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안하고 있지만 마음은 무겁습니다. 북한에선 미사일이 준비중이라하고, 미국에선 이 소식을 함부로 유출했다고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으로 끌려가야만 하는 나라에서 사는 우리들로서는, 이런 소식들에 이젠 무심해졌다고는 해도,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전쟁이 우리에겐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우리가 직접 겪지 않으면, 전쟁은 그저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배경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긴 인간 세상에서 범죄와 전쟁만큼 이야깃 거리가 많은 것이 어디 또 있을까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영화 '마더', '박쥐'는 알고보면 범죄 영화이고, '스타트렉', '터미네이터' 등은 알고보면 SF 전쟁 영화입니다.
...6월을 맞아, 헬로TV에서 전쟁영화특집을 편성한 것도, 그만큼 전쟁이 다양한 영화의 이야기 배경으로 많이 쓰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밖에서 보면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배경, 전쟁
전쟁은 이야기를 낳습니다. 이야기는 우리의 앎을 구성하고, 그렇게 구성된 앎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됩니다. 중국인들이 그토록 삼국지를 사랑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 '삼국지를 통해 인정받는 현재의 삶'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긴 역사를 가진 중국인, 그리고 이토록 멋진 이야기를 가진 중국인-이라는.
적벽대전은 바로 그 삼국지 최고 최대의 전투, '적벽대전'을 스크린 위에 옮겨놓은 영화입니다. 솔직히 그 화면은 TV 화면으로만 보기에는 성이 차지 않을 정도이긴 하지만.... 주유와 제갈량의 지략 대결을 비롯, 소교와 손상향 등의 여걸, 손권, 유비, 조조의 대결등 정말 손에 땀이 날 정도의 화면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정말, 스크린으로 봐야할 영화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헬로TV'에서 보면 극장에서는 즐길 수 없는 즐거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적벽대전 1과 2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것. 극장에서는 적벽대전 1에서 사건의 배경만 풀어놓고 흐름이 끊겼지만, TV에서는 두 편을 함께 이어서 볼 수가 있습니다.
(헬로TV -> 헬로TV 특집관 -> 적벽대전 1, 적벽대전 2에서 보실 수 있어요~)
동양에 삼국지가 있다면 서양에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있습니다. 역시 현재 서양 문명의 기원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가운데 트로이(헬로TV -> 헬로TV 특집관 -> 트로이)는 가장 잘 알려진 영웅 중 한 명인, '아킬레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 물론, 우리가 다른 유사한 게임이나 영화에서 계속 듣게 되는 이름들- 헥토르, 아가멤논, 파리스, 아마조네스 등등의 이름도 함께 나오긴 합니다. (자고로 책에 나온 저 트로이 전쟁의 등장 인물만 세자리 숫자가 됩니다..)
하지만 트로이는 확실히 적벽대전과는 다릅니다. 적벽대전이 인물간의 의리, 충성, 정의 등의 가치를 바탕에 놓고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면, 트로이는 개인의 사랑, 부귀, 명예를 주로 다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시 국가 vs 도시 국가의 이야기와 중국 대륙의 세 나라가 모여서 펼치는 전쟁의 스케일이 다르기두 하구요.. :)
그렇지만, 왠지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동서양 전쟁의 차이와 더불어, 문화의 차이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러시아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제독의 연인(헬로TV -> 헬로TV 특집관 -> 제독의 연인)'도 그런 '러시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시면 보이실 거에요. 바로 이 영화의 배경에 깔린 것은, 러시아 혁명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제독의 연인'이 러시아 혁명의 이야기라면, '라파예트'는 당연히 미국의 이야기입니다. 애시당초 '라파예트’라는 이름 자체가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 미국과 프랑스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프랑스 라파예트 장군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이 라파예트 비행단은 미국의 참전 결정이 내려지기 전 독일군에 맞서 프랑스군에 지원한 8명의 미국인들로 구성된 미국 최초의 전투비행단이었습니다. 부자인 사람부터 가난한 사람까지, 흑인과 백인이 함께 모여서, 자신의 삶이 좀 더 의미있는 곳에 씌여지길 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예, 바로 지금, 미국이 꿈꾸고 있는 미국의 이상적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영화입니다.
...물론, 한국의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인정하진 못하겠어요. 도저히. ㅜ_ㅜ 쌍화점(헬로TV -> 헬로TV 특집관 -> 쌍화점)을 보게되면 우리의 이야기고 뭐고, 그런 생각이 다~ 저멀리로 사라지고 맙니다. 훈남 두 사람의 모습이야 반갑지만, 왕이라고 하나 있는 사람이 이렇게 연애질만 하고 있다면...;ㅁ; 현대에서는 탄핵감이라구요!
그렇지만, 전쟁은 비극이다
이렇게 한발자욱 떨어져서 보는 전쟁은 이야기 보따리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게, 또는 겨우 살아남아 악다구니처럼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쟁은, 비극입니다. 6.25란 전쟁을 경험한 우리에게, 우리의 이야기가 머물러있는 지점은, 슬프지만, 바로 그곳입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헬로TV -> 헬로TV 특집관 -> 태극기 휘날리며)-는, 다들 보셨지요? 전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동생을 지키기 위해 점점 광기어린 사람이 되어가는 형의 이야기. 동생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귀신(?)이 되어버린 형의 이야기....
그 안에서 지키고 싶었던 것은, 그냥 소박한 일상의 꿈.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런 것 같은 일상을 되찾고 싶었던 꿈.
그건 6.25 전쟁 당시, 가상의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웰컴 투 동막골(헬로TV -> 헬로TV 특집관 -> 웰컴 투 동막골)'에서도 마찬가지 였지요. 우연히, 전쟁을 전혀 알지 못하는 동떨어진 마을에서 만난, 서로 적대적인 관계의 두 집단이...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지키고 싶어 했던 것.
... 사실 그건 지금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해고가 무섭고, 전쟁이 무섭고, 입막음이 무서운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의 일상, 바로 그것이 무너지는 것...이 무섭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람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것, 그래서 목숨까지 거는 것들은 사실 별 것 아니에요. 바로 일상.. 우리가 무심코 웃고 떠들며 살아가는, 그 작은 것들을 지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실이 시궁창일지라도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는 일상도, 가만히 되새겨보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현시창이란 말도 나왔지요.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헬로TV -> 헬로TV 특집관 ->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두 소년이 살아가는 현실도, 그런 시궁창을 닮았습니다. 전쟁이 막 끝난 서울, 그 서울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두 소년의 이야기.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며, 그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지만...
그래서 때로, 전쟁은 도피처가 되버리기도 합니다. '님은 먼 곳에(헬로TV -> 헬로TV 특집관 -> 님은 먼 곳에)'의 순이가 '남편을 만나겠다'는 이유로 베트남으로 떠나는 것도, 알고보면 꽤나 지긋지긋한 현실을 박차고 나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지요. 물론 그곳도 시궁창같은 현실이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그 곳에서 순이는, 써니로서 자신을 찾을 수가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것도 역시, 영화가 주는 하나의 환상. 우리는 때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사실 지옥은 세상에 있지 않아요. 그 세상을 만들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지요. 전쟁에서 누군가는 영웅을 필요로하고, 그래서 누군가가 영웅으로 만들어집니다. 실제 영웅은 그렇게 '만들어'져요. .... 그리고 필요가 없어지면, 그 영웅을 갖다 버립니다. 그것이 분명한 현실. 우리가 모른 척 하고 있는 일상.
...영화계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아버지의 깃발(헬로TV -> 헬로TV 특집관 -> 아버지의 깃발)'에서 내뱉는 메세지도,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요. ... 그러니까, 니 마음 속의 지옥을 인정하고,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살아가라는. 세상이 널 어찌하더라도, 너 자신은 꼭 자신으로서 살아가라는.
그것이 바로, 이 엄혹한 세상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힘일지도 모른다는.
6월, 몇십년전 전쟁이 있었던 달에 떠오르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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