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티비가이 오랜만에 매거진 T 카테고리에 업데이트를 합니다.
이제 곧 종영을 바라보고 있는 조강지처클럽!
2007년 9월 29일부터 매주 토,일 오후 10시에 방송된 프로그램인데 총 104부작으로 이제 곧 종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출연진들의 열연인지 종영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시청율 30%를 웃돌고 있습니다.
티비가이가 조강지처클럽 하면 생각나는건~
방송연장이 확정 되었을때, 출연진의 몸값보다는 제작비에 더 투자하자는 출연진의 뒷 이야기..
그들의 말이 정말 기억에 남고,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더 공감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SBS <조강지처 클럽>에는 조강지처가 없다. <조강지처 클럽>의 여자들은 남편이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화가 나면 남편을 패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들의 아내가 조강지처가 아닌 건, 그들이 불륜을 저지르고, 먼저 이혼을 요구해서다. <조강지처 클럽>에서 ‘조강지처’와 ‘불륜’은 동전의 양면이다. 모든 조강지처들은 남편의 불륜을 두려워하지만, 역설적으로 불륜은 그들을 자유롭게 한다. 그들은 남편이 먼저 불륜을 저질렀기에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시댁에 큰소리치며, 가사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을 찾기도 한다.
남편의 불륜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 기묘한 역설은 지금 한국의 많은 주부들이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보는’ 중요한 이유다. KBS <애정의 조건>이후,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는 모두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KBS <장밋빛 인생>은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편성돼 최고 시청률 40%를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는 언제나 비난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의 드라마에는 남편의 불륜과 가정 폭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순종적인 아내가 상습적으로 등장했다.
더 단순하고, 더 극단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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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왼쪽), 이기적처럼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의 이름은 드라마를 단순하고 극단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문영남 작가는 그런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 시켰다. 그의 드라마는 전업주부의 공포와 판타지를 자극한다. 불륜을 저지르고, 아내에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은 이혼 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여성의 공포감을 자극하고, 그 뒤에 따르는 남편과 시댁에 대한 응징, 혹은 주부의 독립과 사랑은 극단적인 판타지다. KBS <장밋빛 인생>에서 맹순(최진실)이 남편(손현주)에게 ‘날라차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반성문이 불륜과 폭력을 일삼던 ‘인간말종’이었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못 되면 못 될수록, 시청자들은 거침없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낼 수 있다. 시청자들은 여주인공이 남편과 시댁의 핍박을 견디고 행복을 찾는 모습에 함께 기뻐하면서 그들만의 조강지처 클럽을 만든다.
문영남 작가가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무시하는 것은 필력의 문제 이전에 그가 노리는 효과가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라서다. 그는 리얼리티를 통한 이성적인 이해나 공감 대신 과장과 단순화를 통한 감성적인 몰입을 원한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에서 남편의 불륜 상대는 남편의 돈을 사기 치는 <장밋빛 인생>의 오미자(조은숙)처럼 지독하게 뻔뻔하다. ‘악녀’들이 단순하고 뻔뻔할수록, 시청자들은 손쉽게 그들에게 분노한다. 문영남 작가의 작품 속 캐릭터들이 실소가 터질 정도로 비현실적인 이름을 가지는 것은 그런 작업의 하나다. 모든 게 단순하고 극단적일수록, 누구나 쉽게 몰입한다.
가부장제 여성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현대판 마당극
한원수(왼쪽)의 진상에 이어 모지란의 슬픔이 바로 이어지는 구성은 곧, 문영남 드라마의 감정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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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수(왼쪽)의 진상에 이어 모지란의 슬픔이 바로 이어지는 구성은 곧, 문영남 드라마의 감정선이다.
그래서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 대신 마당놀이와 비슷하다. 이름부터 성격이 짐작되는 단순한 캐릭터, 극단적인 사건들, 이를 통한 관객의 몰입과 카타르시스는 마당놀이의 특성과 유사하다. 문영남 작가가 각각의 신(scene)을 구성하는 방식을 보라.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에서 신은 곧 개별적인 감정을 담는 그릇이다. <조강지처 클럽>에서 다시 나화신에게 돌아가려는 한원수의 ‘진상’이 코믹하게 그려지면, 그 다음 장면에는 그런 한원수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모지란(김희정)의 모습이 이어진다. 그의 드라마에서 희노애락은 복합적인 것이 아니라 따로 나뉘어진 것이고, 시청자들은 매 신마다 각각의 감정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며 그 순간마다 몰입한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당놀이처럼 악역들에게 “저 죽일 년놈들 보소”하며 함께 분노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는 비슷한 이야기에 비슷한 배우들이 출연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건 과거 마당놀이의 주 관객층이 마당놀이의 배우들이 바뀌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하다. 몰입하면서 희노애락을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만이다.
그러나 문영남 작가는 이런 구성으로 극단적인 희노애락을 끌어내는 동시에, 모든 캐릭터가 용서 받을 여지를 준다. 그는 모든 악녀들이 결국 동정 받을 여지를 남긴다. 불륜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소문난 칠공주>에서 나설칠(이태란)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른 나미칠(최정원)도 작품 후반에 이르러 둘 사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동정 받을 여지를 얻는다. 문영남 작가의 작품에서 시어머니들이 가장 다면적인 모습을 갖는 것은 흥미롭다. <조강지처 클럽>에서 안양순(김해숙)은 남편 한심한(한진희)의 오랜 불륜에 괴로워하는 불쌍한 여자이면서 나화신 앞에서는 드센 시어머니이며, 자식들에게는 약한 엄마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는 조강지처의, 조강지처를 위한 드라마 같지만, 동시에 조강지처와 불륜여성, 시어머니 각각의 입장을 그린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단지 조강지처가 아닌 한국의 가부장제를 사는 다수의 여성에게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바탕이다.
2할의 공감대, 8할의 서비스 정신
<애정의 조건>(왼쪽)에서는 톱스타를, <장밋빛 인생>에서는 연하남과의 사랑을 넣는 서비스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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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의 조건>(왼쪽)에서는 톱스타를, <장밋빛 인생>에서는 연하남과의 사랑을 넣는 서비스 정신.
이는 문영남 작가가 임성한 작가와 다른 부분이다. 문영남 작가의 토대는 한국 기혼 여성의 일반적인 경험과 정서적 공감대에서 비롯된다. 시어머니에 대한 스트레스나 남편의 진상에 대한 짜증을 극단적으로 과장한다. 그래서 그는 드라마에서 극단적인 대립을 그리다가도 마무리는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으로 끌고간다. <애정의 조건>과 <장밋빛 인생>에서 남녀 주인공은 결국 재결합한다. 이는 가정의 평화를 원하는 다수의 주부 시청자들에게안전한 선택이다. 반면 임성한 작가는 MBC <인어아가씨>처럼 미혼 여성이 온갖 난관을 뚫고 사랑과 성공을 얻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 미혼 여성의 공감대를 바탕에 둔 것이 아니라 동화처럼 작가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세계다. 그의 작품 속 여주인공들은 극단적인 악녀들과 싸우거나,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다. 이 세계에서는 ‘연장’은 있어도 ‘타협’은 없다. 임성한 작가는 MBC <아현동 마님>에서 10분 이상 학예회 같은 장기자랑을 태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괴한 작가주의자다. 그래서 임성한 작가는 매번 ‘사고’를 터뜨린다. 반면 문영남 작가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멈춘다.
자신이 누굴 향해 드라마를 쓰는지 알고, 그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극단적인 자극과 신파적인 감동을 동시에 뽑아내는 문영남 작가의 역량은 그의 이력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굳이 그가 과거 한일 문제를 다룬 <분노의 왕국>으로 데뷔해 작품성도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을 거론하지 않아도 된다. 문영남 작가가 1990년대에 KBS <바람은 불어도>와 KBS <정 때문에>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는 사실만 기억해도, 그가 <조강지처 클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일종의 악몽이다. 이 불가사의한 행보는 오직 대중 본위의 선택이라는 관점에서야 그나마 설명할 수 있다. 작품성이 좋은 드라마로 데뷔한 작가가 KBS <폴리스>같은 젊은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일일 드라마에서는 가족애를, 주말 드라마에서는 불륜을 내세운다. 문영남 작가는 주말 드라마인 <애정의 조건>부터 채시라 같은 30대 여성 톱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웠고, 미니시리즈 <장밋빛 인생>에서는 동생 맹영이(이태란)와 연하남의 멜로드라마를 넣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가장 투철한 작가다.
이는 문영남 작가의 어떤 가치일 수도 있다. 그는 시청자들의 욕망을 꼼꼼하게 관찰해,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장밋빛 인생>에서 촌스럽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것으로만 묘사된 맹순이는 <조강지처 클럽>에서 이혼 뒤 자신의 직장을 갖고,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며 “난 예전의 나와 달라”라고 소리치는 나화신이 됐다. 또 MBC <결혼의 법칙>에서는 황복수가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고, <소문난 칠공주>의 나미칠은 ‘데이트 메이트’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부가 바라보는 현실에 대한 재빠른 크로키. 극단적인 설정을 빼면, 문영남 작가의 작품은 한국 중년 주부에 대한 관찰기가 될 수도 있다.
문영남은 위험하다
문영남 작가의 불륜은 <내 남자의 여자>처럼 문제제기를 위한 김수현 작가의 그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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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의 불륜은 <내 남자의 여자>처럼 문제제기를 위한 김수현 작가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문영남 작가는 그래서 ‘위험’하다. 그는 현실을 빠르게 반영하되 그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드라마에서 남성은 불륜을 저지르지 않는 한 여성에게 언제나 큰소리 치고, 악독한 시어머니와 폭력적인 남편 역시 모두 ‘가족’이라는 이유로 동정 받는다. 이는 <바람은 불어도>와 <정 때문에>에서 보여준 문영남 작가의 ‘정’을 바탕에 둔 가족주의일 수도 있겠지만, 여성의 현실을 문제의식 없이 옮겨온 결과이기도 하다. 같은 불륜을 다뤄도 김수현 작가는 SBS <내 남자의 여자>에서 불륜을 통해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계급의 문제를 통찰한 뒤,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여성의 그 다음을 그려낸다. 그러나 문영남 작가는 불륜으로 시작된 한바탕 소동극을 보여준 뒤,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려놓을 뿐이다. 문영남 작가는 대중의 반응에 목메고, 시대의 현상을 묘사할 뿐 시대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못하는 일련의 드라마 작가들을 대표한다. 지금 대중들이 드라마를 ‘욕하면서’ 본다면, 그리고 드라마 작가라고 하면 일단 무시하는 눈길로 본다면, 문영남 작가는 그 책임 중 일부를 져야할 것이다. 이 작가가 좀 더 정상적인 드라마를 써낸다면, 그것은 한국 드라마가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과연 그는 그의 등장인물들처럼 결국에는 욕 먹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에는 그렇게 되길 바란다. 왠지 불륜에 맛들인 남편이 제정신 차리길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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