 무대를 꽉 채우며 4분 남짓의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모습에, 단순히 박진영을 떠나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인줄 알았습니다. 그 모습에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 간신히 잡은 기회를 결코 놓칠 수 없는 절박함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을 몰랐던 것이죠.
이제 남은 20대는 20대만의 연애로 활활 불태우라는 무릎팍 도사의 결론이 조금은 가벼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가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비는 앞으로도 계속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죠. 하지만 상처에서 뿜어나오는 독한 오기와 슬픔으로 버티기에는 살아가야 할 날이 너무나 많지 않을까요. 이제는 사랑도 하면서, 그리고 누군가에게 마음도 열어 주면서 조금은 여유를 찾을 수 있길. 그래서 비가 정말 오래 가는 월드스타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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