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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마더' 영화 속 엄마가 살던 그 마을은...



*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만 봐주세요.

영화는 머릿속 이미지를 현실의 그림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찍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등장인물과 소품의 위치, 배경의 모습, 조명, 심지어 화면의 색감까지, 모든 것이 정확하게 있어야할 그 자리에 있어야만 감독이 하는 이미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쉴 새없이 그림을 그려댑니다. 콘티를 짠다고 그려대고, 자신이 머릿속에 든 이미지를 구체화 시키기 위해 그려대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하기 위해 그려댑니다. 그러니까, 그림은 뼈대이자 설계도인 셈입니다.

얼마전 봉준호 감독이 손수 그린, 영화 '마더'에서 등장하는 마을의 이미지씬도 바로 그런,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려진, 하나의 마을 설계도인 셈입니다. 이 설계도가 있어야만 영상은 생명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저기에서 엄마가 골프채를 들고 걷고 있었고, 바로 저기에서 도준이가 체포되었고... 이런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언제나 이미지를 배반합니다. 멀쩡하게 잘 있는 현실이 내 상상에 딱 맞게 존재해줄리 없지요. 실은 이미지가 어떤 뚜렷한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결국 자신이 원한 모습을 '화면상'으로라도 만들기 위해서는 트릭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마음에 드는 장소만 따와서 모으는 거지요.

영화 마더를 찍으면서 봉준호 감독이 제시한 것도 그런 것이었다고 합니다. 콜로세움처럼 한눈에 마을이 보일 것, 각각 다른 장소에서 찍더라도, 하나의 마을에서 찍은 것 같은 느낌을 가질 것. 한국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특정 지역색을 띄지 않을 것. 이 주문사항을 위해서 장소 헌팅 하시는 분들은 3인 1조로 된 6개조로 나뉘어, 헌팅 사진만 4만장, 차량당 8만km 가 넘는 거리를 달렸다고 하네요.

그래서... 엄마가 살던 마을은, 이렇게 영화속에서 생명을 얻게 됩니다.

한약재상과 사진관




▲ 여기는 전북 익산..


엄마의 분신이자, 엄마의 마음이 머무는 곳. 한약재상은 엄마의 마을, 읍내에 있습니다. 전북 익산시 여산면에서 셋트를 만들어 촬영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엄마가 손가락을 다쳐 찾은 동네 약국은 헬로TV의 서비스 지역인,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따지...는 것을 보니, 확실히 봉테일 감독은 봉테일 감독이군요...-_-;


사건 현장 폐가





▲ 여기는 부산..

'콜롯세움' 같은 마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택한 곳은, 부산 남구 문현동입니다. 이곳에 폐가의 셋트를 지어서 촬영했다고 하네요. 이곳은 지금은 벽화 마을...로 유명한데, 한편으론 또 재개발중인 지역이라고도....

영화 속에서, '엄마, 아무도 믿지마, 나도 믿지마-'라는 진태의 장면이 끝난 후, 비를 맞으며 마을을 돌아다니던 엄마가 이 건물 옥상에서 마을을 쭉- 굽어보던 신은, 지금도 생각납니다. 뭐랄까, 마을의 불빛이 살아있는 눈빛이 되어, 엄마를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저수지와 진태의 집



▲ 여기는 경남 창원..


엄마가 몰래 진태네 집에 들어가던 장면 기억나시나요? 그리고 골프채를 들고 저수지에서 걸어나오던 장면도. 그 저수지와 진태네 집은, 각각 따로 촬영됐다고 합니다. :) 저수지는 원래 순천에서 찍기로 되어 있었는데, 촬영 직전 집주인이 좀 손을 보시는 바람에... 결국 후보지로 낙점했던 창원 저수지에서 찍었다고 하죠?

반면 진태네 집은 우연히 찾아냈다고 하네요. 장소는 전북 임실. 장소 발견은 밥 먹으러 갔다가...;;;


갈대숲과 고물상



▲ 여기는 충남 태안..


엄마가 춤을 추던 장소, 기억나시나요? 지도상에선 고물상 위쪽에 있는 갈대숲이었지만... 실제로는 신두리 갈대밭이라고 합니다.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수욕장 뒤쪽에 있는 해안사구라고 하네요. 워낙 경관이 빼어난 곳이라, 그냥 가봐도 좋은 곳이라고..

그럼 고물상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불에 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예ㅡ 충북 제천입니다. -_-; 원래는 50년된 폐방앗간이었다고 하네요. (폐방앗간을 고물상으로 보이기위해 노력했을 소품팀에게 묵념...)



그밖에도, 마더는 정말 다양한 곳에서 찍었습니다. 노상 방뇨벽씬은 군산에서, 골프장씬은 용평과 삼척에서 각각 촬영하고 합성을, 경찰서는 여수 경찰서, 교도소는 청송 교도소....-_-;; 대관람차는 원주 드림랜드, 부페식당은 경주, 화장터는 경남 고성, 변호사 사무실은 제천....등, 말 그대로 전국을 누비면서 찍었네요. 

그렇지만, 그 모든 장면들이... 영화속에서는, 저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녹아있습니다. 이게 감독과 스탭들의 힘이겠지요. 이럴때 생각해보면 영화는 거대한 모자이크 벽화처럼도 보이네요. 잘 조각맞춤해서 붙인, 하나의 거대한 그림.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들에게 어떤 보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겠지요.

정말 이럴 때보면, 영화를 만드는 분들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