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남’
“미안하다, 하지만 꺼져!” 2년여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박신양은 SBS <싸인> 첫 회 등장부터 상대 역 김아중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천재 법의학자이긴 하지만 성격 까칠하고 비위에 어긋나면 꺼지라고 소리치는 박신양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MBC <파스타>에서 최현욱(이선균 분)은 자신의 주방에 여자는 없다며 서유경(공효진 분)에게 주방에서 나가라고 호통을 쳤고, SBS <미남이시네요>에서 황태경(장근석 분) 역시 고미남(박신혜 분)에게 민폐형 인간이라며 나가 버리라고 했다. 요즘 드라마 속에서는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이 대세인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찡그린 표정 한번 짓는 법 없이 속 깊은 ‘배려남’들은 대체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배려남’의 전설, 1세대 한류 스타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예전 인기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에겐 지고지순한 순정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 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KBS <겨울연가>의 배용준일 것이다.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극 중 그의 모습은 우리나라를 넘어 일본 시청자들에게까지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한류 스타의 초석이 되었다. <겨울연가>의 박용하 역시 사랑하는 여자를 묵묵히 보살펴 주는 배려 깊은 캐릭터로 한류 스타에 등극했고, 류시원도 최근작 SBS <스타일>에선 차가운 도시 남자 스타일로 나왔지만, 그 역시 MBC <세상 끝까지>에서 김희선을 물심양면으로 돌봐주는 천사 같은 연인으로 나온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작품에서 ‘배려남’ 캐릭터였다.
‘배려남’의 부활을 기다린다
하지만 시대는 흘러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 봐도 드라마 속 남자들은 대부분 자기 잘난 걸 너무나 잘 알고(SBS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 대표주자겠다), 여자에게 버럭버럭 소리까지 지르는 나쁜 남자가 대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겨울연가> 속 배용준 같은 ‘배려남’이 그립다는 말을 하면 왠지 ‘올드’해 보일 수밖에. 결국 내 속마음을 숨기고 ‘차도녀’ 흉내를 내느라 멋진 남자는 역시 ‘차도남’이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이상형은 따뜻한 ‘배려남’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그룹 ‘2PM’의 닉쿤이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빅토리아와 함께 가상결혼 생활을 하는 그가 얼마 전 태국여행 에피소드에서 진정한 ‘배려남’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요, 티셔츠에 사인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손으로 받쳐 주는 작은 행동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섬세하게 챙겨 주는 닉쿤의 모습에 제작진은 원래 그렇게 배려가 깊었냐고 묻는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여성에게는 무조건 양보하고 잘해 주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답했다.
비록 예능 프로그램에서지만 오랜만에 ‘배려남’의 모습을 보여준 닉쿤에게 난 새삼 큰 매력을 느꼈고, 이제는 ‘배려남’의 세상이 도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더불어 드라마 주인공 따라 너도나도 까칠한 태도가 멋있는 줄 알고 따라하는 일부 철없는(?) 남자들이 진정 멋진 남자의 조건은 따뜻한 배려와 매너라는 것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차가운 도시 남자들만 바라보고 살기엔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지 않은가
★Hello TV TIP★
배려남 닉쿤의 <우리 결혼했어요>를 시청하시려면?
∙ 본방송: Hellotv>MBC(Ch.11)>매주 토요일 오후 5시10분
∙ 다시보기: Hellotv>VOD다시보기>MBC>MBC연예오락>
우리 결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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