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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V 매거진/2010 04

[Cover Story] 장혁




시간이 흐르다보니 경험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바라보는
관점이 깊어지고,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그러다보니
표현할 수 있는 연기가 풍성해 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배우로서 소중하고
값진 거라 생각해요.



<추노>는 35세 장혁이라 가능했던 작품이다
<추노>의 성공이 대단합니다. 성공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요?
실 <추노>는 마니아성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저도 데뷔한 지 15
년이 흐르다 보니 작품을 고를 때 인디적인 코드인지 상업적 코
드인지는 어느 정도 판단을 해요. 그런 면에서 <추노> 자체는 상
업적인 코드보다는 마니아적인 코드가 짙다고 생각해요. <추노
>는 사극에서 주로 다뤄지는 궁중을 배경으로 하거나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은 것부터가 일반적인 흥행코드에서 벗어난
작품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사랑을 받은 건 오히려 아무
도 시도하지 않았던 마니아적인 소재의 사극이란 점을 오히려
신선하게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활극적인 요소도 들어
갔고 카메라의 촬영기법도 뛰어난 점들이 모두 합쳐져 좋은 결
과가 나왔어요. 주연진들은 물론 작은 배역 연기자들의 혼신 어
린 열연도 큰 몫을 했고요.
2007년 전역과 함께 출연한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는 장혁씨
인생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 평가돼요. 이번 <추노> 역시 장혁씨에
게 남다른 느낌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추노>는 제가 35세가 되
면서 처음 만난 작품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삼십대 중반이 되
면서 그에 걸맞는 캐릭터와 작품을 만나고 싶었는데 마침 <추노
>에 출연하게 된 거죠. 대길이란 역은 35세의 장혁이기에 연기가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대길은 외형적인 것도 내면적인 것도 모
두 원숙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인물이거든요. 제가 만약 20대
어린 나이였다면 대길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어요.
<추노>에 출연한 배우들은 장혁씨를 비롯해 모두 연기 면에서 재조명
을 받을 정도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다만 언년 역을 맡은 이다해
씨가
극 초반 ‘민폐언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었는데,
동료 배우로서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다해씨를 대변할 입장은 되지 못해요. 하지만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추노>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것입니다. 좀 더 드라마 상에서의 여주인공으로 봐 주셨어야 하
지 않나 싶어요. 아울러 작품은 혼자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니고
한 배우의 연기 톤도 혼자 책임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진과 상대 배역과 제작 환경이 모두 함께 섞여서 연기 톤이 나
오는 건데 한 배우에게만 화살이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느꼈어
요. 다해씨와는 SBS <불한당>에 이어 이번 <추노>에서도 호흡을
맞추었는데 현장에서 지켜본 다해씨는 더할 나위 없이 성실하
고 긍정적으로 자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배우였어요.
현실에선 아름다운 아내와 두 아이를 둔 행복한 남편이자 아빠인데
요. 반면 대길은 사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보통 배우들이 배역에 푹 빠져 드라마가 끝나도 헤
어 나오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장혁씨는 어떤지요.
저는 아마 세상에
서 캐릭터 정리가 가장 빠른 배우 중 한 명일지 몰라요. 배우는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리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여
겨요. 백지 상태가 되어야 다른 배역을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이
대길을 연기하는 동안 촬영장 안에서는 대길로 살았지만 집에
가면 아빠 장혁과 남편 장혁으로만 살았어요. 특히 이번 작품에
선 몸을 혹사시키는 신이 많아 부모님들이 많이 걱정하시고 마
음 아파하셨죠. 부모님은 연기자 장혁이 아니라 아들 장혁으로
보실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 사형장 신에서는 너무 마음 졸이며
힘들어하셨어요.
장혁씨는 대길을 바로 털어버렸다고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오래도
록 잊지 못할 캐릭터입니다. 극 초반 장혁씨를 비롯한 남자 출연자들
의 완벽한 복근은 최대 화제였죠
.-사실 그 부분은 많은 아쉬움이 있어요.
감독님이 저희에게 처
음 요구하신 건 “영화 <300>의 몸을 만들어오라. 그냥
멋있는 몸
이 아니라 <300>처럼 그 사람들의 혼이 깃들어있는 몸이어야만
한다”였어요. 저희 역시 <추노>는 온 몸으로 살던 민초들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스타일리쉬한 몸이 아니라 노동자의 몸을 만
들어야 한다고 동의했고요. 처음 의도는 분명 그랬는데 막상 방
영이 되니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자극적으로만 비춰줘서 아쉬
웠어요.

난 ‘핫’하기 보다 은근하게 살고 싶다
20대 때 ‘리틀 정우성’이라 불리는 청춘스타로 데뷔해 15년 연기경
력의 배우가 되셨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배우 장혁의 변화를 돌
이켜 본다면요.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하고 싶어요. 시간이 흐르
다 보니 경험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바라보는 관점이
깊어지고,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그러다 보니 표현할 수
있는 연기가 풍성해진 것 같다고요. 그런 면에서 나이를 먹는다
는 건 배우로서 소중하고 값진 거라 생각해요.
처음엔 연기보다 출중한 외모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연
기에 이의를 달 수 없을 정도로 놀랍게 성장했습니다.
(한참 뜸을 들
이다 웃으며) 제가 미남형에 속하는 인물이었거든요. 그러다 보
니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오히려 힘들었어요. 배우 초
창기엔 그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TJ 프로젝트 앨범을 통해 가수
로서 나레이션과 랩에도 도전하면서 노력했어요. 배우 장혁은
곱상한 청년의 얼굴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
해 망가지는 캐릭터든 불량스러운 캐릭터든 가리지 않고 연기했
죠. 지금도 외형적인 외모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거지같은 외모의 대길인데도 시청자분들이 멋지게 봐 주시는 것
처럼 연기만 잘 한다면 출중한 외모 이상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는 거죠.
배우라는 직업은 대중과 매체를 통해 늘 평가를 받는 입장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회의가 든 적은 없었나요?
예전엔 제가 출연한 작품에
대해 너무나 심한 기사를 쓴 걸 보고 직접 매체에 전화를 건 적
도 있어요. ‘화장을 덕지덕지한 늙은 창녀가 웃음을 판 영화다.’
라는 식의 기사였는데 물론 표현은 자유롭지만 그건 정말 폭력
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과물의 완성도를 떠나서 저를 비롯해 그
영화를 만든 스텝들이 가식으로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거든요.
전화를 걸어 그걸 알리고 사과를 받아냈죠.
시청률 역시 배우에게 있어 자유로울 수 없는 수치이지요? 그렇죠.
게다가 시청률은 제가 노력한다고 억지로 조정할 수도 없는 거니까요.
추노> 제작발표회 때도 <아이리스> 후속작이기 때문
에 시청률 부담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전 그때 부담
없다고 했지만, 시청률은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어요. 좀
모순된 대답이죠? 시청률에 연연할 필요도 없지만 시청률을 완
전히 배제하는 것도 배우로서의 책임감 면에서 아니라고 생각
하거든요.
장혁씨 배우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일은 군 입대 문제가 아니었
을까 싶어요. 그 시기는 어땠나요.
군대 문제는 비유를 들면 제가
물을 엎질렀는데 그 장소가 밥상이 아니라 아주 중요한 서류 위
였던 거예요. 그건 단숨에 물만 닦는다고 해결될 건 아니었죠.
시간과 자숙이 충분히 필요했어요. 제대할 때쯤엔 그건 결코 문
제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죠. 아직도 제대를 하고 걸어나오
던 길목이 생생해요. 발은 앞으로 뛰어가는데 고개는 뒤돌아보
는 거예요. 군대에 소중한 제 인생의 경험들이 남아있었기 때문
이죠. 어떤 경험을 가졌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
라져요. 그런 면에서 군대에서 쌓은 경험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죠.
<추노>를 마치자마자 다음 드라마 촬영을 위해 중국에 간다고 들었어
요.
단 하루도 안 쉬고 새 드라마에 들어가네요. <모델>이란 드라마
에 처음 출연했을 때 상체와 얼굴이 풀샷으로 잡혔을 때 기뻐서
혼자 화장실에 가서 환호성을 질렀어요. 그때의 초심을 생각하
면 지금 이렇게 연기하는 것 자체가 황홀한 걸요. 오히려 하루도
현장에 가지 않으면 몸이 피곤해요.
마지막으로 배우 장혁이 아직도 성장 중이라면 어떤 배우가 되기를
바라는지요?
전 너무 ‘핫’하거나 너무 ‘쿨’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아
요. 그냥 은근하게 불타면서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 장혁이 되고
싶어요. Editor 김서희 편집장



Interview Behind Story
장혁은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무뚝뚝한 사람도 아니었다. 미리 앞서 말
하지 않을 뿐 작은 질문 하나에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성심성의껏 대답을 하는
사람이었다. 장혁과 인터뷰를 한 기자들은 무조건 그의 팬이 된다는 매니저의
말이 빈말은 아니라 느꼈다. 장혁은 느린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둔한 사람도 아
니었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남자를 주제로 한 사진촬영 컨셉
에 그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몰입력을 보여주었다(카메라 앞에서 담배를 든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릴 정도로 열연을 한 그의 모습에 우리 모두는 감탄을 자
아냈다). 찰나에 감정을 잡은 천상 배우였지만 그는 그 능력에 자만하여 감정을
일시에 폭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들을 안으로 꾹꾹 담아 섬세하게 슬로우
비디오로 보여주듯 표현해주었다. 장혁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가까
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도 아니었다. 톱스타지만 여전히 본인을 향한 칭찬과
흠모에 수줍어했다. 그가 흠모하는 배우 조니 뎁을 닮았다는 스텝들의 호들갑
스러운 칭찬에도 겸연쩍은 듯 조용히 웃고, 대화를 나눌 때도 옆 사람에게만 들
릴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 아무리 바쁜 상황에서도 누군가가 그를 위해 물 한잔
을 내밀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다만 본인을 향한 주변의 칭찬과 찬사에는 조
금 어색해하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추노엔 ‘산은 오를수록 높고, 물은 건널수록
깊고 그게 인생이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장혁이라는 배우 역시 오를수록 많은
경험과 깊은 시간이 쌓여 스스로의 인생을 조용하고, 느리게, 그리고 안으로 안
으로 탄탄하면서도 유연하게 담금질해갈 것이다. 우리는 고단한 어느 하루 그
의 연기가 아닌 인생이 녹아든 한 장면에 위로받을 것이고.



He is...장혁의 인물관계도
배우 전지현 지금까지도 CF계의
여왕이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은 배우
겸 모델인 전지현과의 인연은 싸이더스
연습생 시절부터 시작한다. 의류 광고 모
델로 함께 활동하고 장혁이 TJ란 이름으
로 가수(랩퍼) 활동을 할 때엔 뮤직비디
오에도 출연했다. 그래서 한 때, 사귀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 만큼 막역하면
서도 오누이 같이 지내는 친한 동료다.

가수 god 늘 먹을 게 부족했다던
장혁의 무명 시절, 함께 숙소생활을 하
면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냈던 의형제
같은 사이다. GOD의 데뷔 곡인 <어머님
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장혁은 대
박을 터트린 <어머님께> 덕분에 무명의
서러움을 털어내고 자신의 이름과 얼굴
을 알리는 기회를 얻었다.

배우 신승환 배우 차태현의 매니
저 출신으로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다모>등에 출연한 배우 신
승환과는 “오래 전부터 차태현과 함께
서로의 결혼식에 사회와 축가를 맡아주
기로 약속해왔다.”라고 할 정도로 친한
사이다. 드라마 <추노> 촬영으로 정신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신승환의 결혼
식 사회를 맡아 깊은 우정을 자랑했다.

용띠 클럽 김종국, 차태현, 홍경민,
홍경인, 조성모로 구성된 76년(빠른77 포
함) 용띠들의 모임이다. 서로의 활동 영역
에서 심심치 않게 얼굴을 볼 수 있는 막역
한 관계로 최근에는 김종국이 출연했던 <
패밀리가 떴다>에 차태현과 함께 출연하
여 “차희빈 차태현 VS 일꾼 장혁”이라는
서로 상반된 컨셉을 만들어내면서 높은 시
청률을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