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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해운대'로 본 한국인의 관계심리학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 뭐, 내용 알아도 볼만한 영화이긴 합니다. :)

영화 <해운대>를 본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와 떠들고 있는데, 친구가 용산 CGV에서 영어 자막으로 본 이야기를 해줍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영어 자막으로 봤는데, 그래서인지 외국인들이 꽤 많았다고 하네요. 게다가 영화가 끝나니까 한 사람은 일어나서 박수까지 쳤다고....

그러다가 묻고 싶은게 생겼습니다. 영어 자막이 직역이었는지 의역이었는지. 의역이었다면 상관없지만... 직역이었다면, 외국인들이 인물관계를 이해하는데 꽤 당황했을 것 같아서요. 왜냐하면... 가족이 아닌 등장인물들에 대한 호칭도 죄다 "엄마", "아빠", "오빠", "삼촌" 이거든요.. :) 


▲ 내가 얘 삼촌이라니까요~~!!
(실제로는 아빠 동네 후배)

사실 이 영화에서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은 몇명 없습니다. 대부분 이름은, 친구들끼리나, 나이가 어린 사람을 부를 때만 사용하지요.... 예를 들어 최만식(설경구)의 아들로 나오는 승현이는, 강연희(하지원)은 누나(...이모였던가요, 실제론 아빠 동네 선배의 딸)로, 오동춘(김인권, 아빠 동네 선배의 딸의 동창)은 삼촌으로 부릅니다.

...직역된 자막으로 본다면, 한국 사람들은 다 한가족인가-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

어머니 역할 맡은 분들은 항상 어머니-로만 불리고, 동네 나이 많은 형들은 모조리 형님..이지요. :) 공적인 관계에서야 박사님, 연구원, 어쩌구 해서 부르지만... 연희가 만식을 부르는 호칭도 오빠...인데다, 만식이 연희 아버지를 부르는 호칭은 형님...대체 형님 딸의 오빠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응응?)

반면, 오히려 사실 관계인데도 다르게 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휘(박중훈) 박사는 진짜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이유진(엄정화)에 의해 아빠가 아닌 '아저씨'란 호칭으로 불리지요.


말이 나타내는 관계 심리학

▲ 이 사진에 나온 인물들의 호칭을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삼촌, 엄마, 딸, 아저씨/아빠, 오빠, 딸, 동생/작은아빠/형식씨/바다의 왕자(응?), 희미씨/삼수생

사실 이런 호칭은 한국에서 조금 심하긴 하지만..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 영화에서도 형이라 칭하거나 하는 것들을 많이 보셨을 거에요. 특히 조폭물...-_-;; 그리고 특히, 홍콩이나 일본 영화에서 그런 특색은 더 두드러 지지요. 유교의 영화를 받은 사회의 특징이라고나 할까요.

유교의 영향을 받은 사회에선 호칭이 관계를 나타내고, 그 관계가 구성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을 보통 '상호의존적 관계'라고 부르는 데요, 독립된 심리적 경계를 중요시하는 서양 사람들과는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이라고 하네요. 예를 들어, 서양에선 가족을 '독립된 개인'이 한 지붕 아래에 모여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국에선 '한 집'에 여러 사람이 모여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죠.

우리가 어떤 타인에 대해 허물없이 '가족간에나 불리는 호칭'을 쓰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너는 너고 나는 나라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일종의 정-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서 형성되는, 한솥 밥을 먹는 사람들. 서로 뚜렷한 목적이 없이도 같이 많은 시간을 지내고, 흉허물 없이 다 터놓고 지내다 보니 드는, 정.

...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정든 상대방을 가족같이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특히 더했구요. 그러니까 어머니 친구를 이모라 부르고, 아버지 친구를 삼촌이라 부르며, 영화속에서 영희가 '해운대에 계신 분들은 다 어머니같고 아버지같은 분들이다'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매우 당연하게 다가오게 됩니다.


한국적 관계 심리가 영화에 미치는 영향

▲ 해외 재난 영화는 대부분 다 남남-입니다.

사실 이런 한국인의 심리는 영화 곳곳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곳곳에서, 공동체의 편입과 배제를 모티브로 삼은 대사를 곳곳에 배치해 놨어요. 반면 영웅은... 없지요.

대표적인 것이 이유진과 딸, 그리고 김휘의 관계입니다. 이유진이 딸에게 김휘를 '아저씨'라고 부르게 하는 행동은, 어떤 정을 붙이지 않으려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우리'라는 관계망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행위가 되지요.

반면 마지막에 딸이 '아빠'라고 부르는 외침은,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유진이 딸에게 누가 진짜 아빠인지를 알려주는 행동은, 관계의 복원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그래도 김휘가 헛되게 죽어가진 않는다-라는, 의미를 부여해주게 됩니다.

마지막이 어떤 높은 사람이 나와서 한마디 하는 것이 아닌, 죽어간 사람들과 그들의 일가친척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결국 해운대는, 서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가, 쓰나미라는 대 재앙을 맞아서, 다시 새로운 가족으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나는 영화인 셈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더더욱, 한국식 휴먼 재난 영화라는 이름에 딱 맞는 영화인지도 모르구요. 역시, 500만 관객을 괜히 돌파한 것은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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