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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와인 드라마 ‘떼루아’에 얽힌 진실, 혹은 거짓?

12 1일부터 SBS에서 본격 와인 드라마를 표방한 떼루아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이 국내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면서 몇 년전부터 붐을 이루고 있는 와인 애호층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과연 이 드라마가 와인 열풍에 한 몫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막 4회가 방영이 됐고 드라마의 주 무대가 되는 떼루아라는 와인전문 식당의 이야기가 시작된 만큼 아직 성패를 점치기는 좀 이른감이 들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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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루아는 대중적인 드라마인 만큼 분명 와인을 어렵게만 생각해왔던 사람들에게 장벽을 낮추는 데는 분명 일조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와인에 관한 테이블 매너나 상식을 전달해주기도 하고 있죠. 하지만, 와인 전문 드라마를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와인을 좋아하는 애호가들로부터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와인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와인은 단지 소재일 뿐 주인공들의 생활에서 와인향이 배어 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고나 할까요? 특히나 와인 전문 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일반적인 와인 상식과는 빗나가는 장면들도 등장합니다.

 

떼루아에서 현실적이지 못한 가장 대표적인 내용은 첫 회부터 드라마의 갈등 구조를 만들고 스토리를 전개시킨 와인 샤또 무통 마이어 1945’와 관련이 있습니다. 드라마는 주인공 강태민(김주혁분)이 샤또 무통 마이어 1945를 구하는 에피소드부터 시작됩니다.

 

샤또 무통 마이어는 실제로는 프랑스 보르도 1등급 와인인 샤또 무통 로칠드를 의미합니다. 샤또 무통 로칠드는 ‘5대 샤또의 하나이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레이블에 담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아티스트의 레이블이 시작된 것이 바로 1945년산입니다. 샤또 무통 로칠드 1945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것을 기념해서 승리의 V’를 레이블에 새겨 넣었죠. 게다가 45년은 기후 조건이 완벽해 최상의 포도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낸 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와인 전문가들은 샤또 무통 로칠드를 죽기전에 꼭 마셔보아야 할 와인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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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60년이 지난 와인, 과연 지금도 최상의 맛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샤또 무통 로칠드 1945라면, 그리고 보관상태가 훌륭하다면 아직도 감탄할만한 맛을 선사해 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와인이 무조건 오래될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와인에도 수명은 있습니다. 와인은 생물이라고들 표현하는데 만들어지면서부터 서서히 오랜 세월에 거쳐 변화를 거듭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보르도 1등급 와인은 세계 최고의 와인인 만큼 오랜 숙성에 견딜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대개 와인의 수명은 30, 혹은 길어야 4, 50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30년쯤 지난 와인들은 코르크가 부서지기 쉽고 코르크의 파손은 와인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코킹’ (코르크를 다시 막는 작업)을 거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보관에 힘쓴다고 해도 대개 30, 40년이 지나면 와인의 맛 보다는 소장품으로의 가치를 가질 뿐이죠.

 

지금은 보르도의 또하나의 훌륭한 빈티지로 기억되는 1982년산이 절정기로 통합니다. ‘떼루아에서도 오히려 45년 빈티지보다 82년 빈티지를 등장시켰다면 와인 애호가들의 마시고 싶은 욕망을 더욱 부추키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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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떼루아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떼루아 1회에서 샤또 무통 마이어 1945를 필사적으로 구한 강태민이 우연히 이우주(한혜진분)와 부딪쳐 술이 바뀌게 됩니다. 얼떨결에 최고의 와인을 갖게된 이우주. 이 와인을 마시게 되는데, 와인을 다시 코르크로 막아 서울까지 가져옵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 4회에서 드디어 그 와인이 (극중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샤또 무통 마이어 1945’임을 알게된 우주는 그 와인을 감추려고 안절 부절입니다. 절반쯤 남은 샤또 무통 마이어 1945! 절반쯤 남았으니 5천만원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미 코르크를 오픈해서 파리에서 서울까지 가져온데다 그후로도 오랜 시간이 지난 샤또 무통 마이어는 제 아무리 1945 빈티지라고 해도 먹을 수 없는 지경으로 변했을 겁니다.

 

3편에서 우주는 멀리서 오픈한 와인의 부쇼네 (코르크의 부패로 와인의 맛이 변함)를 감지합니다. 그 정도로 뛰어난 후각을 가진 우주가 이미 맛이 간 샤또 무통 마이어 1945를 들고 몰랐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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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루아 4회에서는 강태민이 자신을 방해하던 양승걸 대표로부터 재고 와인을 받아와 떼루아 식구들과 시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태민이 20만원을 호가하는 와인이라고 소개하자 와인을 맛본 소물리에나 쉐프 모두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사실 그 와인은 그 10 1의 가격에 판매되는 와인이었죠. 이 장면이 오히려 샤또 무통 마이어 1945’ 해프닝 보다는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와인의 맛은 반드시 가격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와인이 어렵고, 비싸고, 복잡한, 그래서 아는척 할 수는 있을지언정 친해지기는 어려운 그 무엇이 아니라, 편안하게 기쁠 때, 우울할때,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 혹은 혼자 있을 때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펼쳐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