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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V 소식

고객센터 상담원들, 희노애락 들어보니

"전에 너희들 다 죽여버리겠다고, 폭탄 설치했다고 하신 분도 계셨어요"

"에에? 정말로요?"

"예, 그래서 한 직원이랑 그분이랑 계속 통화하면서 달래고 있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어떤 말을?"

"너, 죽고 싶냐, 살고 싶냐?"

"그래서 전화받으신 분은 어떻게 대답하셨나요?"

"...예, 고객님, 저는 살려주십시요...라고 했다죠. ^^ "


물론, 폭탄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 그래도 그때 전화를 받으신 분은 얼마나 당황하셨을까요? 이렇듯 고객센터에서는 '에이, 설마 그러겠어?' 싶은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답니다. 인생사 희노애락이 모두 들려오는 곳, 그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헤티도 궁금해서 몰래 들여다 봤답니다. 예, CJ헬로비전 고객행복센터 상담직 직원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에에? 고객행복센터가 무슨 뜻이냐구요? 에- 저도 물어봤는데요, 정말 정직한 이름이더군요. 고객님을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기 위해선, 전화를 받는 사람이 행복해야 전화를 건 사람이 행복하고, 전화를 건 사람이 행복해져야 전화를 받는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그런 의미랍니다. :)

주로 CJ헬로비전의 헬로TV(디지털 케이블TV), 헬로폰(인터넷 전화), 헬로넷(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시는 분들을 위해 AS나 불만사항을 접수하는 일을 하는 곳이란 것은... 다들 알고 계시죠? :) .. 사실 이름은 고객행복센터지만 행복해지기 이전에 뭔가 불만이 있으셔야 전화를 하는... 슬픈 곳이지요..ㅜ-ㅜ



▲ 인터뷰에 응해주신 세 분들입니다. 모두 경력 3~7년의 베테랑들이세요.
좌로부터 안지숙, 천미연, 박귀옥님.


고객님과 암호를 만들었던 사연

솔직히 놀랐습니다. 전 그냥 이야기나 듣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앉아계신 세 분이 입을 열기 시작하자... 아이쿠, 다들 목소리가 왜 이리 좋으신건가요...;; 알고보니, 다들 목소리가 2개씩은 있는 기분이라고 그러시더군요. 전화받는 목소리와, 그냥 이야기하는 목소리...

하긴, 사실 그렇긴 하죠. 예쁜 목소리로 자분자분하게만 얘기해서는 살아가기 힘든 것이 세상이니까요. 예를 들어, 집에서 애들 혼낼때 자분자분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법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애들 이야기가 나오자, 한 분이 얼마 전에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요즘은 리모컨으로 성인물 시청 제한 풀 수 있지만, 작년까진 고객센터에 전화걸어서 주민번호를 확인해야 비밀번호를 풀어줬거든요. 그런데 이걸 가끔 애들이 보는 경우가 있어요. 부모들이 비밀번호를 걸어놓는데.. 이걸 부모 주민번호 이용해서 고객센터에 물어보는 거죠. ... 그런데 하루는, 엄마가 이걸 눈치챈거에요. 그래서 연락이 왔더라구요. 비밀번호 풀어주지 말라고. 그런데 저희는 확인이 되면 안 풀어줄 수도 없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계속 성인물을 보게..."

"아뇨. 그럴 수는 없으니까, 나중엔 아예 어머니랑 비밀암호를 만들었어요. ^^"

"예??"

"그러니까, 주민번호 말고... 어머니가 뻐꾸기-하면 우리는 밤에 날다- 뭐 그런 식으로.. ^^ 그걸 확인해야지만 비밀번호를 풀어줄 수 있게-"


...기, 기발합니다! ㅜoㅜ)/!!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말 별의별 사연이 다 나오더군요. 알고보니 두 집 살림이셨던 분도 있고, 도망간 아내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으름짱 놓는 남편도 있고, 본명과 주소가 같아서 당황했던 적도 있고, 이혼한 다음에도 옛 배우자 이름으로 등록된 케이블 보다가- 요금이 미납됐는데 서로 연락하기 어색해해서 중간에 연결시켜준 경우도 있고....

알고보면 배우자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사람인 것 같더라- 이런 이야기를 하시면서 씩- 웃으시는데, 뭔가 세상만사 고수-의 포스가 느껴졌다면... 잘못본 것일까요. 으흐흐... 아무튼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 분들에게 가끔은 인생상담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진상인줄 알았던 고객님이 멘토가 된 사연

물론 고객센터에는 이런 재밌는...사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불만이 있어서 전화하셨던 분들인 만큼, 갖은 협박과 욕설을 듣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을 속칭 '진상'이라고 부르는데요, 보통 2% 정도 비율로 계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2%는 좀 심하신 분들, 80%는 보통이신 분들, 18%는 따뜻한 분들...

사실 사람들이 진상 떠는 것을 보면 그 인간의 끝을 보는 기분이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정말 심하신 분들도 많고... 그런데 막상, 그런 분들과도 커뮤니케이션 하다보면 친해진다고 하네요. 친해지고 나면 이해가 되고, 서로 많은 것들을 쉽게 풀 수 있게 된다고. 그래서 한 분은, 차라리 막 욕하고 진상 떠는 사람이 낫다고 하시기도...


상담직 직원분들도 사람인지라, 이런 분들을 기피하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런데 왠 걸, 가끔은 좀 더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저희 고객행복센터가 통합된 지 얼마 안되었던 때였어요. 저녁 6시에 민원이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저녁 6시 이후에는 AS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대충 무마하려다가, 그만 실수를 했었답니다. 그러니까, 대충 둘러말하면 무마되겠지-하고 생각했다가, 이 분이 그만 화가 나신 거에요. 그래서 사건이 커져버렸죠.

그 다음날, 고객센터에 오시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곤 진짜 오셨어요. 할아버지가 아니실까 생각했는데, 굉장히 젊잖은 분이오셨더라구요. 이분이 오셔서 하루종일 계시다가 갔어요. 오전 9시에 와서 오후 4시에 가셨으니까... 작은 것 하나까지 이것저것 지적하고, 짚어주고 가시더라구요.

저도 어쩔 수 없이 앉아서 고객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그냥 이것저것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그러시는 거에요. 너네가 지금도 지역 사업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젠 큰 기업에 통합되지 않았느냐. 그럼 크게 생각해야 한다. 나로 인해 이제 고객센터가 체계적으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하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렇게 사고가 수습된 다음부터는, 어렵거나 잘 모르는 일이 생기면 가끔씩 전화를 드려요. 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그럼 이런저런 조언도 들려주시면서, 좀 더 공부하라고 항상 말해주세요. 그러니까, 지금은 제 멘토같은 분이 되셨어요."


사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게, 절대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가끔 사고도 치고 사건도 일어나고 그러는 거죠.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난 다음, 그 사고를 수습하는 방법이고, 그 과정에서 또 무엇을 배울 것인가-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분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답니다. 고객님을 멘토로 삼다니... :)

...역시 인생 고수...-_-;;


최고 강적은 다른 회사의 상담원

사실 진상을 부리시는 분들 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바로 다른 회사의 상담원 분들이라고 합니다. 이 분들은 민원 처리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지를 알기 때문에, 어떻게 무난하게 처리하려고 해도 힘들다고 하네요. 멘트 하나하나를 지적 받기도 한다고.. :)

가끔 TV에 민원처리 이렇게 하면 된다! 라고 나가면 하루종일 전화에 불이 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서비스를 자신의 권리로 인식하시고, 스스로 그 권리를 찾으시려는 분들이 많이 느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요즘은 초등학생도 전화해서 인터넷이 안된다고 민원 제기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네요.

다만, 가급적 즉시 처리해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들은 조금 시간이 걸리니 양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하시더라구요. 예를 들어 신호 계열이 문제가 있을 때가 그렇다고 합니다. 인터넷이나 방송품질등의 문제인데... 작년에 북인천이 새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좀 많았다구요. 물론 지금은 안심하셔도 된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자부심이 있어요. 오래 한 지역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소소한 부분들을 다 알고 있거든요. 다른 회사에 비하면 AS가 빨리된다고 생각해요.

지역 사회와 친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도 많답니다. 친척들이 전화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개 엄마~ 지금 여기 이거 안돼~ 하면서 전화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앞집에 있는 어느 가게인데 지금 TV가 잘 안나와~ 하고 전화주시는 분들도 있고.

물론 가끔은, 아는 분이 전화를 주셔서 심하게 항의를 하시기도 해요. 예전에 그럴 때가 있었는데, 그때 윗 분들 허락맡고, 심호흡 한번 하고, 전화기를 집어들면서 한번 소리친 적이 있어요.

삼촌! >▲<)! 하구요...^^"


...물론, 이 분들도 집에서 인터넷 안되면 밤 12시에라도 바로 전화한다고 하십니다...;;; 예, 이분들도 분명히 다른 회사의 분들에겐 강적이신 거죠...;;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얼마전에 200만원 가까운 돈을 환불해줬던 적이 있었어요. 장애가 있으셨던 분이었는데, 수백편의 VOD를 시청하셨더라구요. 원래 특정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요금 청구서 자체가 안보내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러다가 그 분의 동생이 알고, 전화를 하신 거에요.

좀 난감하긴 했는데, 저희도 살펴보니, VOD를 다 1분 정도만 보셨더라구요. 그냥 돈 들어가는 줄 모르고 살펴보고 계셨던 거지요. 그 사실을 확인하고, 센터장님 결제 맡아서 전액을 환불해 줬어요. 앞으로 청구될 것까지 모두.

... 물론 앞으론 제발 이런 일이 없게 해달라고 신신당부 부탁을 드렸지만요. ^^"


사람 사는 세상인 만큼 모든 것을 원리원칙대로만 처리하지는 않습니다. 융통성도 많이 발휘하고, 가급적 고객님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게하기 위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렇지만 그런 노력을, 솔직히,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죠..ㅜ_ㅜ

그래서 "고맙다"라는 한마디를 가장 그리워하는 분들이, 바로 고객행복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맙다는 한마디, 그 한마디가 참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그것보다도 더 원하는 것은, 제발 인격적인 모욕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입니다.


"인격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말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상담원 주제에-하는 사람도 계시고... 성적인 욕설 말하면 끝이 없구요. 심지어 그런 것들 견디지 못해서 그만둔 사람들도 있고. 저는 그런 말들 하시는 분들 계시면 진짜 묻고 싶어요.

"고객님 그거 배우는데 학교 다니세요?"하고요.

어떨때는 상담원들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답니다. 가끔가다 협박을 하거나, 돌변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집에 와서 싹싹 빌라는 사람들이나, 윗 사람 바꾸라는 분들, 정신적인 피해 보상을 얘기하시거나. 인터넷이 끊겨서 주식 손해 본 거 피해보상하라고 하시는 분들을 만날 때도... 정말로 난감하구요."


후우... 역시 인생 고수라도, 세상 살아가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군요. 함께 행복한 나날이 되기 위해선, 서로가 어느 정도 선만은 지켜줬으면 좋겠다-하는 바램을 한번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객행복센터에 계신 분들도 분명 사람이거든요.. 사람이 사람을 서로 사람답게 대할 때, 정말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

그래도 꽤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씩씩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여러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네요. 실은 오프 더 레코드로 나온 얘기들이 훨씬 더 재밌었지만.. 그건 비밀이랍니다. :) 도저히 말해 드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상, 고객행복센터의 분들을 만나고 와서 행복해진 헤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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