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두번째 미니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발매전 논란이 되었던 '제로-센' 전투기 모양은 한국 전투기 모양으로 수정되어 나왔더군요. 그렇지만 제겐, 소녀시대 이번 앨범의 컨셉이 여전히 불편합니다.
소녀들에게 덧씌운 제복의 의미
사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번 앨범의 복장 컨셉은 섹시함입니다. 그것도 예전처럼 건강한 섹시함이 아니라, 밀리터리 룩을 통한 관능성을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왜 밀리터리룩이 관능적이냐구요? 정확하게는 밀리터리룩이 아니라, 제복-에서 오는 관능성입니다.
사람이 입은 옷은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인터넷상에서 회자됐던, EBS에서 방영한 '인간의 두얼굴' 실험에서는, 인간의 외모가 개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지를 보여준바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제복은 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보통, 힘의 상징인 경우가 많습니다. 몇몇 나이든 노인분들이 군복입고 다니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이번에 소녀들에게 입힌 것도 제복입니다. ... 솔직히 왜 제복을 입혔는지 이해가 가진 않아요. '소원을 말해봐'라는 노래의 컨셉대로, 소녀시대가 '행운의 여신'이자 '램프의 요정 지니'라는 설정이고, 그 가운데 가장 남성적인 직업인 군인, 그리고 그 군인들의 행운의 여신인 '핀업걸'의 이미지를 따왔다면 어째어째 설명이 될 것 같긴 하지만...
...이건 -_- 말도 안되는 얘기고...
그게 아니라면, 이유는 한가지밖에 생각나지 않네요. 바로 '금지'에서 나오는 관능입니다. 생각해보니 이건 섹시한 소녀-로 분했던 지난 앨범 컨셉과도 비슷하군요. 서로 상반된 것을 충돌시킴으로써 어떤 매력을 불러일이키는 방법 발입니다. 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능적인 모습은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
솔직히 말해 이런 코스튬 군복(외국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제품입니다.)의 컨셉과 무엇이 다른지,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왜 군복일까?
사실 이 정도만 잡았으면, 불편하거나 그런 일은 아니었을 거에요. 밀리터리 컨셉,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섹시함이야 요즘 가수들이라면 대부분, 남녀 안가리고 추구하던 것 아니었나요? 그런데 떼지어 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갑작스럽게 인상을 찡그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 잘차려 입은 제복은, 그것만으로도 품격을 나타내 주기도 합니다.
영화 '제독의 연인'에서 (헬로TV > VOD > 해외영화 > 제독의 연인)
그러니까... 군부대 위문 공연이라면 모르겠지만, 저렇게 떼지어 군복 닮은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소녀들을 보는 것이, 왠지, 예뻐도 용서가 되지 않았어요. 대놓고 우리 이만하면 은근슬쩍 섹시하지-하고 외치는 듯한 모습도 그렇고,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전쟁이 희화되어 전달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입니다.
▲ 일본애들이야 이런 것들 잘만 만들어서 가지고 논다지만...
군복은 단순한 군복이 아니라, 우리에겐 꼭 '전쟁'의 이미지가 따라다닙니다. 과거 생각이 나시는 분도 많을 테구요. 물론 이런 컨셉 좋아하실 분, 많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꼭, 이런 군복을 입고 나와서 흔들어대야만 했을까요. 다른 예쁜 옷들도 많을텐데.
한국은 전쟁의 피해국입니다. 피해국의 입장에서 전쟁이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아실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계속 얽매여 살 이유는 없지만.... 이런 이미지가 현실에서 불쑥불쑥 살아나는 것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그것도 어떤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나올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죠.
한국은 전쟁의 피해국입니다. 피해국의 입장에서 전쟁이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아실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계속 얽매여 살 이유는 없지만.... 이런 이미지가 현실에서 불쑥불쑥 살아나는 것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그것도 어떤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나올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죠.
▲ 영화 '집결호'의 한장면.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포장될 수 없는 비극입니다.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포장될 수 없는 비극입니다.
소녀시대, 한번만 더 생각해 주기를-
제복을 입은 소녀들은 분명 예쁩니다. 그리고 그것에 환호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우 큰 당혹스러움이며, 예측하기 싫은 전쟁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입니다. 강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병사의 복장을 차용하는 식의 밀리터리 룩이라면 모르겠지만... 이건 좀,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신중했으면 어땠을까요. 지니치게 노리는 것이 분명해서,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소모되는 것은, 소녀시대 팀 자체에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닐텐데요.... 전쟁의 위험이 분명히 존재하는 나라에서, 이런 컨셉은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부디 소녀시대가, 이번 앨범의 활동 컨셉을 다시 한번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오늘은 제2연평해전 7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순국하신 장병들의 명복을 빕니다.
'Sense Up! 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짜로 보는 찰리 채플린 영화 걸작선 (9) | 2009.07.03 |
---|---|
오드리 헵번의 버킷 리스트는 무엇이었을까? (16) | 2009.07.01 |
'트랜스포머2' 기념, 영화 속 로봇의 역사를 찾아서 (15) | 2009.06.25 |
'트랜스포머2'를 보며 위기 관리에 대해 생각하다 (14) | 2009.06.16 |
내 인생 최고의 영화속 키스씬 명장면 (14) | 2009.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