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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언제 끝나? 장수하는 해외 드라마들

어젯밤 영화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을 보고 오는데, 랜디 포시가 자신의 책 '마지막 강의'에 '스타 트랙'에 대해서 언급했던 것이 생각나더군요. 집에 와 책을 뒤적여보니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1960년에 태어난 수많은 미국의 공부벌레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유년기의 얼마 동안을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사령관인 제임스 T. 커크 선장이 되기를 희망하며 보냈다.

대체 이 영화는, 얼마나 오래된 드라마를 원작으로 가지고 있는 걸까요? 조사해보니, 무려 1966년에 방영을 시작해 가장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가 2005년까지 방영 되었더군요. -_-;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드라마들

30년이나 되었으면 가장 오래된 드라마였겠다...라고 생각했더니, 왠걸, 세계 최장수 SF 드라마는 현재 헬로TV 채널 - 폭스 채널 에서 방영중인 '닥터후'입니다. 1963년에 방영을 시작하고, 지금의 닥터후가 10대 닥터후라니... 46년동안 참 질기도록 시공간 전쟁을 벌여온 셈입니다(이 드라마는 시간 여행이 주된 테마에요-).

▲ 세계 최장수 SF 드라마 닥터후
현재 새로운 시즌 3이 방영중입니다. 폭스 채널에서 매일밤 12시에 방영중.

...그런데, 이 드라마도 가장 오래된 드라마가 아닙니다. -_-;

세계 최장수 드라마는 오는 9월 18일 종영예정인, '가이딩 라이트(Guiding Light)'라고 하네요. 언제 시작됐는지 혹시 짐작이 가시나요? ... 예, 1937년입니다... 우리는 한창 일제 식민지였던 시기네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 바로 몇년전이기도 하구요..

물론 처음부터 TV 드라마였던 것은 아니고, 처음엔 라디오 드라마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2년부터 TV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합니다. 주로 낮시간,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으로, 세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그리고 있었다고 하네요.

▲ 미국 CBS 드라마 가이딩 라이트의 한 장면

미국에 '가이딩 라이트'가 있다면 영국엔 코로네이션 스트리트(1960~)와 에머데일(1972~)이 있습니다. 특히나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영국 시청자들 덕분에 장수 드라마 시리즈가 존재할 수 있는데요-  

이들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역시 가이딩 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을 소소하게 다룬 드라마(soaps, 연속극)란 사실입니다. 별다른 극적인 스토리 없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웃의 이야기처럼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드라마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의 한 장면

점점 드라마틱해져 가는 장수 드라마

하지만 세월은 가고 시대는 변하는 법, 90년대 이후 장수 드라마는 이전의 장수 드라마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오히려 훨씬 더 자극적이 되었지요.

그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프렌즈'도 끝나고(온스타일에서 방영, 현재 종영), 인기 절정을 구가했던 '섹스 앤 시티(온스타일에서 방영, 현재 매주 수요일 11:00am 재방중)'도 막을 내리고, 우리의 간지남 석호필의 '프리즌 브레이크'도 시즌 4면 종영이 거의 확실시 되는 지금... 여전히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드라마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범죄 전담반으로 한국판 제목이 붙은 Law & Order 시리즈가 지금까지 방영되는 미드중 최장수 시리즈입니다. 뉴욕특수수사대, 성범죄전담반등 범죄 수사 드라마의 오리지널 이기도 하지요. 1990년에 방영을 시작해 벌써 시즌 19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최근 '로 앤 오더' 시리즈가 종영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 NBC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계속 이 시리즈를 제작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ㅜ_ㅜ

오는 5월 15일, 금요일 밤 9시에 폭스채널에서 시즌 4가 시작된다고 하니, 범죄수사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그 다음으로 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ER'입니다. 응급실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이후 메디컬 드라마 붐을 몰고 왔었죠. 1994년에 시작해서 올해 15년이고... 15시즌까지 상영되고 있는데,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는 군요...ㅜ-ㅜ

아무래도 세계 경제 위기가 드라마 제작 환경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작년과 올해, 종영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들이 줄줄이 줄을 잇네요. 심지어 CSI 에서도 길반장님이 빠지시고...


한국판 장수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

물론 한국에도 이런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원일기(MBC, 1980~2002)'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KBS, 1990~2007)'가 있었습니다. 둘 다 농촌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우리네 일상을 그린 드라마였지요. 하지만 시대적 변화에 어쩔 수 없이 막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시즌제 드라마가 시도 되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안녕, 프란체스카'가 시즌 1, 2를 통해 시즌제의 시험을 했었고, 드라마 '궁'도 '궁 S'등의 이름으로 시즌제를 시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별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지요. :)

왜 우리에겐 장수 드라마가 없는 걸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이나믹 코리아란 별명에 걸맞게, 그동안 우리네 삶이 너무 빠르게 변해와서 그런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삶의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고, 그 트렌드에 맞춰서 드라마 성향도 빠르게 반응해야만 하니까요.

그래도, 우리와 함께 늙어가는 드라마 하나 정도는 있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번 해봅니다....만, 아뿔싸, 아직 말하지 않은 드라마가 하나 있었네요. -_-;


예, tvN에서 케이블 전문 드라마 답지 않게 롱-런 중인, '막돼먹은 영애씨'입니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며, 지금 시즌 5 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죠.. :)

32살 노처녀, 꽤나 막돼먹은 -_- 노처녀 이영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인데... 과연 이 드라마는, 우리와 함께 늙어갈 수 있을까요? :) 그럼 막돼먹은 새댁, 막돼먹은 애기엄마, 막돼먹은 학부형, 막돼먹은 아줌마, 막돼먹은 할머니... 등등의 시리즈로 이어져나갈 수 있을텐데요.

으흐- 막돼먹은 영애씨가 사교육비 걱정하고, 육아 걱정하고, 태교 걱정하고 그러면... 왠지, 굉장히 재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

그나저나... 써놓고 보니, '장수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곧 종영될 지도 모를 드라마 특집이 되어 버렸군요...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