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묵하지만 따뜻한 남자
한정수
데뷔 이래 수년간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던 그가 드디어 중심에 섰다.
KBS<추노>에서 근육질의 추노꾼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더니 후속작 SBS<검사 프린세스>의 윤세준 검사로 그치열하다는 수목드라마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드라마 두 편을 위해 반년 넘게 쉴 새 없이 달려온 그를 헬로tv가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만났다.Photographed by KIM JAE YOON(Studio Zip)
그는 마초일까? 굵은 선의 남성미 넘치는 외모와는 달라도 많이 다른 사람이다. 한때 칼과 창을 거머쥐고 있던 거친 손은 스마트폰의 조그만 자판을 누르며 트위터를 하는 섬세함을 지녔다. 더 큰 반전은 서른 중반을 넘어선 그가 아직도 순수하고 맑은 눈빛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지나치게 진지해 보이지만 실은 유머감각도 꽤 있다. 강인한 캐릭터로 기억되는 센 역할을 많이 맡다 보니이젠 허술하고 유쾌한 역할이 좀 들어왔으면 한다.
강인하고 의로운 남자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 영화 <해바라기>에서는 주인공 김래원의 라이벌인 조폭 창무로, KBS <마왕>에서는 강오수(엄태웅분)의 친구이자 사채업자인 윤대식으로 나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악랄한 사내로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지훈과 엄태웅이 주인공이라 <마왕>을 보기 시작했다가 한정수라는 연기자에게 매료되어 <마왕>의 마니아가 되었다. 이들도 있다. 어떤 캐릭터일지라도 그를 거치면 의로운 기운을 풍기는 까닭을 물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할 인물이 애당초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단다. 깡패 짓을 하고 사채업자 노릇을 할지언정 인성만큼은 나쁜 인물이 아니라 여겼다고. 그가 캐릭터에 몰입하는 방식이 짐작 간다.
비범한 캐릭터들 KBS <한성별곡-正>에서는 무예와 인품을 겸비한 한성부 형방 주부 서주필 역을 맡아 올곧은 남자의 진수를 보여 주었고 SBS <왕과 나>에서는 위풍당당한 호위내시대장 도금표 역을 맡아 이제껏 유약하고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대변되어 온 내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 놓았다. 또한 SBS <바람의 화원>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비중은 작지만 신윤복(문근영 분)의
생부 역으로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 이처럼 그의 얼굴을 대중에게 확실히 알린 KBS <추노> 이전의 필모그래피만 되짚어 봐도 그가 상당히 예리한 눈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은 그저 운이 따랐을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최장군 VS 윤세준 검사 늘 누구의 친구, 누구의 아버지, 누군가를 돕기만 해온 그가 처음으로 ‘누구’를 떼어냈다. 그래서 윤세준 검사는 지금까지의 어느 역할보다 그를 고민스럽게 했다. 더구나 한 달 이상 <추노>와 촬영 일정이 겹쳐 원형 탈모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고지식하고 강인하지만 속정 깊은 최장군과 엇비슷한 성품의 윤 검사를 달리 표현하고자 무진애를 썼다고. 마지막 회에 진정선(최송현 분) 검사와의 풋풋한 러브신이 화제가 되었는데 이 간질간질한 손 잡는 장면이 그의 드라마 이력 중 유일한 러브신이라니 안타까운 일이다. 박시후와 김소연의 키스신이 부러웠다는 그에게 후속작에서는 발전된 러브신의 행운이 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곽정환 감독 <한성별곡-正>에 출연하며 곽정환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보다 몇 년 전 다른 작품을 기획할 때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기획은 무산되고 말았지만 서로 잘 통하는 부분이 있어 그 후에도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지극히 작은 배역이었지만 <바람의 화원>에서 만난 감독과의 인연으로 이번 <검사 프린세스>에 참여하게 된 걸 보면 좋은 인연이 바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남자의 취향 Green Day, Nirvana, U2, Rage Against The Machine과 같은 남자의 음악을 좋아한다. 학생 때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밴드를 만들어 베이스를 연주하기도 했는데, 무작정 시끄럽고 과격하기보다는 내면적인 남성성이 느껴지는 곡들을 좋아한다고. 운동은 두루 좋아한다. 축구 감독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축구 선수 생활을 중학교 때까지 했으니 기본 실력이 탄탄하고, 농구는 소속 팀이 있어 시간나면 게임을 즐긴다. 음악과 운동 외에 또 하나 편안한 친구는 스마트폰이다. 촬영을 하다 보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스마트폰이 이래저래 위안이 된다고. 그의 트위터는 http://twitter.com/hanjungsoo이다.
Writer 정석희 TV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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