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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영화 속 뱀파이어, 어떻게 변해 왔을까?

영화 '박쥐'에 나오는 송강호의 뱀파이어는, 이제까지 영화에서 묘사한 수많은 뱀파이어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하긴, 좋은 놈도 아니고 나쁜 놈도 아닌 뱀파이어는, 최근 뱀파이어 영화의 트렌드이기도 한데요... 영화 '박쥐'를 본 김에, 지금까지 영화에서 묘사된 뱀파이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뱀파이어의 실제 모델, 블라드 쩨뻬쉬와 에르체베트 바토리

드라큘라의 역사적 모델에는 흔히 두 명이 거론되고 합니다. 바로 15세기의 왈라키아의 공작 이었던 블라드 3세(통칭 블라드 쩨뻬쉬, 또는 드라큘라, 아래 사진)와 17세기에 살아있었던 '피로 목욕하는 여인' 에르체베트 바토리입니다.


블라드 쩨뻬쉬는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모티브가 된 사람으로, 평소엔 현명한 지도자였으나 전쟁 포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끔찍할 정도로 잔혹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에르체베트 바토리는 '처녀의 피'가 미용에 좋다고 생각해서, 마을 처녀들을 몰래 잡아다가 죽인후, 그 피로 목욕을 즐겼다고 하죠...

뱀파이어,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다.

이런 잔인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등장한 것이 소설 '드라큘라'이고, 이 소설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 초기 드라큘라 영화입니다. 1922년에 만들어진 '노스페라투'가 첫번째 영화인데... 이 영화의 뱀파이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짜잔- 바로 위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이, '노스페라투'에서 뱀파이어의 드라큘라입니다. 푹 꺼진 눈, 마른 몸매는 다르지 않지만... 완전 대머리!..에, 구부정한 등, 무릅까지 늘어진 팔등... 꽤 추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악마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

▲ 1979년에 리메이크된 '노스페라투'의 한 장면

사실 저 모습은 서양 전설에 자주 등장하는 고블린과 비슷한 모습으로, 이후 영화나 게임에선 '드라큘라의 집사' 이미지로 자주 재인용되게 됩니다....(응?)


미남 드라큘라, 등장하다

악마는 악마지만, 그래도 뭔가 이지적인 풍모를 풍기는, 이중적인 이미지의 뱀파이어는 1931년에 만들어진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드라큘라'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이때부터가 원조(?) 드라큘라 이미지의 시작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요... 우리가 흔히 기억하고 있는, 올빽의 머리, 준수한 외모의 중년, 검은 망토와 흰색 드레스를 갖춘 드라큘라의 이미지는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 드라큘라는 이때부터 때깔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여성을 좋아하고, 피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밤과 낮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꽤나 약점이 많았던 드라큘라란 존재는... 이때까지만 하나의 악마적 존재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누가 뭐래도 결국 호러 영화의 주인공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흐름은 매 시대마다 조금씩 새롭게 각색되어 가며, 1992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만든 드라큘라-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 크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꽤 볼거리를 많이 제공해 줬던 코폴라 감독의 드라큐라


동네북으로 전락한 뱀파이어

하지만 세월은 무정한 법. 시간이 지나면 이미지가 변하는 것은 '늙지 않는' 뱀파이어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일. 어느덧 뱀파이어들은 동네북으로 전락하기 시작합니다. 며칠전 OCN 수퍼액션에서 진행한 '뱀파이어 무비 특집'에서도 상영되었던,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보면 뱀파이어떼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원조격인 '반 헬싱'을 시작으로, 뱀파이어 잡는 뱀파이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뱀파이어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주는 존재에서, 조폭의 똘마니 같은 존재로 슬슬 격하되기 시작합니다.


애니 '뱀파이어 헌터 D'나 영화 '블레이드'에서는 수시로 학살당하고, 애니 '블러드 - 라스트 뱀파이어'에선 오리지널 뱀파이어에게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불쌍한 종족이 되었습니다. 드라마 '뱀파이어 헌터 버피(Buffy The Vampire Slayer Angel)'에서는 아예 연약해보이는 여성에게도 썩썩 썰려버리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뱀파이어의 탄생, 언더월드, 렛미인, 트와일라잇, 박쥐

그리고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이미지의 뱀파이어들이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 문을 열어제낀 것은 2003년에 개봉한 영화 '언더월드' (...OCN에서 가끔 시리즈로 틀어줍니다.) 영화 매트릭스를 생각나게 하는 화려한 복장과 액션으로, 이제 이들은 X맨에 버금가는 초인간-_-으로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더불어 십자가나, 마늘이니 하는, 화면에서 구리게 보여지는 모든 '흡혈귀의 약점'들도 화면에서 추방되게 됩니다. 이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오직 태양뿐! ... 그리고 늑대인간 종족...이랑 사이가 안좋다는 설정이 슬그머니 주류로 자리잡게 되네요. 우리편(?) 주인공들은 이제 피도 잘 안마셔요.


▲ 처음에 이 포스터 보고 왠 매트릭스? 한 사람 저만이 아닐듯..


헬로TV VOD로 보실 수 있는 영화 '트와일라잇'도, 총만 안들었다 뿐이지 기본 세계관은 '언더월드'와 매우 흡사합니다. (응?) 서로 적대하는 흡혈귀 종족이 있고, 적대하는 늑대인간 종족이 있으며, 뱀파이어는 매우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트와일라잇은 인간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 정도? :)

이때부터 뱀파이어는, 뭔가 초능력을 물려받은 집안-같은 느낌이 들어요. 예전 영화 '하이랜더'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어찌보면 정말 X Men 같기도 하고...


반면 '렛미인'과 '박쥐'에선 조금 색다른 뱀파이어 캐릭터들을 소개합니다. 기본적으로 피를 필요로 하고,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같지만... 뭐랄까, 우리 주위에 숨어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뱀파이어 캐릭터라고 할까요.

일종의, 살인할 이유를 가지고 있는 연쇄 살인마 같은 느낌. 살아남기 위해서는 피가 필요하기에, 이들 영화에서 '살인'은 주인공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게 되는 주요 사건이 됩니다. (다른 영화에서 늑대인간이나 같은 흡혈귀랑 싸울때는 왠지, 이런 것 전혀 고민하지 않아요!! :)


게다가 렛미인의 뱀파이어는 어린 소녀, 그리고 박쥐의 뱀파이어는 전직 종교인과 한복집 디자이너...(응?) 그리고 그들의 근처엔, 그들의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렛 미 인의 남자 주인공은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박쥐의 선배 신부님은 눈을 뜨기 위하여...

자- 지금까지 뱀파이어는 고독한 악마에서 매혹적인 악마의 모습이 되었다가, 그저 그런 몬스터 취급도 받았다가, 다시 화려하고 멋진 초능력자(?)의 모습으로까지 계속 변해왔습니다. 이 가운데 어떤 모습이 가장 맘에 든다고는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 모두들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요? 조금, 궁금해 지는 휴일의 오후입니다....


...아참, '렛미인'도 아직, 헬로TV VOD로 보실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