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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V 매거진/2010 08

[Cover story]이민정


‘ 숲’을 닮아가는 배우가 되다



배우 이민정을 대중이 가장 쉽게 기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KBS<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약혼녀 하재경과 SBS <그대, 웃어요>의 철없지만 사랑스러웠던 캐릭터 서정인일 것이다. 드라마엔 2006년 MBC <있을 때 잘해>로 정식 데뷔한 그에게 2009년 출연한 <꽃보다 남자>는 출세작이 되었고, <그대,웃어요>에서는 주연급 배우로 당당히 인정을 받았다. 하재경과 서정인을 거쳐 CF계의 블루칩 모델로 등극한 후 이제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도 첫 주연을 맡았다. 얼마 전 영화 촬영을 마치고 잠깐 숨을 고르고 있는 이민정을 만다.





꾸준히 걸어왔던 배우, 이민정

제가 직업병이 생긴 건지 요즘에 영화를 보면 작품에 몰입해서 편하게 즐기게 되는 게 아니라 그 영화의 현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편하게 즐길 수가 없더라고요. 이 한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했을까 하는 생각과 그 상황이 자연스럽게 그려져서요



<꽃보다 남자>의 하재경 역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로 아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대학 시절부터 연극무대에서 꾸준히 연기 기초를 닦았고 영화나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경력을 쌓았어요. 하지만 이쪽에는 워낙 아역 때부터 활동하신 분들도 많아서
제가 쌓은 경력은 크게 내세울 만하지는 않아요.<꽃보다 남자> 이전의 활동은 인지도가
없을 때여서 대중이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긴경력을 가진 배우도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는 계단을 밟듯 단계적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그대, 웃어요>에 캐스팅 된 후 “<꽃보다 남자>로 나의 100%를
발휘했다면 <그대, 웃어요>에선 200%의 실력을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었어요.
연장을 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마무리되었던 작품인데, 마음 먹었던 대로
마음껏 실력을 발휘했는지 궁금해요.

제가 메인으로 처음 끌어가는 작품이라 책임감이 크다 보니 그런 당찬 말도 했었네요. 물론
실력은 부족했지만 열정만큼은 200% 발산하려고 노력했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 한 번의
NG도 허용치 않으시는 최불암 선생님이나 송옥숙 선생님 같은 베테랑 선배님들이 워낙
많이 나오시다 보니, 저는 그분들의 호흡을 따라가는데 급급해서 정작 제가 표현해야 할 연기
포인트를 가끔 놓치곤 했습니다. 아무도 NG를 안 내는데 저 혼자 실수를 하면 모든 분들에게
피해가 될 거란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NG만 안 내고 무난하게 넘어가려고 한 연기들이 작품
끝나고 보니 제 눈엔 보이더라고요.

<꽃보다 남자>의 하재경은 사실 가난 때문에 고민하는 금잔디에게
명품선물을 척척 사주는 돈 자랑하는 인물로도 보일 수 있는데, 이민정씨가 연기한 하재경은
쿨하면서 세련된 캐릭터로 보였어요. 마찬가지로 <그대, 웃어요>에서도 아버지가 사업빚에
시달리는데도 돈을 벌 생각을 하기는커녕 미모와 애교로 정경호씨를 비롯한 주변 남자들을 녹여
버리는 서정인이었죠. 그런데도 얄밉기보다는 마냥 사랑스러운 서정인으로 만드셨어요.
이처럼 비호감에 가까운 인물들을 매력적인 인물로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렇게 봐주셨다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인데요.전 모든 드라마 속 인물들은 우리 주변 사람들처럼
절대 선인과 절대 악인이 없다고 생각해요. 왜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듯이
드라마 속 인물이 부족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의 감정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 정말 좋은 작품은 주연뿐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꽃보다 남자>와 <그대, 웃어요>는 감독님이나 작가 분들께서 그런 작품으로 잘 만들어 주셔서 제가 덕을 많이 본 게 아닐까 싶어요.

<그대, 웃어요>에서는 표정 연기가 참 다양했어요.
극 초반 최불암씨가 밥까지 주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게 대했을 때, 카센터에 쌓아둔 타이어 위에
앉아 뾰로통해서 최불암씨를 바라보는 표정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독기가 어린 것 같으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귀여웠거든요.

그 드라마를 하면서 표정이 다채롭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저는 표정이 많은
연기자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그대,웃어요>를 하면서 저도 모르던 표정들을 많이
발견하고 놀랐어요. 사실 제가 뾰로통한 채 거울을 보지는 않으니까요(웃음).
예전 어느 선배님이 배우는 표정이 많아야 좋다는 조언을해 주셨는데, 그런 면에서 <그대, 웃어요>는
저한테 내재된 배우로서의 표정을 발견하게 해주었으니 참 고마운 작품이죠. 처음 연기를 시작한
장르는 연극이었어요. 대중은 지금의 배우 이민정과 연극을 쉽게 연결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연극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했어요. 저는 연극을 한 경험이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청자들은 저와 연극을 잘 매치시키지 못하시더라고요. 아마 ‘이민정’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연극에 관련된 자료들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반면 기자분들은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아, 이민정이 연극도 했었구나’ 하고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전 연극은 고전부터 코미디까지 다양하게 출연해요. 솔직히 드라마는 오늘비가 오면 촬영을 내일로
미룰 수 있지만 연극은 마지막까지 호흡을 유지한 채 배우가 가지고 있는 걸 모두 다 소진해야 끝나요.
그런 면에서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을 지닌 장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다고 방송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웃음). 연극은 제가 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에요.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매력 있는 배우, 이민정

이민정씨 하면 예쁜 여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에요.
많은 CF에 출연하면서 신비로운 매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같고요. 지금까지는 그런 이미지에
걸맞은 배역을 주로 연기하신 것 같은데 정말 본인이 연기하고픈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저는 고 장진영 선배님이 연기하셨던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의 산전수전 다 겪은
술집 아가씨 같은 강하면서도 슬픈 역을 꼭 한번 하고 싶어요.
인생의 고통스러움을 온몸으로 처절하게 겪은 그런 캐릭터요.

지금의 민정씨가 지닌 이미지와 본인이 맡고 싶은 망가진 역과는
많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신지요.

그 부분이 사실 딜레마이긴 해요. 물론 예쁘다고 말해주는 건 기쁘고 감사한 일이 분명하지만
제가 배우로서 하고 싶은 역을 위해 얼굴에 검댕이를 칠하고 촌스럽게 해야 할 때 선입견으로
무조건 안 어울린다는 평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있어요.
연기를 잘 해서 그런 편견을 없애는 거 외엔 방법이 없겠죠(웃음).

<꽃보다 남자>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연예인이 되고 나서
이전과 다르게 생활인 이민정으로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처음 드라마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길거리에 침 한번 안 뱉을 자신 있으면 시작하라고
조언 해주셨는데 그때만 해도 제가 어디가서 나쁜 짓 할 애도 아니고 연예인이 돼서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년 <꽃보다 남자>를 마친 후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면서
친한 친구의 생일파티인데도 장소가 나이트나 클럽이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스케줄도 갑자기 많아진 데다가 그런 일들까지 신경 쓰게 되면서 답답증이 생기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런 과도기를 넘어서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재미있는 건
<꽃보다 남자> 속 단발머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대, 웃어요>를 하면서 헤어스타일을
바꾸니까 많이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덕분에 편하게 행동하기도 했어요.

민정씨는 드라메에서의 캐릭터가 대부분 귀여운 인물이었던 반면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펜트하우스 코끼리>,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걷다> 등에서의 캐릭터는
모두 무거운 캐릭터 였어요. 드라마와 영화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시게 된 건 의도적이었는지
궁금해요.

영화는 제가 독립영화에 가까운 작품에 주로 출연하면서 드라마와는 다른 진지한 배역을 많이
연기했던 것 같아요. <백야행- 하얀 어둠속을 걷다>는 손예진씨와 고수씨가 함께 출연했는데
<꽃보다 남자>가 끝나고 곧이어 선보인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하재경에 대한 인상이
강하셨는지 제가 영화 속에서 연기한 캐릭터가 조금은 안 어울린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어요.
이번 가을에 개봉 예정인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는 이전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와는 다르게
드라마에서 편하게 연기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인물이네요. 더구나 영화에선 첫 주연작품이고요.
사실 드디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을 정도로 제가 성장했다는 게 무척 뿌듯하고 대견하기도 해요.
드라마에서의 주연도 그렇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뚜렷하게 남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건
배우로서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극중에선 어떤 역이세요.
엄태웅씨, 최다니엘씨, 박신혜씨와 함께 출연하는데 짝사랑하지만 고백 못하는 남자를 도와준다는,
너무나 유쾌한 작품이에요. 연애조작단 일원이 엄태웅씨랑 김신혜씨고, 짝사랑하는 인물이
최다니엘씨 저는 최다니엘씨의 사랑을 받은 여자예요. 제가 맡은 역은 공감할 만한 그런 평범한
여인이에요. 그래서 일부러 앞머리도 자르고 수수한 스타일로 나와요. 감독님의 전 작품인
<광식이 동생 광태>처럼 관객300만명이 넘을 정도로 꼭 흥행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참, 제가 영화 O.S.T에서 노래도 불러요.

성악을 전공하신 경력답게 출중한 노래실력을 기대해 볼 만하겠어요.
아, 그 정도는 아니에요(웃음).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시청률 높은 조연보단 시청률 낮은
작품의 주연을 하고 싶다는 당찬 발언이 인상적이었어요.

솔직히 그때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연을 한번도 맡지 못해서 했던 말이에요. 주연을 맡고 난
지금은(웃음) 임팩트 있는 조연이라면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혼자 영화를 보는 게 취미라고 들었어요. 요즘엔 어떤 영화를 보셨어요?
제가 직업병이 생긴 건지 요즘에 영화를 보면 작품에 몰입해서 편하게 즐기게 되는 게 아니라
그 영화의 현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편하게 즐길 수가 없더라고요. 이 한 장면을 만들어 내기위해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하는 생각과 그 상황이 자연스럽게 그려져서요.

지혜로운 이가 되려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이민정도 어느새 작품을 보면 완성된 장면만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숨겨진 현장의 준비 과정까지 눈에 들어오는 눈 밝은 배우로 성장한 것이다.
그 깊은 시선으로 이민정이라는 배우는 앞으로 다양한 나무들과 꽃들의 향기로 채워진
풍요로운 숲을 닮아갈 것 같다. Writer 김서희 편집장



She is...
이민정의 인물관계도
최불암 : 이민정은 초등학교 시절 아역배우로 현대예술극장의 연극 <스크루지>에 출연했다.
현대예술극장은 최불암이 창단한 곳이었고, 두 사람은 후에 드라마 <그대,웃어요>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로 만나게 된다. 최불암은 이민정에 대한 첫인상으로 대선배인 자신을 전혀 어려워하지
않고 싹싹하게 다가와 본인이 어린 시절 <스쿠르지>에 출연했다며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고
말했다. <그대 웃어요>에서 무뚝뚝한 구두쇠 시아버지 만복을 만점애교로 녹여버리는 서정인 캐릭
터와 실제 이민정이 그런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많음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다.

정경호 : 드라마 <그대 웃어요>에서 일명 ‘멍*구 커플’로 불리며 이민정과 함께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두 사람은 2007년 지아의 컴필레이션 앨범 '바이올린'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드라마를 통해 2년여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그래서 극중 이민정 언니로 나온 최정윤이 그들을 바라보며 “난 재들만 보면 부러워서
나도 결혼하고 싶어 죽겠다니까”라는 대사가 등장할 정도였다. 드라마 속에서 신차개발팀장으로 나온
정경호와 이민정은 드라마 종영 후 자동차 CF광고 모델로도 동반 발탁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이효리 : 일명 ‘여신’이라 불리는 이민정은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이 여신이라 불리는 것에
과찬이라 답하며 진정한 여신으로 생각되는 연예인으로 이효리를 꼽았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민정을
청순여신으로, 이효리를 섹시여신으로 꼽으며 상반된 매력을 볼 수 있는 두 사람의 자료들이 웹상에
업데이트되기도 했다. 배우와 가수이기 때문에 함께 활동할 기회가 없는 두 사람이지만 CF에서
는 둘 다 인기 모델이기에 묘한 라이벌 구도가 성립되기도 한다.
한 예로 이민정이 메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모 소주 브랜드의 경쟁업체 모델이 바로 이효리다.

Cover Story에 출연해 주신 이민정씨에게는 성공한 사람의 프리미엄 드링크 CJ <한뿌리>를
증정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