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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V 매거진/2010 12

[FOOD] 깊고 진한 맛, 곰탕


깊고 진한 맛, 곰탕!


SBS 드라마 <대물>에서 강직한 열혈 검사 하도야(권상우 분)의 아버지 하봉도(임현식 분)가 끓여내는 곰탕은 우리네 아버지들의 자식 사랑처럼 우직하고 깊은 맛이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꿈꾸는 대통령(이순재 분)의 아내를 잃은 헛헛함을 달래준 것도 바로 그가 우려낸 진한 국물 맛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청와대 조리장이 되는 명예를 누렸던 하봉도는 검사직을 박탈당한 아들의 복직을 위해 나섰다가 함정에 빠져 억울한 죽음을 맞고 만다. “집에 가자, 집에 가자” 되뇌며 오열하는 아들 하도야의 눈물을 닦아줄 아버지는 물론, 든든하니 속을 채워줄 곰탕 한 그릇이 이젠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급기야 대통령은 하도야에게 아버지의 곰탕 맛을 재현한다면 복직을 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하도야는 아버지의 곰탕 맛을 내고자 곰탕의 대가 팽 영감(윤문식 분)을 찾아가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되는데, 만약 실제 곰탕의 대가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곰탕 하면 서울 반가촌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왔다는 하동관을 추천한다. 하동관의 곰탕은 한우 암소의 사골과 양지, 내장인 곱창과 대창, 양 등을 넣고 푹 끓인 후 기름을 걷어내고 양지수육과 양포만을 깔끔하게 얹어 손님상에 낸다. 파를 넣고, 알맞게 익은 깍두기와 같이 훌훌 한 그릇 먹고 식당을 나설 때 몸과 마음은 푸근한 포만감으로 배부르다.


청계천 일대 도시재개발 사업으로 철거되기 전인 수하동 하동관을 내가 처음 찾아갔던 때는 1980년대였다. 바글바글한 손님들 중 반 이상이 노인 분들이어서 한 번 놀랐고, 곰탕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하며 두 번 놀란 이후 내 나름대로 맛집 찾는 노하우가 생겼다. 낮선 곳에서 맛있는 집을 찾아 방황할 때 실패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노인 분들이 많이 들어가는 식당을 쫓아가는 것이다. 이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른 아침 취재를 갔는데도 하동관에서는 역시나 노인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시어머니로부터 하동관을 물려받아 그 전통을 이어가는 김희영 대표께 연륜 있는 어르신들을 이끄는 맛의 비결을 여쭤 보니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신선한 재료와 성실한 준비, 청결한 조리 과정이었다. 김희영 대표는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일정한 양만을 끓여 다 팔고 나면 문을 닫는다.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대부분 오후 3~4시면 문을 닫을지라도 더 팔기 위해 중탕을 하지 않으며, 남아서 다음 날에 재탕하는 법도 없단다. 암소 한 마리가 들어간다는 큰 솥은 대략 450그릇이 나온다는데 450명이 다 온다기보다 먹고 포장해 가는 손님들이 많아 더 일찍 동이 나는 것 같다. 나만 하더라도 하동관에 가면 항상 올 때 2~3인분씩 포장을 해온다.
또한 곰탕 맛의 완성이라 할 만큼 비중이 큰 깍두기도 매일매일 담가서 순서대로 익혀 낸다는데, 최고의 새우젓을 조미료 삼아 담근다는 깍두기의 맛은 정말 일품이다. 여기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깍두기 국물 맛이다. 주전자에 담아 놓은 시원한 깍두기 국물을 곰탕을 반쯤 먹은 시점에 부어 먹으면 얼큰하고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 특히 술을 마시고 해장하러 오신 분들이 이 방법으로 즐겨 먹는다.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대해 분점을 내자는 유혹도, 인터넷에 포장 판매를 하자는 젊은이들의 영악한 제안도 다 마다하시고 맛을 전수하려는 딸한테 그 비법을 가르치고 있다.

하동관에는 여느 맛집들과는 달리 방송이나 잡지에 나왔던 기사 스크랩이나 유명 인사들의 사인을 즐비하게 걸어놓지 않았다. 벽에는 달랑 액자 두 개가 걸려 있는데, 그 하나는 서울시가 붙여준 서울시 지정 전통음식 맛집 명패이고, 또 하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실에 발전 기금을 후원하고 있어 서울대학 병원장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다.
맛집 명패에는 맛의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담겨 있으며, 감사패에서는 작은 음식점이지만 이윤을 사회에 되돌리는 큰 기업 못지않은 사업 철학이 엿보여 넉넉한 나눔의 정까지 맛본 행복한 아침이었다.



★Hello TV TIP★
<대물>에는 아버지가 전하는 곰탕의 깊은 맛이 있다.
본방송: Hellotv>SBS(Ch.5)>매주 수목요일 오후 9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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