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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떼루아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와인은?

와인 드라마 <떼루아>가 회를 더해가며 점점 다양한 와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회부터 등장한 엄청난 가격의 샤토 무통 와이어 와인이 얼마 전 8회에서는 개수대로 콸콸 쏟아지며 사라져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구요. 양회장이 대표들과 식사를 하면서 마셨던 'Silver Oak 2003', 병원에 있는 태민의 삼촌이 마시고 싶어했던 'St-emilion Jean-Pierre Moueix', 태민과 지선의 회상 장면에서 등장했던 'Montes Alpha' 등 매회 여러 와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가 본격적으로 셀러에 들어가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도 길고 긴 이름의 와인들이 계속해서 나오는데요. 우주는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복잡한 향으로 와인을 기억하고 그 인상을 다이어리에 적어 놓습니다. 첫 인상은 별로였는데 보면 볼수록 괜찮은 남자, 이런식으로 말이죠.

우주가 와인에 대한 인상을 적는 것을 보면서 문득 <떼루아>의 주인공들과 어울리는 와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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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민 - 피누 누아처럼 까다롭고 섬세한 와인

한국 최초의 와인 마스터가 탄생한다면 강태민일 것이라고 할만큼 와인이 생산되는 전세게 50여개 나라를 종횡무진하며 미지의 와인을 발굴하기도 하고, 잘나가던 와인에 대해 혹독하게 평가하기도 했던 태민. 사고로 인한 부모의 죽음, 할아버지와의 갈등, 아버지 같은 삼촌의 투병생활, 지선과의 엇갈린 사랑으로 인한 상처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는 자기 주위에 계속해서 벽을 두릅니다.
이런 태민을 우주는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 같다고 비유하더군요. 피노 누아에 대한 묘사는 영화 <사이드 웨이>에 아주 자세히 나옵니다.

"재배하기 힘든 포도구요. 껍질도 얇고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빨리 익고, 카버네 쇼비뇽처럼 생존자가 아니에요.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안 돌바줘도 잘 자라는.
그런데 피노는 항상 돌봐주고 관심을 줘야해요. 사실은 감춰진 조그마한 구석에서만 자랄 수 있거든요.
오직 인내심과 사랑이 있는 사람만이 피노를 가꿀 수 있죠. 피노의 잠재력을 이해하려고 많은 시간을 쏟는 사람만이 피노의 진정한 맛을 끌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나면 가장 잊혀지지 않는, 빛나는, 소름끼치게 하는, 미묘한 고대의 맛을 끌어내죠."

<사이드 웨이>의 주인공이 말한대로 피노 누아는 기후에 아주 예민하고 수확량도 적기 때문에 부르고뉴 지방을 벗어나서는 질 좋은 포도를 얻기 어렵다고 하네요.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전혀 다른 개성으로 재탄생했죠. 재배하기는 까다롭지만 제대로 된 떼루아를 만나면 섬세한 향과 복잡한 미감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와인이 된다고 합니다.
완전 까칠하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떼루아 사장 강태민이지만, 그가 지선과 함께 있을 때면 좋은 향이 난다고 우주는 말했는데요. 그게 아마 제대로 된 피노 누아 와인에서 올라오는 화려한 부케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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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주 - 오퍼스 원처럼 어느덧 몸 안에 녹아드는 와인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구김살 없이 자란 절대미각과 절대후각의 소유자 이우주.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남초를 한국 제일의 전통주 가게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포부도 있었죠. 남초가 하루 아침에 와인 레스토랑으로 바뀌자 태민 밑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요. 우주는 열심히 와인을 외워 나가기 시작합니다.
어쩜 이리 밝고 명랑하면서 싹싹한데다 절대미각과 절대후각이라는 천부적인 재능까지 물려받은 예쁜 아가씨가 있을까요. 꾸밈없이 다가오는 그녀의 에너지에 까다롭고 섬세한 태민조차 계속 흔들리는 것 같은데요.

단단하게 닫혀 있는 태민이라는 피노 누아의 향을 천천히 열게 해 그 화려한 부케를 한껏 피어올리게 만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우주는 오퍼스 원이라는 와인에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퍼스 원은 1979년 로버트 몬다비사와 샤또 무똥 로칠드 생산자인 바롱 필립 로칠드의 합작으로 최고의 보르도 스타일 레드 와인을 나파 밸리의 오크빌(Oakville) 지역에서 생산하고자 탄생하였다고 하네요.
오퍼스 원에 대해 무라카미 류는 <와인 한 잔의 진실>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표현합니다.

"와인 글라스에 오퍼스 원을 따릅니다. 서서히 경련이 잦아드는 새의 심장이 떠오릅니다.
저녁 노을이 모든 풍경을 녹이고 오퍼스 원이 나의 몸을 안쪽에서부터 녹여갑니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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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알코올은 몸을 억지로 안쪽에서부터 바꿔가는 것 같아서 싫답니다. 목과 위가 뜨거워져 그곳만이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지금은 왠지 무섭습니다.
물론 목이나 위가 뜨거워지는게 무서운 건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나 자신이 아닌 듯이 느껴지는 부위가 몸 속에 생겨나는 것이 싫어진 겁니다.
그래서 당신도 잘 알듯이 와인을 좋아하게 되었죠. 와인은 절대 목과 위를 뜨겁게 흐트려 놓지 않거든요. 꽃이 핀 고원의 얕은 여울처럼 몸 속에 한쪽으로 녹아들 뿐이죠."


몸 속에 한쪽으로 녹아드는 오퍼스 원. 그리고 저녁 노을이 모든 풍경을 녹이듯 따뜻한 마음으로 태민의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는 우주. 둘이 참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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