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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강마에 vs 하우스 - 까칠한 두 남자!

<베토벤 바이러스>강마에를 위한, 강마에에 의한, 강마에의 드라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얀 거탑>에서 천재적인 외과의 장준혁을 훌륭하게 연기해낸
배우 김명민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천재적인 지휘자지만 독설적이고 다른 사람과 타협하지 않는
강마에로 연기 변신을 해냈습니다.

강마에는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물게 강하고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연주 능력이 부족한 단원에게는 가차없이 독설을 퍼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이 와 있어도 연주를 그만두고 나가버리죠.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게 사람을 혹독하게 몰아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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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강마에를 보면서 미국 드라마 <하우스>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닥터 하우스 또한 만만치 않게 강경한 캐릭터랍니다.
다른 의사들이 병명을 진단하지 못하고 포기한 환자들만 맡는 천재 의사 하우스는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하면 떠오르는 새하얀 가운 따위는 입지도 않구요. 환자와 마주하며 증상을 물어보는 것도 안 합니다. 같은 팀의 다른 의사들과 함께 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화이트 보드에 적어가며 게임을 하듯 진단을 내리죠. 환자가 마약을 하지 않았다거나, 바람을 피지 않았다고 말해도 믿지 않습니다.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어 늘 달고 살아야 하구요. 한쪽 다리를 절면서 선수용 바이크를 타고, 그 오토바이를 장애인 주차장에 당당하게 대면서 스스로 절름발이라고 이야기하죠. 세상에 대해 끝없이 시니컬하면서도 고독을 많이 타는 이 남자. 어딘가 강마에와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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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지휘자와 의사,
까칠한 두 남자 강마에와 하우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 같이 살펴볼까요?


똥덩어리 vs You Idiot!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지 않거나 강마에를 잘 모르는 사람도 요즘 한번쯤은 들어봤을 단어.
"똥. 덩. 어. 리."
김명민이 왼쪽 입꼬리를 올려가며 또박또박 한 음절씩 끊어서 말했던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음대 첼로 전공 출신이지만 가정주부로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까다로운 남편 요구 들어주느라 하루 종일 집에만 매여 있어야만 했던 아줌마, 아니 정희연씨. 악기만 들면 다 뽑아준다는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정희연씨가 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하자 강마에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똥. 덩. 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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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모은 "똥덩어리 바이러스" 파일은 여러 블로그를 비롯해 인터넷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음성파일로 추출해서 벨소리로 쓰는 사람들까지 있다죠. 강마에 어록이 떠돌만큼 그의 독설은 유명합니다. "너희들은 내 악기야. 아니 니들은 개야. 난 주인이고. 그러니 잔말 말고 짖으라고."

닥터 하우스가 독설면에서는 더 심각합니다. 인종차별, 성차별적인 말도 대놓고 하구요. 한눈에 파악되는 그 사람의 약점 또한 끈질기게 농담거리로 삼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말은 "You Idiot!(이 멍청이!)"인데요.
실어증에 걸린 환자를 다른 의사들은 다 실어증이라고 진단을 내렸는데,
MRI를 본 하우스는 바로 "You Idiot"을 날리며 실어증이 아닌 것을 단박에 밝혀 냅니다.
하우스의 팬들은 이 대사에 거의 중독되다시피 해서 들으면서 즐거워하죠.

실제로 디씨인사이드의 하우스 갤러리에서는 "Everybody Lies""You Idiot"
새긴 머그컵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도 합니다.
하우스가 방영되었던 미국 FOX사에서도 머그컵과 티셔츠를 제작해서 판매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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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어법이 닮은 데가 있습니다. 강마에가 보낸 문자나 가끔 하는 말들을 보면 5음절 이내가 많은데요. "내방으로", "이리로", "어디야",  "바빠", "안 해" 등이 있죠.
하우스 또한 "Do the biopsy (생검해와)", "Do an MRI (MRI를 해봐)", "differential diagnosis, people~(감별진단 해봐)", "Give me a prescription(처방전을 줘. 바이코딘 처방제를 달라고 윌슨에게 하는 말입니다)" 등의 간단한 문장을 즐겨 사용합니다. 자기 분야에 자신있고 카리스마 있으며 까칠한 대가들의 화법일까요?
 
강마에 사과문 vs 하우스 연설문

천상천하 유아독존 강마에가 처음으로 위기에 봉착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렵게 출범시킨 석란시향에서 단원들을 혹독하게 연습시키며 심한 말을 하자 단원들이 나가버립니다.
공연은 앞두고 있고, 정식단원들이 반이나 없는 상황입니다. 합창단 단원들까지도 거부하죠.
단원들의 인격을 보장하고, 보충연습은 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이제까지 인격을 모독했던 것을 사과하라고 단원들은 요구합니다.

그래서 강마에는 결국 사과를 하기로 하고 단원들 앞에서 사과문을 읽습니다.
 단원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단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나의 허물이 아닐까, 지휘자 강건우는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으며 여러분께 마음 속 깊이 우러나는 사과를 하겠다는 듯이 보이다가!

"진심어린 사과를... 못하겠습니다." 라고 해버립니다.
"이건 진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몰려서 억지로 쓴 것 뿐입니다.
여러분들의 요구 조건 3가지. 이것도 수용 못합니다.
보충 연습 금지요? 보충연습을 왜 안합니까? 실력이 떨어지면 해야지. 보충하면 시간 외 수당 나와. 실력 늘어. 공연 잘해. 경력 늘어. 일거사득씩이나 되는 걸 안 하고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죠? 단원들의 인격, 이건 저번에 끝났고. 세 번째, 이제까지의 모든 블라블라블라. 어쨌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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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끝내버립니다. 말투도 못 고치겠다고, 천성이 이런 걸 어쩌겠냐고 하죠. 그래도 시간 외 수당은 철저히 제공하며, 갑자기 들어오는 관제 행사는 하지 않겠다는 걸 약속합니다. 우리가 연주할 작곡가와 관객 앞에 창피해하지 않게 만들어주겠다고 합니다. 강마에식 리더십이 빛이 나는 순간이었죠.

하우스 또한 위기 상황에 봉착합니다. 1시즌에서 하우스의 병원에 제약 회사 사장인 이사장 보글러가 등장하는데요.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 하우스의 감별진단 팀이 환자를 많이 치료하지도 못하고, 하우스가 보글러에게 협조적이지도 않아 보글러의 눈밖에 나게 됩니다. 병원을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보글러는 하우스의 팀원을 1명 줄이라고 명령하죠. 하우스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보글러는 대신 학회에서 보글러의 제약회사에서 내놓은 신약을 좋게 홍보하는 연설을 하라는 협상카드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하우스는 받아들이고 연설을 합니다.

"실로 수백만 명의 심장 질환자를 구할 기적적인 약물입니다.
 몇 가지 잊고 말씀 안 드린 것이 있군요. 에드 보글러 씨는 사업 수완이 매우 좋은 사람입니다.
사람 보는 눈도 상당하고 싸움에서 져본 적도 없죠.
새로 나온 억제제가 좋다는 걸 제가 어떻게 아는지 아십니까?
이 이전의 억제제도 잘 들었거든요. 새로 나온 것도 똑같은데 값만 더 비쌉니다.
꽤 많이 비싸죠. 이런 걸 보면 에드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죠.
판매 중인 약의 특허 시한이 다 되어갈 때마다 똘마니들을 시켜 아주 조금만 바꾸게 한 다음에 전부 새로 특허를 내거든요. 아무런 장점이 없는 새 약을 만들 뿐만 아니라 수조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죠. 모두에게 좋은 일이잖아요?
환자들은 좀 안됐지만...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죽도록 아픈 사람들인데. 어차피 신에게 버림받은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 학회장에 계신 우리 건강한 사람들끼리 에드 보글러 씨에게 큰 성원의 박수를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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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연설 덕분에 팀원 중 한 명이었던 캐머론이 스스로 그만두게 되구요.
보글러는 결국 하우스를 해고하려고 하지요.
하우스도, 강마에도 결코 굽히지 않는 사람들이다보니 주변인들이 많이 괴롭습니다.
하우스의 유일한 친구 닥터 윌슨은 하우스 때문에 번번이 궁지에 몰리고 예금 인출까지 금지당하는 상황을 겪기도 하구요. 병원장 커디는 하우스가 저지른 불법 행위를 덮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합니다.
강마에도 마찬가지지요. 어떻게든 단원들을 같이 이끌고 가기 위해 제자 건우가 분주하구요.
두루미씨는 강마에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 억지로 입에 과자를 6개나 집어넣는 연습을 합니다.
잔짜증에 능한 박혁권씨조차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제일 먼저 전화기를 꺼내들고 여기저기 연락하느라 정신이 없죠.

지팡이에 신경쓰는 하우스와 은근히 안경을 자주 바꿔 끼는 강마에는 은근히 스타일이 좋은 패셔니스타인데요. 강마에가 완벽한 클래식 수트에 회중시계, 가죽 서류가방으로 스타일을 꾸민다면, 하우스는 그래픽 티셔츠에 편안한 재킷, 청바지에 나이키 운동화나 컨버스로 좀 더 캐주얼하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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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5시즌이 방영중인 하우스는 여전히 성격을 1g도 고치지 않은 반면,
강마에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6회 방영분에서는 울고 있는 제자 건우를 안고 토닥여 주더군요.
강마에의 까칠하고 까탈스러운 캐릭터가 변모하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
이 변화가 조금은 갑작스럽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요.
다음 주 방영분에서는 또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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