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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V 매거진/2010 05

[COVER STORY] 차승원



In to the Moon

키가 188㎝다. 그리고 잘생겼다. 카리스마, 라는 말은 그를 위해 있는 말 같다. 19세에 모델로 데뷔했고, 26세에 연기자가 됐다. 코미디부터 액션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차승원’이라는 이름을 걸고 연기해 왔다. 열심히만 하던 20대를 거쳐 30대엔 그것을 잘 정리하고, 이제 불혹의 나이 마흔을 갓 넘겼다. 그는 이제 연기가 편해지고 내 옷을 입은 것 같다고 말한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이준익 감독과 차승원, 황정민이라는 톱 배우들의 만남만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극 중에서 차승원은 기존 정치세력에 대항하는 ‘대동계’의 수장 ‘이몽학’을 연기했다. 이몽학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위해 사랑도 친구도 동료도 모두 차갑게 버리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초승달처럼 뾰족하게 냉정했고, 반달처럼 외로워 보였고, 월식처럼 어두웠다. (본 기사에는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역설적인 해피엔딩이다. 기자 시사회 때 영화를 봤습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던 이몽학이 마지막에 한지혜씨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릴 때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차승원씨는 <국경의 남쪽> 이나 <아들>에서도 그랬는데, 영화 내내 울음을 꾹꾹 참다가 마지막에 그 감정을 터뜨리는 연기가 인상적인 거 같아요.이번 영화에서 눈물을 참았다가 흘리는 건 이준익 감독님의 장치였어요. 컷마다 수위 조절을 해서 점점 강도를 높였죠. 그러다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처음부터 방향을 잡고 편집하신 겁니다. 함께 눈물을 흘리셨다면 그 장치가 효과가 있었던 거네요.(웃음)


모든 장면에서 칼을 쥐고 나오셨어요. 액션 장면도 무척 많았고요. 칼이 워낙 날카로워 보였는데 실제 촬영 때 위험하진 않았나요? 실제 촬영 때 쓴 칼은 모두 가검이에요. 관객 분들이 액션 장면을 실감나게 느끼시는 건 모두 사운드를 절묘하게 덧입혔기 때문이죠. 보통 공중에 매달리는 와이어 액션이 힘들거라 생각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발을 땅에 두고 하는 와이어 액션이 훨씬 어렵다는 걸 알았죠. 가검이지만 촬영 때 맞으면 무척 아프기도 했고요. 상대 배우들과 촬영이 들어가기 전 철저하게 동선을 맞추고 저희끼리 그림이 덜 나오더라도 절대 위험하게 가지 말자고 단단히 약속하기도 했죠.

극 중 황정민씨는 장님 검객으로 나오셨는데, 그 설정 자체부터 굉장히 강한 인상이에요. 시쳇말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할까요.(웃음)맞는 말씀이에요. 황정민씨가 맡은 장님 검객 황정학은 무언가 있어 보이는 캐릭터죠. 앞도 못 보는 장님인데 어떤 검객보다는 훨씬 칼을 잘 쓰는 인물이니까요. 더구나 나이도 많고 힘도 없는 인물이니 더욱 관객들에게 어필할 요소가 풍부하죠. 무엇보다 황정민씨가 연기력이 워낙 뛰어나니 황정학이란 인물에게 많은 관객 분들이 매력을 느끼실 거예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비극적인 결말이 아닐까 싶어요. 주연 배우들이 모두 다 죽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이준익 감독의 이전 영화들은 그래도 나름 해피엔딩이었기에 이번 영화는 조금 충격적이었어요.전 그런 비극적인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모두가 함께 죽는 비극이라 더욱 좋았죠. 그중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 회자되는 식의 스토리보다는 모두 다 죽는 것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해피엔딩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배우가 흥행에 대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건 거의 도인과 같은 경지라고 생각되는데요.맞아요. 말로는 쉽지 실제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죠. 제가 박용우씨와 친한데 그 친구가 영화 <핸드폰>이 흥행에 실패하자 제가 <국경의 남쪽>때 겪었던 것처럼 패닉 상태에 빠지더군요. 그때 제가 많은 위로를 해주었어요. 실패를 실패로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계기로 삼으라고요.

네티즌들의 영화평이 상당히 좋던데요. 개봉 전부터 기대가 높은 분위기에요.물론 많은 기대는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돼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기 마련이잖아요. 현실적으로 <아이언 맨2>와 동시에 개봉하는 거라 좋은 상황은 아니거든요.(웃음) 극장 잡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난관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몫은 이렇게 열심히 인터뷰하는 거고 영화의 운명은 개봉하면 결정되겠죠.

한지혜씨와의 키스 장면이 기자시사회 이후 많은 화제가 됐어요.제가 이번 영화에서 정말 아쉬운 점이 바로 극 중 한지혜씨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했다는 거예요. 이준익 감독님께서 여자를 너무 모르셔서, 에휴(차승원의 깊은 한숨에 현장 스텝들은 모두 웃음). 영화는 여성 관객의 심리를 읽어줘야 한다고 전 생각하거든요. 한지혜씨와 정말 행복하게 서로 사랑했던 장면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극 중에서 제가 한지혜씨를 차갑게 외면할 때 여성 관객들이 더욱 슬프게 공감했을 거예요.

이준익 감독님께 강하게 어필하시지 그러셨어요.촬영 중간에도 수없이 말씀드렸죠. 그런데 감독님은 혹여 신파가 될까 걱정하셨던 거 같아요. 에휴, 우리 감독님이 여자를 너무 모르시는 거죠.

예전 인터뷰에서 이준익 감독님이 자신은 정말 여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셨죠.영화 <님은 먼 곳에>를 보고 이준익 감독님은 여자를 정말 모르는 사람이다, 라고 느꼈죠(웃음). 자기가 원하는 여자, 그렇게 해줬으면 하는 여자를 영화 속에 그려 놓으셨더군요. 제가 계속 설득하자 촬영 중간쯤엔 감독님도 수긍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분량의 촬영을 해 놓은 상태라 멜로를 끼워 넣기가 불가능했죠.


태어난 이상 시간을 다 쓰고 죽어라. 아드님이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어요. 배우 차승원씨는 늘 완벽한 모습인데 한 가정의 가장인 차승원씨의 모습은 어떤가요?.전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아빠에요.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죠.아이들한테는 사랑한다는 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늘 너무나 바쁘게 사는데 충전은 어떻게 하시나요?전 일하는 것 자체가 충전이에요. 술도 잘 안 하고 취미도 따로 안 가져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캐릭터가 되는 것 자체가 늘 모험이고 즐거움이죠. 일하는 게 노는 것이고, 쉬는 거예요.

요즘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말이 있다면요??‘태어난 이상 시간을 다 쓰고 죽어라.’ 전 이 말이 요새 좋더라고요. 시간을 보내며 죽는 게 아니라 쓰고 죽어라. 정말 멋진 말 같아요.

만약 차승원씨의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가정한다면 어떤 결말을 원하세요??? 전 무조건 해피엔딩이 좋아요. 중간 스토리가 힘들거나 슬플 때가 있더라도 결말은 어쨌거나 해피엔딩이어야 해요.


연기경력 22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진 촬영을 했을까. 그런데도 이번 촬영 내내 마치 처음 카메라 앞에 서는 신인처럼 의상이며 헤어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또 체크했다. 매 장면 촬영이 끝나면 사진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재정비한 다음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일할 때는 그렇게 공격적이고 완벽하게 몰입하면서 카메라 밖에서는 넉살 좋은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촬영 현장에 준비된 음식들 중 잡채를 후루룩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고 감탄을 내뱉고, 스텝들과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유머와 장난기 어린 행동으로 현장 분위기를 띄웠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차승원은 ‘이 꿈을 깨고 싶지 않소’라는 말을 한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의 대사처럼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난 듯 행복한 잔영을 느꼈을 것이다.                      

Editor 김서희 편집장

 

 

 He is...

 차승원 인물관계도

김혜수 차승원이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건 <김혜수 플러스 유> 토크쇼에서 서브 MC를 맡으면서다. 빼어난 외모와함께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그는 주목받기 시작했고,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이 이어지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때부터 감독들은 그의 코미디적 감각을 눈여겨봤고 후에 코미디 영화의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차승원은 잘생기고 멋있는 사람이 망가지면서 웃음을 주는 ‘반전의 유쾌함’을 대중에게 처음 인식시킨 존재다.그 후에 김혜수와는 영화 <신라의 달밤>에서 만나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차승원과 김혜수는 토크쇼 한 편, 영화 한편만 함께했을 뿐이지만 그 두 작품은 차승원에게 모두 의미가 깊다. 최초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인 소중한 프로그램이자 첫 흥행 성공 영화로 기록되었다.

유재석 2005년 MBC <무한도전>의 전신인 <무모한 도전>에 출연한 차승원은 유재석과 연탄 옮겨 쌓기 대결을 펼쳤다. 당시 <무모한 도전>은 시청률이 한 자리 수에 머물 정도로 반응이 미지근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차승원 출연편에서 시청률 대박이 나면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때 차승원은 땡볕에서 연탄을 나르던 도중 ‘지금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유재석에게 던졌다. 그러자 유재석은 ‘무모한 것에 도전하여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들의 대화는 곧 지금의 <무한도전>의 기본 정신이 되었다. 유재석과 차승원은 그 후 ‘기름이 먼저냐’ ‘서비스가 먼저냐’를 놓고 티격태격 다투는 주유광고 CF의 주인공으로 만나기도 했다.

장진 감독 일명 '장진 사단'은 충무로의 유명한 의리 집단이다. 배우 신하균, 차승원, 류덕환, 장영남 등이 장진 사단의 일원으로 꼽힌다. <박수 칠 때 떠나라>를 통해 장진 감독과 만났고, 연속해서 주연을 맡게 된 영화 <아들>은 저예산 영화로 남자주인공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을 때 차승원이 선뜻 낮은 개런티를 감수하고 촬영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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