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걸음이지만 희망을 찾아 한 걸음씩
김지훈
드라마 한 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금씩 갈고 닦아 어느새 개성만점의 연기자로 거듭나는 이가 있다. 김지훈은 아무래도 후자 쪽이다. 데뷔 9년차, 그간 열 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고 주연도 여러차례 맡았지만 내로라할 작품이 딱히 없음이 못내 아쉬웠다. 그런데 얼마 전 종영한 SBS <별을 따다줘>의 냉혈 변호사 ‘원강하’ 역을 맡고 나서부터 크게 달라졌다. 요샛말로 ‘엣지’가 생겼다고 할까? 변호사로 분하기는 KBS<연애결혼>(2008)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땐 앳된 외모 탓인지 다소 어설퍼 보였던 게 사실이다. 깎은 밤톨처럼 귀여운 변호사라니. 도무지 현실감이 없었던 거다. 그런데 ‘원강하’는 겉모습은 그다지 변한 게 없지만 눈빛이며 풍기는 분위기가 제대로 나쁜 남자가 아닌가. “1~2년 사이에 내면적으로 많이 성장하면서 자신감도 붙었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른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 같고, 그런 부분들이 연기에서 나타나는 게 신기하단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방향을 전환하다
1981년생, 이제 서른이지만 여전히 아이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실은 아이돌 가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학교, 학원, 집, 세 곳을 오가다 가끔 오락실에나 들르는 평범하고 모범적인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대학(아주대 심리학과)에 입학하고 나서야 아이돌을 주로 키워내는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하게 되고 그 덕에 2001년 음악방송 VJ(M.net <핫라인 스쿨>)로 데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내 가수가 될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연기자의 길로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주로 가수 뒷바라지에 전념해온 기획사인지라 지원이 미흡할 수 밖에 없었다. 마냥 기다리다 못해 독자적으로 활동하려는 그를 기획사는 탐탁지 않아 했고 그렇게 시작된 갈등은 몇 년씩이나 계속되었다. 그리고 서로 반목하는 사이, 그는 지쳐 갔다. 생각해 보면 반짝반짝 빛나야 마땅할 20대를 주눅 들어 보낸 셈이다. 얼마나 아까운 일인지. 다행히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 중 KBS 신창석 PD의 은혜는 죽는 날 지 잊을 수 없다.KBS <황금사과>에 캐스팅되었다는 보도가 나간 후 송국으로 철회 요청이 들어갔지만 신 PD가 뚝심으로 막아줬고, 그 덕에 목마르나마 연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난해 KBS <천추태후>에도 출연했다.
연기자로서 불안함도 두려움도 없다
<천추태후>는 처음 경험해 보는 사극이었다. 더구나 정통 사극인 데다 이름을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륜 있는 선배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지라 여러모로 조심스러웠다. 연습 외엔 살길이 없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좋아 8월 방영 예정인 tvN <조선X파일 기찰비록>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조선X파일 기찰비록>은 조선왕조실록에 실제로 기록돼 있는 기이한 사건을 다루는 사극물로 그는 사헌부 감찰 ‘김형도’ 역을 맡아 또다시 냉철하고 올곧은 남자를 보여준다. 그리고 첫 영화 <나탈리>도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길고 지루한 터널을 지나는 사이 스스로 자라는 법을 깨우친 청년 김지훈. 그는 이제 연기자로서의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두려움도 없다. 그가 활화산처럼 잠재력을 뿜어내는 광경을 우린 그저 지켜보면 된다.
Writer TV칼럼니스트 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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