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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영화같이 살다 떠난 비운의 여배우들

배우는 남의 삶을 사는 사람이란 말이 있습니다. 항상 자신이 아닌 타인을 연기해야 하고, 그렇게 연기한 타인을 통해 세상에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가끔은, 그 타인의 삶이 자신의 삶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그렇게 연기했던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삶도 저리될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슬픈 배우 - 이은주(1980~2005)



<안녕! 유에프오>의 ‘경우’와 난 비슷한 점이 있어요. 이은주라는 사람은 상처를 잘 받아요. 상처를 받으면 헤어나지 못하기도 하죠. 평상시 사람들과 활발하게 어울리지만 상처를 받지 않으려 노력하고요. 2004년을 위한 2003년이었죠. 2004년엔 2003년보다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한 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 이은주, <안녕! 유에프오> 개봉을 앞둔 2003년 12월, 인터뷰에서

<주홍글씨>의 가희처럼, 사랑 없이는 숨도 못 쉬는 그런 여자예요. 그런 가희로 몇 개월을 살아가다 보니까 마치 온 세상의 일이 <주홍글씨>의 축소판인 것처럼 보였어요. 마치 내 미래도 가희의 사랑처럼 그렇게 슬프기만 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들어서 사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어요.

- 이은주, <주홍글씨> 개봉을 앞둔 2004년 10월, 인터뷰에서 


그녀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당황해서 커피잔을 엎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누구를 연기하든 투명한 슬픔이 느껴지던 배우, 이은주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영화 <송어>, <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하얀방>, <태극기 휘날리며>, <안녕! 유에프오>, <하늘정원>에서 <주홍글씨>까지,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말 그대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었기에, 그녀를 보낸 많은 사람들이 많이 안타까워 했었지요.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내는 흔치 않은 배우였다면서.

정말, 영화 속 캐릭터에 푹 빠져 사는 그런 배우였던, 잊지 못할 배우, 이은주.


아랑 들롱의 연인 - 로미 슈나이더(1938~1982)


아랑 들롱의 연인이었으며, 죽을 때까지 그를 잊지 못했던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 육체파 여배우가 유행하던 시대에 고전적인 청순미로 인기를 얻었으며, 나이가 들어서는 농익은 관능미로 인기를 끌었던 그녀였지만... 개인사는 그대로 영화라고 해도 할 말 없었을 것 같은 사람이었지요.

배우로서 그녀는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랑 들롱과 헤어지고나서 다른 이와 결혼을 하고, 다시 헤어지고 새롭게 결혼을 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많은 굴곡을 겪게 됩니다. 1979년에는 전 남편이 시체로 발견되고, 81년에는 아들이 열쇠가 없어 쇠창살을 넘어 집에 들어가려다 쇠창살에 찔려서 죽어버리고 말죠.

그 이후 마약과 술에 빠져 살던 그녀는, 두번째 남편과도 결국 이혼하고, 1982년,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되게 됩니다. 공식 사인은 심장마비였지만, 대부분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설을 믿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그때 그녀의 나이는 마흔 네살.


세기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1926~1962)


그냥 여배우라고 하기엔 너무나 존재감이 큰 사람, 바로 마릴린 먼로입니다. 사망한지 50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가장 섹시한 배우중 한사람으로 거론되고, 그녀를 둘러싼 음모론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지요. 하나의 아이콘이 되버린, 그래서  '영화'는 몰라도 '이름'은 기억되는 몇 안되는 사람.

그렇지만 그녀는 성장과정부터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가정을 버렸고, 어머니는 우울증 환자였지요. 그래서 보육원과 고아원을 전전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다 16살때 양부모에 의한 강제 결혼, 이혼-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 뒤에는 페인트공을 하다가 사진 모델로 발탁되고, 사진 모델을 하다가 단역 배우를 맡게 됩니다.

그 이후 영화사의 스타 만들기에 도움받아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고, 세기의 섹스심볼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사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FBI에 의해 공산주의자로 분류되어 계속 감시를 받기도 했고, 케네디 가문의 정치인들과도 염문을 뿌리고, 아인쉬타인과 교제를 했다고 하질 않나,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극작가 아서 밀러와 결혼했다 이혼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1962년, 서른 일곱의 나이로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인해 사망하게 되지요. 비록 비극적인 죽음을 맞긴 했지만, 그녀의 죽음과 그 이후 이어진 수많은 음모론 만큼이나, 조 디마지오와의 사랑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당대 최고의 야구 선수이기도 했던 디마지오는, 은퇴후 우연히 마릴린 먼로를 만나게 되고, 첫 눈에 반해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던 두 사람의 불화는 끊이지 않았고, 결국 영화 <7년만의 외출> 출연을 계기로 디마지오가 먼로에게 손찌검을 하게 되어, 헤어지게 됩니다. 그 이후 먼로는 디마지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하죠. 그렇지만 헤어지고 나서 깊이 뉘우친 디마지오와, 수많은 스캔들을 일으키면서도 외로움을 달랠 수 없었던 먼로는, 결국 다시 결합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재결합을 눈 앞에 둔 그때, 마릴린 먼로는 죽습니다. 디마지오가 마릴린 먼로의 죽음을 절대 자살이라 믿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그녀가 죽자 디마지오는 혼자서 장례식을 준비하고, 영화계에 관련된 사람들을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곤... 85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매주 두 번씩 그녀의 무덤에 장미꽃을 갖다바쳤다고 하지요.

그의 마지막 유언 마저, "이제 마릴린을 만날 수 있겠군"이었답니다...

* 마를린 먼로의 모습은 헬로TV를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모두 3작품이 VOD로 상영중에 있습니다.

  • 7년만의 외출 : 헬로TV > VOD > 영화 > 무료영화 > 7년만의 외출
  •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 헬로TV > VOD > 영화 > 무료영화 > 신사는금발을좋아한다
  • 돌아오지 않는 강 : 헬로TV > VOD > 영화 > 고전영화 > 돌아오지 않는 강



...그리고 국화꽃 향기가 났던 배우 - 장진영(1971~2009)



영화배우 장진영은, 많은 이들에게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 <국화꽃 향기>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드라마틱한 삶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영화와 너무 흡사하게 겹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훔쳤지요. 영화속 주인공 '희재'도 위암으로 삶을 마쳤고, 장진영 본인도 결국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될 배우, 장진영씨의 명복을 빕니다.


* 케이블 TV 채널 OCN 에서는 장진영씨의 영화를 긴급 편성해 현재 방송중입니다. 어제 오늘 <오버 더 레인보우>와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방송되었고, 내일(4일) 오전 9시반에는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영화 <소름>이 방영될 예정입니다. 향후 편성될 방송에 대해서는, 편성이 되는대로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