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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V 매거진/2010 06

[Cover story]박시연


배우의 삶, 가슴이 뛴다



드라마는 지어낸 이야기이다. 그러나 배우의 연기는 지어낼 수 없기에 사람들은 배우가 사랑에 빠질때, 열정에 불탈 때, 미어지는 슬픔에 무너질 때 똑같이 설레고, 기쁘고, 아프다. 좋은 배우란 사람들에게 얼마나 깊은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판가름되는 것일지 모른다. 배우 박시연은 이제 어디쯤 왔을까? 요즘 그에게 가장 많이 따라다니는 타이틀이 ‘연기 변신’과 ‘재발견’이다. 노희경 작가의 단막극<빨강 사탕>에서 진실한 사랑을 원했던 유희 역에 이어 SBS월화드라마 <커피하우스>에서 말괄량이 출판사 대표 서은영 역을 맡아 이전의 차갑고 도도한 캐릭터를 뛰어넘었다. 서른둘, 그에게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성장통이 다시 시작된 듯하다. 그녀가 들려준 작은 이야기들을 여기 한 편의 드라마처럼 써 내려가 본다.

 

저는 가슴이 뛰는 삶을 살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내가 좋아서 열정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저는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잊어버려요.
그 순간만큼은 가장 복하고 기쁜 걸요.

 

소심한 여자아이에서 연기가 즐거운 배우가 되다


박시연씨가 어릴 적엔 발표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고 들었어요. 그런 아이가 어떻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었는지 궁금해요.
맞아요. 얼마나 부끄러움이 많았던지 아빠에게 세배하는 게 너무 창피해서 울 정도였어요. 엄마는 저의 그런 성격을 고치려고 동요대회에 도 일부러 보내시곤 했죠. 신기하게도 큰 대회에 나가면 오히려 떨리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혼자 있을 땐 거울 앞에서 TV에 나오는 배우들 표정을 흉내 내고 그랬어요.

미스코리아에 당선된 뒤 연기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요?
부모님이 워낙 엄격하셔서 연예인이란 직업을 탐탁지 않아 하셨죠.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한국을 떠나서 하라고 하셨는데, 정말 제가 중국에 가서 드라마에 출연한 걸 보고는 마지 못해 허락해 주셨어요.

중국에서 데뷔하는 게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힘든 시기가 그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우선 말이 안 통하니까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물론 통역을 해 주는 분이 계셨지만 한계가 있었죠. 그래도 그때의 힘든 시기들이 저한테는 큰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하고 참고 견뎠어요.

연기자가 되기까지 순탄한 길을 걸어온 건 아니었네요. 그렇게 어려운 일들이 있었는데도 연기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원동력이 궁금해요.
저는 가슴이 뛰는 삶을 살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내가 좋아서 열정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저는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잊어버려요. 그 순간만큼은 가장 행복하고 기쁜 걸요.

그동안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드라마틱하고 섹시하면서 센 역할이 대부분이네요.
저의 섹시한 이미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만들어진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실제 제 모습은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거든요. 그래서 인터뷰 때마다 망가지는 역을 맡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죠.

 

섹시한 박시연에서 귀여운 박시연이 되다


이번 <커피하우스>의 서은영은 박시연씨가 그토록 맡고 싶어 하던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첫 방송이 나가고 시청자들과 매스컴에서 호평 일색이었어요. 그런 반응을 예상하셨는지요?
첫 회가 방송되고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기사들을 모두 읽어 보았어요. 이전과 너무 다른 밝고 명랑한 캐릭터라 혹시나 거부감을 보이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을 받을까 봐 사실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좋게 봐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박시연씨의 이번 연기 ‘변신’이 성공적이라고 하던데, 그동안 탄탄히 다져온 연기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실제 성격과 가장 흡사한 캐릭터라는 점도 시너지를 일으킨 듯해요.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저의 겉모습만 보고 차갑고 도도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지만 전 정말 밝은 사람이거든요. 이전의 캐릭터가 제게 없는 부분을 연기한 것이었다면, 이번 <커피하우스>의 서은영 역은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기하기가 더욱 편해졌어요.

서은영이란 캐릭터는 박시연씨가 캐스팅되면서 대본에서 성격이 많이 수정되었다고 들었어요.
원래 대본에서 서은영은 히스테릭하고 일밖에 모르는 도도한 여자였어요. 그런데 표민수 감독님이 저를 만나보시더니 제 성격과 대본의 서은영을 반반씩 섞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일도 똑 부러지게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살갑게 챙기면서 쾌활하고 귀여운 서은영으로 변하게 된 거죠.

 

노희경 작가님과 사랑하는 가족들


<커피하우스> 이전에 출연한 단막극 <빨강 사탕> 이야기를 해 보죠. 노희경 작가님의 열렬한 팬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 출연이 더욱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대본에 노희경 작가님 이름이 있는 걸 보고 읽지도 않고 소속사에 무조건 한다고 말했어요. 드라마를 챙겨본 건 물론이고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작가님의 책도 읽었는데, 정말 감동을 받았거든요.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은 장면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해요. 연기하는 배우들이나 시청자들에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저력을 가지신 분인 걸 새삼 느꼈지요. 노희경 작가님에겐 일명 ‘노희경 사단’이라고 불리는 배우 분들이 계신데 저도 꼭 그 사단에 들어가고 싶어요(웃음).

 

동생 분과 각별한 자매애로 유명하시잖아요.
 저희는 정말 전생에 특별한 인연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유별난 자매예요. 침대가 따로 있어도 한 침대에서 자고, 한 번도 싸워 본 적이 없어요. 지금도 늘 서로에게 문자로 ‘사랑해’ ‘언니가 있어서 행복해요’ ‘동생인 네가 있어 너무 기뻐’라고 애정표현을 할 정도죠.

스타 박시연의 동생이라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살짝 질투를 하는 경우도 있겠다 싶고요.
오히려 동생은 어릴 때 저랑 같이 다니다가 어른들이 저를 예쁘다고 하면 샘을 내기는커녕 “그렇죠? 우리 언니 너무 예쁘죠?” 하고 자기 일처럼 흐뭇하게 생각하는 아이였어요. 커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동생은 액세서리 디자이너인데, 일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내가 무슨일이든 저 정도로 하면 성공하겠다고 감탄을 한답니다.

부모님은 처음에 연기자가 되는 걸 반대하셨는데, 요즘은 어떠세요?
이젠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시죠. 특히 엄마는 제가 나오는 모든 작품의 첫 회는 너무 떨려서 제대로 보시지를 못해요. 제가 분명히 미리 녹화한 걸 다 편집해서 내보낸다고 말씀드려도 제가 대사 틀릴까 봐 너무 걱정을 하시는거예요(웃음). 엄마에겐 제가 나오는 드라마는 무조건 생방송으로 보이시는 거죠.

 

하루하루 지금처럼 가슴 뛰는 삶을 살리라

 

올해 서른두 살이 되셨어요. 박시연씨가 꿈꾸던 서른두 살과 비슷한 삶의 주인공이 되셨는지요?
전 스물세살 때 서른두 살이 되면 꼭 결혼을 할 거라고 계획을 세웠었어요. 서른두 살이면 너무 어리지도 너무 나이가 많지도 않은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지금 남자친구가 없는 것만 빼면 제가 꿈꾸던 서른두 살과 비슷해요. 너무 철없이 방황하지도 않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은 성숙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 같으니까요.

만약 박시연씨의 인생을 담은 한 권의 책이 나온다면 누구에게 추천사를 써 달라고 부탁하실 건가요? 세 분만 골라 주세요.
음, 우선 메릴 스트립이오. 제가 정말 존경하는 배우예요. 그분의 추천사를 받는다면 정말 큰 영광일 거예요. 그 다음으로는 노희경 작가님이오. 생각만 해도 황홀해요. 두 분이 여성이시니 나머지 한 분은 남성으로 가죠. 주드 로요. 저 정말 주드 로를 좋아하거든요. (잠깐생각을 하더니) 아 조시 하트넷으로 할까요? 쥬드 로도 좋고 조시 하트넷도 좋은데… 누구를 할까요? 조시 하트넷으로 할래요!(아이처럼 해맑은 웃음)

앞으로 정말 맡고 싶은 역이 있다면요? 그리고 향후 계획도 알려 주세요.
제대로 된 멜로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이전에 출연한 영화 <사랑>을 지금 보면 부족한 게 많이 보여요. 그때만 해도 사랑이란 감정을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한 나이였기에, 연기에서도 보이더라고요. 사랑은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유행을 타지 않는 감정이잖아요. 앞으로 기회가 되면 사랑이란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당분간은 <커피하우스> 촬영에 몰두하고 올해 하반기에 영화 <로드킬> 촬영에 들어갈 거예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 거라는 장담은 못하겠어요. 그저 지금처럼 제 가슴을 뛰게 하는 연기를 즐겁게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Editor 김서희 편집장


박시연 인물관계도

이동욱
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친해진 동료 배우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이동욱은 면회를 꼭 오길 바라는 여배우로 박시연을 지목했다(아직면회를 가진 못하고 전화통화만 했다고). 이동욱이 국
군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게스트로 출연할 것을 이미 약속한 상태이 기도 하다.

<패밀리가 떴다> 멤버들
<패밀리가 떴다>는 박시연이 출연한 최초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다 출연을 결정하는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을 정도로 <패밀리가 떴다> 촬영은 쉽지 않았다. 예능 감각은 타고나야 하는데 박
시연은 극 중에서 물을 마시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예능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고. 하지만 그런 박시연을
멤버들은 늘 격려해 주었다. 비록 몸이 아파서 중도 하차했지만 함께했던 멤버들은 최고의 동료로 그녀에게 기억되고 있다.

주현
박시연의 영화 데뷔작 <구미호 가족>과 영화 <사랑>에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 <사랑>에 여주인공으로 박시연이 캐스팅되자 곽경택 감독에게 비극적인 여주인공을 맡기엔 박시연이 너무 어리고 착한 성품이 아니냐는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이 완성되고 박시연의 연기를본주현은누구보다 흡족해했다.


★Hello TV TIP★

박시연의 새 드라마 <커피하우스>를 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 어떨까?
■ 본방송 Hellotv SBS(Ch.5) 매주 월ㆍ화요일 오후 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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