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TV 속 추억 여행
영화 <해운대>
우리 고향인 ‘해운대’라는 이름의 영화가 나올 줄이야
한 달 전쯤, 흩어져 살던 가족 모두가 고향인 부산에 모였다. 막내누나가 미국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다함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마침 그날 개봉한 영화 ‘해운대’를 보러 갔다.우리가 주인공처럼 느껴졌다.잔칫날에 손님들을 모셔놓고 우리의 가족 앨범을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우리 고향인 ‘해운대’라는 이름의 영화가 나올 줄이야. 영화는 예상을 뛰어 넘는 반전이나 탁월한 구성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오동춘(김인권)이 쓰나미에 쓸려간 엄마의 영정사진을 안고 오열하는 장면은 지금도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제먹대로인 아들 동춘은 면접자리를 알아놨다고 보러 가자는 엄마에게 심한 짜증을 내며 구두도 없다는 핑계를 대며 문을 박차고 나간다.
엄마는 핑계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구두가 눈에 밟힌다. 엄마는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 말고 시장에 내려 구두를 사주기 위해 아들에게 전화한다. "구두 사려는데 크기가 270이면 돼?" 동춘은 "바빠 죽겠는데, 끊어."라고 끊어버린다. 그것이 동춘과 엄마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재난영화라면 당연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장면이 나올 거라는 예상을 했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장면에서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엄마에게 구두 한 켤레를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 몇 년 동안 관절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걷기조차 힘드셔서 주로 방안에서 앉아서 보내셨다.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겨우 외출을 나가 꽃구경을 하거나 바다를 보면 그렇게 좋아하셨다.
내가 사회에 나가 돈을 번다면 가장 먼저 엄마를 큰 병원에 데리고 가고, 철마다 편안한 실발과 예쁜 꽃들을 애인에게 하듯 안겨드릴 거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다짐은 너무 늦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빨리 떠나고, 불효자는 늦게까지 남아 소용없는 후회를 하는 법이다. 누나는 한국에서 마지막 영화인 ‘해운대’를 보고 미국으로 떠났고, 나는 다시 서울에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보통은 엄마를 잊어버리고 즐겁게 웃으며 살아갈 것이다. 다음 생애에서는 엄마를 꼭 다시 만나 세상에서 가장 예쁜 구두를 신겨 드리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라도 함께 손잡고 다닐 거라는, 다시 한 번 소용없는 다짐을 하면서.
글 조진국 드라마 작가
'HelloTV 매거진 > 2009 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Talking about]트렌드 세터들의 수다-드라마 <스타일> (7) | 2009.12.07 |
---|---|
[Cover story]디지털케이블 Hello TV를 부탁해<윤상현> (8) | 2009.12.07 |
[Beauty salon]Life style에 따른 맞춤 남성 Beauty Item (4) | 2009.12.07 |
[Culture]헬로TV와 함께하는 우아한 외출 <유영희 주부> (5) | 2009.12.07 |
[Financial]혈액형별 맞는 주식투자 전략 (5) | 2009.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