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식당을 소개하는 요리 프로그램들
먹어봐도 될까요?
관심분야가 요리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보는 TV 프로그램이 뻔하다. 우리나라 드라마에는 크게 흥미가 없어서, 시청하는 것이 ‘선덕여왕’과 주말 밤의 ‘그대 웃어요’ 정도. 대신 전국 방방곡곡의 특색 있는 요리나 특별한 식재료, 맛있는 식당 등이 소개되는 프로그램들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저녁시간에 방영되는 ‘무한지대’, 토요일 아침의 ‘공감 특별한 세상’, 금요일 밤의 ‘VJ특공대’ 등이 완소 프로그램들. 특히 토요일 오전은 좋아하는 프로그램들이 연달아 방영돼 여간 즐거운 것이 아니다. 일단 ‘공감 특별한 세상’으로 시작해서 ‘잘 먹고 잘 사는 법’으로 채널을 옮긴 후, ‘찾아라 맛있는 TV’와 ‘최고의 요리비결’까지 보고 나면 오후 2시30분. 토요일을 제외한 다른 날 평균 TV 시청시간이 2시간 남짓 한 것과 비교하면 토요일은 거의 TV를 끼고 사는 셈이다.
특별히 마음이 가는 ‘양희은의 시골밥상’
토요일 프로그램 중 특히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한 코너인 ‘양희은의 시골밥상’이 너무 좋다.
시골 어르신들의 구수한 요리솜씨며 소박한 조리도구들이 편안하게 다가오고, 요리의 내공이 쌓여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멘트며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양희은씨의 진솔한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이렇게 요리와 관련된 프로그램만 보고 있어도 저절로 요리공부가 된다.어느 지역에 가면 뭐가 특산물이고, 뭐가 맛있고,또 지금은 뭘 먹어야 할 때인지 저절로 알게 될 뿐 아니라 비법을 캐내기 위해 굳이 그 식당의 주방으로 스파이처럼 잠입(?)하지 않아도 집에 가만히 앉아 맛있는 식당의 비법도 훔칠 수 있어서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리연구가들이 진행하는 요리프로그램에서보다 식당 주방의 요리비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가장 최근 TV를 보고 흉내 낸 건 대학가의 한 파전집 비법. 보통 파전은 쪽파 위에 해물을 얹은 후 반죽을 부어 지져내는데 이 집은 반죽 위에 빵가루를 뿌려 바삭바삭하게 지져낸 큼지막한 파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저거다’ 싶어서 따라 해보니 정말 찐득찐득 늘어지는 파전보다 한결 맛이 좋았다.
초저가 식당을 소개하는 요리 프로그램들 싸서 좋긴 하지만 믿어도 되는 걸까?
그런데 요즘 들어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조금은 걱정스럽다. 프로그램들마다 ‘경제가 어려워서’라는 단서를 달아, 초저가 식당들을 다투어 소개하고 있는데 물론 싸고 맛있는 식당, 정말 그건 요즘처럼 살기 팍팍한 때에 최고의 미덕을 갖춘 식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박리다매, 유통마진 절감, 무한 리필 등을 내세우는 이들 초저가 식당을 보면서 영 개운치는 않다. 아무리 산지와의 직거래를 통해 유통마진을 줄였고, 조금 남기면서 많이 팔아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영 답이 나오지 않는 식당들도 많다. 1만 원짜리 한 장만 내면 소고기 · 돼지고기 · 닭고기 · 장어 등 각종 고기를 무한정 먹을 수 있다거나, 1만 원짜리 두 장으로 1등급 한우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다고도 하고,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열댓 가지 반찬으로 차려진 백반의 1인분 가격이 고작 4,000~5,000원이라고 하는데, 정말 저렇게 싼 고기는 품질이 괜찮을까, 혹시 원산지를 속이는 것은 아닐까, 저렇게 많은 반찬들, 혹시 다른 상에 올라갔던 것을 다시 주는 건 아닐까? 이런 의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쳐든다.
집 밥만 먹을 수도 없고...
요즘 우리의 먹을거리들이 불안하다. 특히 밖에서 먹는 밥이 더 불안하다.
‘외식 안 하면 되잖아?’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집 밥만 먹고 살 수 있겠는가? 방송들이 ‘어려운 경제’ 핑계를 대며, 초저가 식당을 경쟁적으로 소개하면서 초저가식당은 더욱 번성하고, 이를 본 주변 식당들이 따라 하고,이러다 집 밖에서 먹는 밥이 더욱 미덥지 않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싼 게 비지떡이고 물건 모르면 돈을 더 주랬다. 꼭 초저가가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방송들은 왜 자꾸 잊는 건지 .
★Hello TV Tip★
김혜경씨가 즐겨보는 ‘잘먹고 잘사는 법’을 시청하려면?
HelloTV > VOD > SBS연예오락 > 잘먹고 잘사는 법
HelloTV > SBS(CH5)매주 토요일 오전 9시 45분 방송
writer 김혜경 대표(82cook) cooperation MBC, SBS,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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