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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지금

무대에서 만나는 마술 같은 그림들, 드로잉 쇼

드로잉 쑈에 대해 알게된 것은, 얼마전 늦은밤 홍대앞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다 길에 나와 쉬고 있는데, 드로잉 쑈라고, 그림을 그리는 쑈에 대한 포스터에 눈에 들어오더군요. 명색이 전직 미술잡지 편집장(?) 출신인지라 대체 어떤 쑈일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부천에서도 공연을 한다기에 찾아가 봤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지면 '논버벌 코믹 드로잉 퍼포먼스'입니다. :) 말이 필요없는(실제로 배우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뿌뿌따따하는 외계인 같은 소리만 낼 뿐...),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작은 쑈... 아마, 세계에서도 이런 형식의 쑈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 이 아저씨가 기억난다면, 당신도 80년대생....


어찌보면 그런 느낌도 들었어요. 기억나나요? 밥 아저씨의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이란 TV 프로그램을. 딱 그 아저씨의 그림 그리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말이 필요 없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생각해보니, 애시당초 설정이 '외계인들이 지구를 찾아와 지구인과 그림으로 소통한다' 였군요.



▲ 입구쪽엔 헬로TV VIP회원 가입을 받는 곳도 있었네요...
이런저런, 다양한 지역 공연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





공연은 이런 모습으로 이뤄집니다. 먼저 도구를 소개하고(?), 그 도구를 이용해서 직접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림 하나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2-6분. 그려진 그림은 찢겨지거나(응?), 아이들에게 나눠주더군요... 총 10 작품 정도의 그림이 그려지는데, 하나하나가 색다릅니다.

사실 지난 부천 판타스틱 국제영화제에도 내한했던, 테드 창의 단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도 보면,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외계인과 소통하는 장면이 나온답니다.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었죠.. :)

...그렇다면 저 그림은, 자신들의 고향별을 소개하는 그림일까요... (응?)




바나나를 비롯,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입니다. 상자를 뒤집어쓰신 저분, 목발 짚고도 열연-하셨다죠. 그리고 그림이 다 그려지자, 그 그림을 달라고 손드는 아이들의 모습... + 엄마 아빠들의 모습입니다. :)





쑈가 끝난 다음에는 포토 타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 배우들이 관객들을 위해서 다양하고 재치있는 포즈를 취해준답니다. 배우들에게도 각각 성격이 부여된 것 같던데.. 그 캐릭터가 뚜렷하게 살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림 그리기가 중심이 된 쑈니까요.




사실 이 쑈는 김진규 예술감독의 꿈과 눈물이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사람들이 '이게 미술이다'라고 말하는 것에 맞서서 '왜 그것만 미술이냐, 다른 것은 그럼 무엇이냐'라고 외치기를 십여년, 심장마비로 쓰러지면서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작품이 바로 이 드로잉 쑈입니다.

새롭고 즐거운 미술 그리기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

마술같은 미술-의 세계라고 드로잉쑈는 광고합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김진규 예술감독의 삶이 바로 마술같은 미술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의 기사를 읽어봐주세요.



부천 공연은 끝났지만, 드로잉쑈는 현재 대학로 드로잉쑈 전용 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중에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드로잉쇼 공식 카페에 한번 방문해 보세요.




그나저나 김진규 예술감독님, 참 멋지게 살고 계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