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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강한 엄마, 약한 엄마, 그리고 나쁜 엄마


어제,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를 보고 왔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동생과, 그 동생의 여행길에 함께한 배다른 언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 영화 안에서 부모란 존재는 울타리이면서, 추억이면서 ... 상처입니다.

그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부모에 대한 상처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동생은 아버지가 없어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주인공 언니는 아버지 없이 아이를 낳아서 키웁니다. 그리고 그 딸은 다시 동생의 아픔을 공유하게 됩니다.

사실 알고보면, 대부분의 가족은 한두가지씩 아픔을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아픔은 보통, 아버지이든 어머니이든, 부모로 인해 생기는 아픔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그런 아픔들이, 영화에 자주 비치지는 않죠. :) 그러니까.. 일단 영화는 두 눈 뜨고 꾸는 꿈이니까요.


어쩌면... 영화 '앤티크(VOD>국내영화)'에 나오는 가족들이, 우리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가족일지도 모르겠습니다.아, 네 남자의 가족같은 분위기 말구요... 주인공 사장의 가족들 말이에요. 상처가 있어도 굳이 드러내지 않고, 자식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해도 믿고 지원해주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많이 걱정해주는...

물론 좋은 가족일수록 영화에는 '극중 보조 장치' 정도로만 등장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무난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중 하나가, 바로 '트랜스포머(VOD>해외영화)' 인것 처럼요. 아, 반대로 가장 엉망인 가족이 등장하는 영화는 '해리포터(VOD>영화>드라마/로맨스)'겠네요. -_-;; (응?)


강한 엄마가 필요한 세상

그렇지만 엄마는 강해요. 강해질수밖에 없어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에 나타나는 엄마의 모습도 바로 강한 엄마입니다. 가끔은 아줌마라고도 불리죠. 억척스럽고, 세상의 핍박에 절대 굴하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믿어주지 않아도 믿어주는 사람이 엄마고,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욕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엄마입니다.

곧 개봉할 봉준호 감독의 '마더'나, 얼마전 종영한 '체인질링', 몇년 전 '세븐데이즈(VOD>스릴러)'에 등장한 엄마들이 바로, 강한 엄마들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 나쁜 짓이라도, 수백통의 전화라도, 사기 변호라도 할 수 있을 사람들.

...그중 최강자는 작년에 방영됐던 '사라 코너 연대기'에서 터미네이터에 대항해 싸우던 여전사, 사라 코너겠지만요.


...하지만, 어찌보면 이런 강한 엄마는 환상일지도 몰라요. 정말로 이렇게 끔찍히 자식을 아끼는 엄마는, 드라마에선 오히려 자식에 집착하는, 그래서 결혼을 방해하는 엄마의 모습으로만 재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현재 VOD로 상영중인 영화 '고고70'에서 조승우가 콘서트 할때마다 '엄마~'하고 울부짖는 것에 다른 밴드 멤버가 '청승맞은 짓 집어치우라'라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엄마-는 없다고, 그건 니가 상상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고보면 약한, 우리 엄마

그래서일까요. 없으면 없어서 서럽지만, 또 있으면 있어서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자식의 마음인가 봅니다. '사랑해요 말순씨(VOD>무료영화)'에 등장하는 억척스런 엄마를 부끄러워 하는 아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엄마가 왜 그래, 엄마 때문에 쪽팔려-라고 말하는.

사실 애들이 다 이래요. 싸가지없이 -_-; 가끔, 아니 꽤 자주... 우리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니고, 우리 아빠가 우리 아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고,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


'지금 이대로...'에 나오는 딸, 승하도 꼭 그랬어요. 자신을 책임지지 않은 아버지가 미워서 부정하고, 그 아버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그런 모습을 보는 엄마는 아무 말도 못하구요.

사실 부모 마음이란 것이, 아이들이 그러면 화도 내고 소리도 질러보지만... 또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고, 속으로만 상처받으니까요. 가끔은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졌을까-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그래도 내 자식이라서... 그냥 덮고, 너도 결혼해서 자식 낳으면 알겠거니..하면서, 그냥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약한 엄마들인걸요.


그리고.. 나쁜 엄마

그러다가 정말, 한참 크고 나서야 자식은 알게 됩니다. 엄마도 사람이었구나-하는 것을요. 엄마도 울고 웃고, 때로는 누군가에 대한 설레임에 얼굴 붉게 물들이던 그런, 사람이었구나-하는 것을요. 영화 '밀양'에 나오는 전도연의 모습을, 처음에는 이상하게만 여겼다가, 어느날 다시 보게 됐을때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때로는 거짓말도 하고, 때로는 무책임하게 굴기도 하고, 때로는 잘난 척도 하는 것이 우리네 엄마란 것을요. 자식들보고는 하지 말라고 해놓고도 자기는 태연하게 그런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가끔은 참 나빠보이는, 그런 사람이 바로 엄마라는 것을.


어느 순간 엄마가 했던 말을 다시 하는 나를 보고, 엄마가 했던 행동을 다시 하는 나를 보면서, 엄마가 했던 일을 내가 다시 하게 되면서, 엄마도 사람이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그런 것들. ...아, 예. 정직하게 말하자면... 실은, 똑같이 하면서도 나는 몰라요. (응?)

엄마가 할 때는 엄마라서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할 때는 나도 사람인데 왜 못하냐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서... 오히려 소스라치게 놀랄 때는, 내 딸이, 내 아들이 나처럼 따라 행동하고 말하는 것을 봤을 때... 그때더라구요. 그리고 그때서야, 나도 어쩌면 나쁜 엄마, 나쁜 아빠로 기억되고 있을 지도 모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일이 어버이날이라서 그럴까요? 영화 한편 보고 별 생각을 다하죠? :)
어여 빨리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도 헬로TV에 VOD 로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꼭 이런 영화 있다니까요. 별 것 아니면서도, 한번쯤은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영화가.

그럼 저는 이만, 카네이션이라도 사러 나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