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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무릎팍 도사에 솔직한 향기를 주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9. 4. 02:01

뉴튼이 어느 날 사과나무 밑에 누웠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일화는 거짓이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만유인력의 법칙이란 지구상의 물체와 지구 사이에 서로 끌어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죠. 지구 어디에서나 지구의 중심으로 물체는 끌어 당겨지고, 이 힘을 중력이라고 합니다.

거대한 지구와 바벨 사이에 선 작은 여자가 있습니다. 커다란 지구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115kg의 여인은 당당히 지구의 중력에 맞섭니다.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올려 빗은 단정한 머리를 하고서 바벨 앞에 앉습니다. 호흡을 조절하다 숨을 멈추면 지구의 시간까지 얼어붙는 듯 합니다. 바로 그 순간, 중력을 이겨낸 두 손을 더 큰 우주로 향해 쭉 뻗습니다. 참았던 숨을 폭발하듯 내쉬고 시간이 다시 풀릴 때 관중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들립니다. 금메달 - 세계 신기록 - 세계 신기록 경신의 과정을 이겨낸 그녀가 그제서야 기쁜 표정을 짓습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뉴욕타임즈가 '아름다운 챔피언의 몸매 5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한 그녀,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입니다.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코너의 문을 장미란 선수가 두드렸습니다.
"체중이 불지 않아 고민이에요."라는 고민을 들고 왔지요.  
역도선수는 체중이 더 나갈수록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장미란 선수는 더 이상 몸무게가 늘지 않아서 고민에 빠진 것이지요. 장미란 선수의 체급은 여자 역도 75kg 이상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우크라이나 올하 코브르카 선수의 몸무게는 164kg이고, 중국 무솽솽 선수도 135kg이 넘는다고 합니다. 장미란 선수는 같은 체급에 출전하는 선수들 중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편인 것이지요. 무릎팍 도사 강호동은 살 찌우기는 자신의 전문 분야라며 토크를 시작했습니다.



흰 피부에 어울리는 보라색 블라우스를 입고 뱅 스타일의 앞머리를 한 장미란 선수는 수줍어 하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나가더군요. 역도를 처음 하게 되었을 때는 평범한 여자애들은 하지 않는 운동이라 하기 싫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도장 앞까지 갔었지만 도장 안에서 나오던 선수가 "와 크다"라고 해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고 하죠. 여러 가지로 상처를 많이 입었을 가슴 여린 사춘기 소녀에게 역도를 하겠다는 결심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다음 방학 때 찾아간 도장에서 그날부터 자세를 배우고, 배운지 10일 만에 도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고 해요. 역도를 하던 것을 비밀로 하고 있었기에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힘들게 말을 꺼냈답니다.

"언니. 저 역도 해요."
"괜찮아. 뭘 그런 것 가지고. 우리도 욕 해."


친구들은 장미란 선수가 욕도 한다고 부끄럽게 고백한 것으로 알아들은 것이죠. 처음엔 놀라던 친구들이 응원해줘서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운동을 시킨 어머니가 미워서 어머니가 차려준 밥은 안 먹고 동생이 차려준 밥만 먹었다며 다 같은 밥인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환하게 웃더군요. 부끄러움, 창피함, 스스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등 중 3 소녀의 마음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섞이고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했었을 겁니다.


그렇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가슴 속 깊이 담아두기도 했던 작은 말이나 사건들을 그녀는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억지로 그 상처를 덮거나 지우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걸 바탕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겠죠.
하루는 연습을 끝내고 왔는데 아버지가 장미란 선수의 사인을 만들고 계셨다고 합니다.
꼼꼼한 성격의 아버지가 빨리 와서 이 사인을 연습하라고 하자 장 선수는 속으로 뭘 이런 걸 다 하나, 내가 무슨 사인을 할 일이 있나 싶어 투덜거렸다고 해요. 그렇지만 안 하면 할 때까지 얘기를 하시니까 후딱 사인 연습을 하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고 했죠. 사인 같은 것 없는데... 라고 생각하다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사인이 떠올랐고, 멋지게 사인을 할 수 있어서 아버지께 감사했다고 하네요.

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주신 사인, 그 기대에 부합한 딸



장미란 선수는 워낙 담백하고 솔직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에 그런 진솔함에서 오는 유머도 많았어요.
기자 회견을 할 때 꼭 박태환 선수가 옆 자리에 앉게 되길래 조용히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태환아 좀 앞으로 가. 그래도 누난 여잔데 너보다 크게 나오면 좀..."

하지만 이용대 선수와는 그렇게 많이 친한 편이 아니라 얘기는 못 하고 장미란 선수가 알아서 의자를 뒤로 좀 가져갔다고 하네요.


선배들 중에 역할 모델이 없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앞서서 연습 체계를 만들고 가르쳐주신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대답을 하더군요. 앞으로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장미란 선수에게 원망 같은 것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바벨을 내려놓고 땀과 눈물이 섞인 기도를 드릴 때, 그녀에게서는 아름다운 난초의 향기가 납니다.
미란(美蘭).
작고 하얀 꽃을 피우지만 은은한 향이 방 안 가득 퍼지는 동양난처럼 그녀의 향기가 오래 지속되길 기원합니다.

장미란 선수! 언제나 기운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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