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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종합병원 2>는 클리셰 <종합판>이다?

한국 메디컬드라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 1994년 만들어진 이후로 14년만에 <종합병원 2>로 돌아왔습니다. 풋풋한(?) 1년차 레지던트였던 이재룡은 이제 스탭 의사가 되었구요. 조경환씨는 스탭들을 키워낸 외과과장이 되었습니다. 심양홍씨도 외과과장이었다가 부원장으로 승진했군요. 이밖에도 수간호사 김소이씨도 종합병원 1과의 연결고리겠네요.

<종합병원> 이후에 만들어진 한국의 메디컬 드라마들을 살펴보니 작품들이 꽤 되더군요. <의가형제>(1997), <해바라기>(1998), <메디컬센터>(2000), <외과의사 봉달희>(2007), <하얀거탑>(2007), <뉴하트>(2007) 등이 있었습니다. 메디컬 드라마는 수술 장면을 제대로 재현하기도 쉽지 않고 그만큼 제작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장르는 아닌데요. 작년부터 꽤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는 걸 보니 그만큼 인체 모형 등의 제작 환경이나 특수 분장 기술도 발전한 것 같고, 작가들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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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메디컬 드라마는 거의 다 외과를 다루고 있네요. <종합병원>, <종합병원 2>, <하얀거탑>이 외과를 배경으로 했구요. 나머지는 외과, 그 중에서도 흉부외과를 다루고 있네요. <뉴하트>, <외과의사 봉달희>, <메디컬 센터>, <의가형제>가 그랬구요. <해바라기>는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했습니다.

사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의 메디컬 드라마도 외과를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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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도 그렇고, <의룡>도 그렇구요. 다만 <하우스>처럼 다른 의사들이 병명을 진단할 수 없어 포기한 환자만 전문적으로 맡는 의학 드라마도 있구요. 일본 같은 경우는 <ER>처럼 <구명병동 24시>를 3시즌까지 만들며 응급실을 다루기도 했죠. 얼마전 3분기에는 <코드 블루>라고 헬기를 타고 응급환자를 수송하러 가는 전문적인 소재도 다뤘구요. 외과만큼이나 응급실도 드라마를 만들기에 극적인 소재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응급실을 전문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없었군요. 다만 외과의 특성상 응급 환자가 많이 나오니 긴밀하게 응급실과 연결해서 드라마가 전개되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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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로 응급환자를 수송하는 의사를 다룬 일드 <코드블루>


다시 <종합병원 2>로 돌아오자면, <종합병원 2>의 주인공은 외과 레지던트 1년차인 정하윤(김정은)과 최진상(차태현)입니다. 둘은 <해바라기>에서 삭발한 환자와 레지던트로 만나서 예쁜 사랑을 키워갔던 적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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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의 풋풋한 커플 시절



최진상 캐릭터는 어쩐지 익숙합니다.
대관령 목장의 인부로 있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우유를 입에 달고 살지요. 지방에서 올라와 최저 학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의사를 하려 애씁니다. 환자와의 심리적인 신뢰관계(라뽀)가 좋은 것이 장점입니다.
가장 최근에 했던 <뉴하트>를 떠올려 볼까요? 지성 또한 지방에서 올라와 좋은 학벌이 아님에도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되려 애썼죠. 환자와의 심리적인 신뢰관계 또한 최선이었죠. 쑥국을 끓여서 환자에게 가져다주던 것이 생각나네요. <외과의사 봉달희>의 봉달희도 지방에서 올라오는데요. 지방에서 올라와서 의사로 성공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는 홀어머니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하얀거탑>의 장준혁도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의가형제>의 김수형(장동건)도 고아원에 있다가 김준기의 어머니가 데려가서 키우게 되었죠.

정하윤 캐릭터의 똑똑함 또한 익숙합니다.
사실 의대에 들어가는 정도면 똑똑하다는 소리 꽤나 많이 듣고 자랐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똑똑한 의사들이 모인 가운데서도 더 똑똑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정하윤은 법대를 나와 고시 패스한 것도 모자라 수술칼을 잡아본 의료소송전문 변호사까지 하기 위해 레지던트를 합니다. <뉴하트>의 김민정도 수능 전국수석, 의대 수석입학&수석졸업 후 흉부외과를 지원했죠. 가장 원조는 <종합병원>의 신은경씨겠네요. <종합병원 2>에서 정하윤이 조깅을 하는 모습을 보고 김도훈이 정화를 떠올리며 욕심이 많아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했던 동료 의사라고 이야기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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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씨에 환자를 가장 우선시하는 의사, 똑똑해서 자기만 아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은 따뜻한 의사에 감화되어 환자를 인간적으로 대하게 되는 의사, 실수를 연발하는 레지던트 1년차들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치프 레지던트, 치프 레지던트 곁에서 눈치도 보지만 엉뚱 유쾌한 레지던트 2~3년차, 야심만만해 병원장 승진을 노리는 스탭, 그 스탭을 뒷받침하며 교수 승진을 노리는 의사.
이 정도만 있으면 또 하나의 의학 드라마가 나올 것 같은데요. 물론 저 사이를 연결해주는 러브 라인도 필요할테구요.

<종합병원>에 대해 보여줬던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은, 그것이 단지 최초의 한국 메디컬 드라마여서가 아니었습니다. 신선한 캐릭터 설정,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전달해주는 내용, 의사의 하얀 가운 뒤에 숨겨진 고뇌...
단지 <종합병원 2>의 수술 장면이 더 사실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종합병원 2>가 사랑받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존 메디컬 드라마들의 캐릭터나 내용, 고민들을 '종합'해 놓는 것이 <종합병원 2>는 아니겠지요. 정치적 암투와 권력 관계를 제대로 드러내어 일본 원작보다 더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은 <하얀 거탑>이나,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달해줬던 <해바라기>, <의가형제>, <뉴하트>보다 더 나은 <종합병원 2>가 되길, 그래서 원조의 맛을 제대로 전달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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