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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Up! TV

<패밀리가 떴다> - 패밀리는 뜰 수 있을까?


시작부터 KBS <1박 2일>의 아류작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밀리>)는 국민남매 유재석 이효리의 고군분투에 힘입어 각 캐릭터가 자리잡히며 인기를 얻고 있다. SBS는 <일요일이 좋다>에서 휴먼 버라이어티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 코너를 폐지하고 1부와 2부로 편성해 실질적으로 <패밀리가 떴다>에 집중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이는 효과적으로 MBC 일밤 1부의 <우리 결혼했어요>를 견제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패밀리>는 주말 리얼버라이어티 최강자 <1박 2일>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1. 가족같은 멤버 구성

<패밀리>의 멤버 구성은 조금 독특하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처럼 남자 멤버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이전의 SBS <라인업>처럼 버라이어티 전용 연예인들로만 이뤄져 있지도 않다. <패밀리>는 이경규의 규라인이나 유재석의 유라인과 같은 연예계 사단들에 기대지 않는다. <라인업>의 실패를 통해 연예계의 라인만으로는 다양한 시청자를 포섭하며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박 2일>의 시청률을 높인 데에는 허당 승기의 역할과 김C의 뒷받침이 컸다. 이렇듯 의외의 멤버가 리얼과 버라이어티의 경계 사이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를 부여받을 때 그 프로그램에서만 줄 수 있는 웃음과 재미가 생겨난다. <패밀리>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국민 MC 유재석을 주축으로 삼고 유재석 특유의 멤버 포용력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멤버를 넣었다. 빅뱅의 대성과 같은 아이돌 가수가 있고, 윤종신처럼 유재석의 토크를 맞장구쳐줄 캐릭터와 함께 이효리와 박예진이 포함된다. 같은 배우라고 해도 이미 꼭짓점 댄스를 비롯해 연예 프로그램에 나오기만 하면 주연 영화보다 훨씬 높은 흥행이 보장된다는 김수로가 있고, 키크고 늘씬한 꽃미남형 배우 이천희가 있다. 연령대부터 성비까지 가장 폭넓게 자리잡은 멤버 구성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멤버가 최대한 빨리 캐릭터를 자리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패밀리>의 전략은 제목 그대로 가족적 호칭을 도입하며 철저히 나이 순서대로 위계질서를 부여한 것이었다. 나이에 의한 위계질서는 곧 반말의 공식적 사용을 의미한다. <1박 2일>에서도 멤버들 간에 반말이 있지만 MC 강호동은 공식적 진행에 있어 꼭 존댓말을 사용한다. <패밀리>는 유재석의 공손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반말과 존댓말의 경계가 가족적 분위기 아래 금방 허물어진다. 강압적일 수 있는 위계질서와 반말의 사용은 오빠, 언니 등의 호칭에 의해 부드럽게 풀어진다. 또한 <패밀리>는 남녀가 섞인 구성이기 때문에 형, 오빠, 누나, 언니 등 다양한 호칭이 등장한다. 아직 캐릭터가 잡히지 않은 초반부터 이효리는 평소의 친분을 그대로 살려 유재석을 오빠라고 불렀다. 초기 <패밀리>를 주도했던 것은 유재석 이효리의 국민남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철저히 망가져 주면서 다른 이들의 캐릭터가 조금씩 잡혀가기 시작했다. 또한 서로에 대한 호칭이 오빠와 형 등 가족 관계로 굳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돌 대성이도 이효리와 박예진을 누나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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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나이에 의한 호칭이 아니라 확실하게 가족적인 캐릭터도 필요하다. 바로 계모 김수로다. 가족 구성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필수적인데 패밀리가 떴다의 구성에 있어 나이 많은 여성이나 남성이 없다. 특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어머니 역을 맡을만한 중년 여성 연예인의 풀도 작은 편이다. 또한 자애롭고 가족들을 화합하는 이미지의 어머니라는 아이콘이, 서로를 미묘하게 견제하고 때로는 호통치면서 캐릭터를 살려나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에는 맞지 않다. 그래서 유사 아버지나 유사 어머니가 등장한다. <무한도전>에서는 도무지 다른 이들과 소통은 하지 않으면서 가장 먼저 지쳐나가는 박명수를 아버지 캐릭터로, 먹을 것을 가장 먼저 챙기고 아줌마 파마를 한 정준하를 어머니 캐릭터로 부르곤 했다.

<패밀리>에서는 유사 부모의 역할로, 계보적 불안함이라는 태생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계모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유재석이라는 국민MC가 진행신이 강림하사 청산유수와 같은 진행으로 각 캐릭터들을 중재하며 극의 흐름을 빠르게 이끌어나간다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 그 흐름에 제동을 걸 안티 히어로는 필수적이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안티 히어로라면, 패밀리에서는 계모 김수로가 그 역할을 맡았다. 김수로는 영리하게도 천데렐라 이천희를 향해 '한놈만 팬다'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그로 인해 단기간내에 효과적으로 천데렐라와 대비되는 계모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계모는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서 호통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신데렐라의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궂은 일을 시키는 데서 캐릭터가 강화된다. 농촌에 온 이상 구석구석 할 일이 많고, 여행왔다가 가는 손님이 아니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오시기 전까지 집을 원상복귀 해놔야 한다. 이렇듯 일이 많을 때 계모 김수로는 효과적으로 일을 분배하고 곳곳을 살핀다. 즉, 극을 진행하는 것이 유재석의 역할이라면, 김수로는 뒤에서 실질적 내용을 이끌어가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1박 2일>의 이수근처럼 국민일꾼으로서 걱실걱실 일을 하는 모습이 아니라, 얄밉게 요리조리 피하며 다른 사람에게만 일을 시키는 것에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수로는 이렇게 이수근과 박명수와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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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쁜 언니들이 망가진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여자 연예인이 나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몸개그를 주축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망가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한도전>과 <1박 2일>처럼 아예 남자 멤버로만 구성하거나, <무한걸스>처럼 예쁜 여자 연예인대 재미있게 망가지는 연예인의 구도로 갔다. <무한걸스>는 여자들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샴푸의 요정 정시아처럼 예쁜 여자 연예인이 백치미를 보이며 엉뚱하게 망가진다고 하더라도 훨씬 더 망가지며 뒤를 받쳐줄 김신영과 신봉선이 있다. <패밀리>에서는 개그맨이며 억척스러운 이미지의 여자 연예인이 아니라 가수와 배우 출신인 이효리와 박예진이 투입됨으로써, 남자출연자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미녀의 망가짐을 시청자들이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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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를 정하는 인기도 순위 게임을 보자. 꽃미남 배우와 아이돌 가수와 개그맨을 섞어놓은 남자 연예인들의 조합에서 이효리와 박예진은 마음껏 그들을 재고 고르며 연애 버라이어티스러운 모습을 재현한다. 윤종신이 입은 위아래 한벌인 잠옷을 보며 신혼여행왔냐고 패션 점수를 깎아버린다. 사랑해 게임에서도 볼에 뽀뽀를 받는 장면은 연애 버라이어티의 핵심적 장면과 겹쳐진다. 마찬가지로 이효리와 박예진도 인기도 순위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남자 연예인 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여자 멤버가 둘 밖에 없고, 외모면에서 꼴찌를 도맡아줄 다른 여자 멤버가 없다. <체인지>에서의 이효리는 더 큰 굴욕을 감수하는 신봉선이 있기에 철저히 망가질 수 있었다. 그것조차 눈물로 희석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야심만만>이나 연애버라이어티에 나올 때도 그들보다 미모가 부족해 보이는 멤버는 항상 있어왔다. 게다가 이효리와 박예진은 쌩얼에 파자마 차림이다. 무릎이 튀어나온 '츄리닝' 바지를 입은 이효리는 핑클 시절의 '약속해줘~' 새끼 손가락 댄스에서부터, 태엽감기 댄스에 이어 원더걸스의 소핫 댄스까지 춘다. 30대의 이효리가 10대 원더걸스의 춤을 추고, 소녀시대의 춤을 출 때 윤종신과 유재석이 너는 어리지 않다며 구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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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 그대로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당번 퀴즈 게임을 할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쌩얼에 퉁퉁 부은 얼굴로 퀴즈를 맞출 때 <패밀리>라는 가족의 의미는 강화된다. 시청자가 방송용 메이크업이 아니라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아침 맨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스스한 머리에 퉁퉁 부은 얼굴로 골반을 돌리는 이효리는 10분만에 남자를 유혹할 수 있다는 그 가수가 아니다. 콧소리로 오파~라고 하면서도 닭을 잡고 메기를 잡는 박예진은 예진아씨로 거듭나며 허준의 예진아씨를 기억 속에 묻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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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패밀리 vs. 1박2일 

<패밀리>는 농촌에서 꼴도 베고, 소 먹이도 주는 등 여러 가지 농사일을 하는데 철저히 농활 스타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실제로 박예진은 패밀리를 찍을 때 농활 분위기가 난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의 가족 방문 특집이 그 가족에 무한도전 멤버가 섞여서 진정한 가족이 되는 것이었다면, <패밀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뿐이던 집이 비워진 뒤, 그곳을 채우는 대체가족이자 농활온 대학생 일꾼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마치 일꾼들처럼 그곳을 쓰며 댓가로 일을 한다. 이는 어느 정도 <1박 2일>에서 보여줬던 스타일이었다. 또한 각종 미션이 주어지고 게임을 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을 하는 데서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과 애드립에서 큰 웃음을 주는 것이 리얼 버라이터리를 끌어가는 큰 힘이다. 그렇다면 게임을 주축으로 하고서 나머지 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각 프로그램의 차별화가 이뤄진다. <1박 2일>이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야생'을 내세웠다면 패밀리는 그야말로 가족을 내세운다. 1박 2일은 적자생존 약육강식이라는 야생의 원칙을 내세워 복불복으로 잠자리에서부터 먹을 것까지 정한다. <패밀리>는 두 팀으로 나뉘어 팀원간의 협동을 중시하는 게임을 하기도 하고, 아침당번 퀴즈처럼 각자 살아남는 퀴즈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아직까지 <1박 2일>처럼 확실하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확고한 게임의 법칙이 없기 때문에 돌발상황과 그에 파생되는 몸개그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이 점은 <패밀리>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패밀리>의 농활 혹은 엠티 스타일은 아침을 끓일 때 두드러진다. 아침 당번을 정하는 것도 게임으로 정할 뿐 아니라 게임에 이긴 나머지 멤버는 다시 잠들고, 음식 만들기에 필요한 최소 인원 2명만이 남아 아침을 만든다. 재료 손질부터 요리법도 엉망이고 간조차 안 맞는 요리를 속 안 좋은 상태로 일어나 힘겹게 한 술 뜨지만 같이 먹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농활이고 엠티다. 요리 못하는 유재석과 대성이 하다하다 안돼서 라면스프로 맛을 냈는데 잠결에 일어난 다른 멤버들은 맛있다고 하며 김수로는 필요이상으로 맛있다고 한다. <1박 2일>의 식사가 '나만 아니면 돼'의 복불복으로 무한경쟁 스타일에서 오는 재미를 보여줬다면 <패밀리>에는 장장 2시간 동안 끓인 맛없는 음식을 모두가 같이 먹어야 하는 가족 정신이 녹아 있다. 식구(食口),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패밀리>가 <1박 2일>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가족이 된 <패밀리>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메시지를 남기고 떠날 때 예전 SBS 프로그램 서세원과 신은경의 <좋은 세상 만들기>가 떠오른다. 'Though we gotta say goodbye for the summer'로 시작하는 Brian Hyland의 'Sealed With A Kiss' 곡이 배경에 나오던, 서울에 있는 자식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나는 잘 있다고 말씀하시던 그 프로그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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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멤버 구성과 캐릭터들에 몸을 아끼지 않는 국민 남매의 티격태격이 <패밀리>의 매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패밀리>만의 게임 법칙을 만들어내고, SBS의 강점인 가족 휴먼 버라이어티의 전통을 살린다면 가상과 리얼의 경계에서 조금은 위태해보이는 <우리 결혼했어요>나 매번 비슷한 포맷에 안주해버린 <1박 2일>과 어느 정도 경쟁할 수는 있을 듯 하다. 다만 서신상 커플이나 쌍추 커플처럼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만큼의 캐릭터 확정성과, 각 멤버간 시너지를 최대한 증폭하고 있는 여섯 남자들 이상의 무언가를 반드시 만들어내야할 것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확실히 이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헬로티비로 몰아서 볼 때 캐릭터들의 진화과정이 잘 보여서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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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TV로 패밀리가 떴다를 다시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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