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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마광수 "미네르바 잡혀갈 때 나도 놀랐다"

마광수 교수를 직접 본 것은 15년전 94년, 어느 여대의 초청 강연이었습니다. 이때 강연 뒷풀이에서 우연히 같이 앉았다 2시간 정도 싸웠던...-_-;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토론 자체는 재밌었고, 개인적으론 말도잘하고, 참 재미있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아이같은 면모도 좀 있구요.

...그렇지만 지난 밤,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서 다시 만난 마광수 교수는 많이 지쳐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긴 연세도 있으신데다(1951년생), 개인적으로 많이 아프셨다고도 하고... 뭐랄까, 지치고 피곤하고 겁에 질려있는 모습이랄까요. 그래도 백지연씨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하니, 슬슬 말문을 트면서 자기 생각을 쏟아내더군요.


▲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 출연한 마광수 교수



"미네르바가 잡혀갔을 때, 놀랐습니다.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하고"


마광수 교수가 가장 두려워하고, 지금도 가장 무서워하는 일은, 지금도 "언제라도 잡혀갈 수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마 교수의 말을 빌면 1992년 <즐거운 사라>로 인해 자신이 긴급체포 되었던 일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음란성으로 인해 책 판매를 금지 시키는 경우는 있어도 작가를 잡아간 경우는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미네르바가 잡혀갔을 때도 놀랐다고 합니다. 이 시대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그렇지만 미네르바와 마광수 교수의 차이는, 미네르바는 아직 무죄, 그리고 마광수 교수는 유죄로 판명났다는 사실. 그렇지만 그는 여기서 되묻습니다. 그런데 대체, 음란성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고-

그리곤 허허 웃으며 덧붙입니다. <즐거운 사라>, 일본에 번역되어 나와서는 베스트 셀러가 됐다고, 그 나라에선 이 책이 페미니즘 소설이라 불린다고.


▲ 연구실에서, 마광수 교수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억울합니다


마광수 교수가 말하는 "야하다"의 야-자는 野(들 야)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자연의 본능에 충실하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내숭떨지 말고 솔직하자고. 해석은 맘대로지만, 그의 작품이 어쨌든 야-한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그의 주장대로, 지금 출간됐다면 오히려 생각보다 야하지 않네-라는 소리를 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자신은 글을 쓸때마다 항상 타협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항상 걸리고 또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말을 또 잇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억울합니다. 나는 일종의 기계, 문화산업의 기계입니다. 그런데 그 기계를 자꾸 고장내요. 막연히 음란하다고만 합니다. 안된다고만 합니다. 국가보안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준이 없습니다."



마교수는 즐거운 사라 이외에도 잊혀질만 하면 추문에 휩싸이고는 했습니다. 2006년에는 홈페이지에 팬이 타이핑해서 올린 즐거운 사라가 <홈페이지 음란물 게시 혐의>로 걸리고, 2007년에는 제자의 시를 자신의 시집에 무단으로 실었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 항소도 안합니다. (대한민국 법원)니네를 더이상 믿지 않아요. ... 예술이 재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구속은 아닙니다. 한국은 사람을 잡아갑니다 ... 2007년 시집에 제자의 시를 실은 문제는. 내가 완전히 잘못한 것입니다. 조울증 치료를 받아서 판단력이 흐려졌나 봅니다. ... 죽을 죄를 지었지요."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는 세상을 원해



사실 TV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꽤 많이 놀랐습니다. 뭐랄까, 백지연씨가 꽤 쎄게 질문하고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까지 물어도되나- 싶은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마광수 교수는 꽤 깔끔하게 넘어가더군요. 슬렁슬렁 얘기하는 것 같은데도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반복해서 확실하게 전달하고, 잘못한 것은 별로 변명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넘어갔다고나 할까요.


결국 인터뷰 내내, 마교수가 반복해서 얘기했던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그 다양성과 다름에서 나오는 독창성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그렇지만.. 마교수가 보기에 20년전이나 지금 세상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드니 이제는 싸우기도 싫습니다. 성과 관련된 것들은 항상 먹잇감에 불과하니까요. 그대로 놔뒀으면 오히려 나는 유명해지지 않았을 겁니다...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표혖의 자유를 줘야 합니다. 문학은 금기된 것에 대한 상상력이고, 그에 대한 끝없는 도전입니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도 봐주라-라고 말하는 거지요.


재미있는 것은 대입 논술 최다 기출문제가 "마광수 논쟁 : 예술 vs 외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정답은 항상 뻔한 대답을 제시하도록 만듭니다. 소신껏 쓰면... 안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꽤 있지요. :) 마교수가 보기에 이 사회는, 아직도 독창성을 죽이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가 없다고 합니다. 자신이 잡혀간 다음날 이문열은 "잘 잡아갔다"라고 쓸 정도인데, 누가 좋겠냐고. 소설에 대한 비판은 괜찮은데 자신에 대한 비난을 하더라고. 그와 비슷한 의미에서 다른 보수적인 소설가들도 싫다고 합니다. 박경리씨의 토지나, 공지영, 신경숙도 그렇고... 다들 보수적이라고. 기존의 가치관을 지키려는 것에만 집착한다고.



그리고는 덧붙입니다. 이 역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 인정해 달라고. 저 역시 마 교수의 주장이 이해는 가지만, 동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의견도 자유롭게 낼 수 있어야 좋은 세상이란 것에는 동감합니다. 그런 다름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정말 꽉 막힌 사회니까요. 그래서 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어머니, 지금은 여든일곱이신데, 굉장히 위중하십니다. 어머니는 내가 감옥에서 나온 날 보자마자 졸도하셨어요. 나는 구치소에 갈 일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 그 이후 항상 조심해라, 조심해라-가 입에 붙으셨습니다. 저 역시, 구속 이후 항상 겁을 먹고 글을 씁니다.

...그래도 다른 작가들처럼, 늙어도 변절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앞으로 공포심 느끼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광수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는 매주 일요일 11시, 채널 TVN을 통해 방송됩니다. 다시 보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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