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MC 신동엽의 고군분투기
심야는 신동엽이 그토록 찾던 무대였다. 그가 일본에서 데뷔했다면 재벌이 되었을 것이란 말은 농담이 아니다. 심심찮게 성인코미디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 그에게 이 시간대의 공중파는 소재의 제약과 시청률의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이 때문에 KBS <야행성>의 폐지는 그에게 있어 또 하나의 불운이다. 케이블에서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공중파 심야방송을 발판 삼아 신동엽표 예능의 새로운 거푸집을 만들어 가던 찰나였으니까.
예능 천재라 불리던 사나이
신동엽은 김구라의 말처럼 예능 MC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원톱 MC였다.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 친화력, 그리고 남을 놀려도 밉지 않은 익살꾸러기이자 명민한 진행자인 그는 연말 시상식 MC에서부터 일반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웃음을 만들어내는 리포터형 인터뷰까지 가능한 최고의 예능선수다. 그러나 천재라 불리며 데뷔했던 신동엽에게도 하나의 약점이 있었으니, 혼자서 다른 사람을 웃기기는 잘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받쳐 주는 것에는 약하다는 점이다. 집요하게 한 사람만 놀리거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면서 능수능란한 진행과 애드리브가 장기인 그에게 여러 출연자들의 개성을 그대로 살려주고 뒤에서 조율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시스템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리고 식상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맞서며 고행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신동엽표 예능이 다시 터지기 시작했다. 콩트가 가미된 가학적인 리얼 버라이어티 tvN <네버랜드>를 통해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에 측면 승부를 거는가 하면 tvN <러브 스위치>와 <야행성>에서는 그의 장기인 ‘말발’로 전면전에 나섰다. 이 두 프로그램에는 신동엽의 전성기 시절 모습이 어렴풋 묻어난다. 수십 명의 일반인이 출연하는 <러브 스위치>에서 신동엽은 능글맞은 입담을 능수능란하게 과시한다. 본능과 속물근성 사이의 간보기가 횡행한 가운데 속마음을 추리하는 것이 그의 몫. 성인코미디를 지향하며 일반인들에게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데 천부적인 신동엽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스튜디오를 휘저으며 케이블 예능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천재가 다시 살아난 심야 시간
그런가 하면 <야행성>은 그의 전성기 시절 토크쇼의 재림이다. 물론 야행카를 타고 시민들을 찾아가지만 작은 공간, 소수의 사람들, 그리고 콩트와 보조 MC는 신동엽 코미디가 활성화되는 최적의 조건이다. 누군가를 놀려 먹는 신동엽의 토크는 스타일상 보조 MC가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깐족거리는 윤종신이 받쳐 주니, 신동엽의 입담이 아기자기해졌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FC바르셀로나와 같다. 섬세하면서도 창의적인 애드리브가 오가는 신동엽 토크쇼의 묘미가 살아난 것이다. 게다가 <야행성>은 SBS <헤이, 헤이, 헤이>에서 보여준 변태 할머니 콩트와 같은 19금 코미디를 간간이 보여줄 수 있는, 그가 그토록 바라던 무대였던 것이다.
<야행성>은 새로운 에너지가 꿈틀거리기 시작할 즈음 폐지가 결정되어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동엽은 월요일 밤 11시 5분에 편성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통해 다시 한번 예능 격전지에 내던져졌다. 그것도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이영자와 함께한다. 무대는 그만의 재능과 특기를 뽐낼 수 있는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스튜디오 토크쇼다. 라디오 사연 소개에서 모티브를 가져오다 보니 아직은 시각적 요소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고, 서로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안 되어 어수선하다. 하지만 <야행성>이 남긴 것은 신동엽만의 코미디가 여전히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시대가 다시 올지, <야행성>도 숱하게 폐지된 그의 또 다른 프로그램일 뿐인지,<야행성>의 폐지가 기나긴 불운의 또 다른 시작일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지워진 무게가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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